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 세션에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 세션에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세계가 대한민국을 필요로 하는 기술, 한화가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의 TV 광고 중)

한화그룹의 조선·방산 부문 계열사인 한화오션이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서 빛났다. 한화그룹은 지난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선부문에 첫 발을 내디뎠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직접 미국 워싱턴DC로 날아가 물밑 협상을 적극 지원했다. 김 부회장은 협상 기간 동안 자사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관련 인사들과 접촉하며 한국의 적극적 투자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미국 측 질의에 정부 협상단이 바로 답할 수 있도록 ‘핫라인’ 연결하고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1983년생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2006년부터 3년 4개월간 공군 통역장교로 복무했다. 글로벌 정세에 밝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영어로 직접 프리젠테이션(PT)을 한다.

김 부회장은 2010년부터 매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해 글로벌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2013년에는 다보스포럼에서 영글로벌리더(Young Global Leader)에 선정됐고, 2022년에는 국내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정부 다보스 특사단’으로 합류해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동 했다.

김동관(오른쪽) 힌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왼쪽 )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국장, 존 펠란 (가운데) 미 해군성 장관과 현장을 살피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김동관(오른쪽) 힌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왼쪽 )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국장, 존 펠란 (가운데) 미 해군성 장관과 현장을 살피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찾았다. 한화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조선소 지분 100%를 1억달러(약1400억원)에 인수한 곳이다.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김동관 부회장과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대표의 안내를 받아 48만㎡ 부지의 필리 조선소를 함께 둘러보고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건조 능력을 보유한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교두보로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등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 ‘조선업’을 의미하는 ‘Shipbuilding’을 더해 붙여진 이름으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자달 25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장관과의 한미 산업장관 협상에서부터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안해 협상 지렛대로 썼다.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한화그룹 제공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한화그룹 제공

김 부회장은 또 한화그룹의 중장기 사업전략과 투자 계획 등을 소개하며 미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화는 한국식 생산관리 기법과 공정 최적화 시스템을 적용해 현재 연간 1.5척인 건조 능력을 2035년까지 15척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는 또 최근 미국 앨라배마·캘리포니아에 조선소가 있는 호주 조선·방위산업체 오스탈 지분 매입에 나섰다. 한화가 오스탈 지분 인수에 성공한다면 전투함(오스탈USA), 상선·전투지원함(필리조선소)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의 시찰 결과를 보고받고 협상 타결에 최종 사인을 했다는 얘기다. 한국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위한 투자·협력 펀드 1500억달러(약 208조5000억원) 등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미국은 한국의 상호관세를 당초 예고된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과 같은 조건이다.

이번 협상은 전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 들이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박정성 무역투자실장,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등 정부 협상단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장 등 관세 협상에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한 재계 총수들은 대한민국 역사에 또 한번의 '헌신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한화오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