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진심 전달하는 게 지금 제가 할 일”
[인싸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진심 전달하는 게 지금 제가 할 일”
  • 승인 2019.10.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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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2016년 출간 이후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 사회 여성들이 맞닥뜨린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고발한 원작 소설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동시에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원작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며 정유미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인터넷상에서 또 다시 뜨거운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유미의 출연을 두고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붙지만 정작 그녀는 이전에 선택했던 작품들과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

“당시 받았던 시나리오 중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간 것 같아요. 너무 욕심이 나도 캐스팅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예전에는 투자가 안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쨌든 저에게 제안이 들어왔고 지금이라면 내가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사실 저는 주연이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피한 경우도 있었어요. 여러 인물이 함께 끌고 가는 작품이 책임감도 나눌 수 있고, 그제 제 포지션일 수도 있고요. 여러 작품을 경험하면서 드는 생각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다음 작품에선 또 다른 역할로 흘러가고 싶다는 거예요.”

영화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인 여성이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조명한다. 성별에 따른 대립각이 아닌 모두가 인지하고 함께 해결해야하는 숙제로 풀어가면서 영화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정유미는 김지영을 그려나가는데 있어 다른 어떤 것보다 세밀한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표현 방식에 있어 막히는 일이 있으면 원작 소설의 힘을 빌렸다.

“소설은 세밀하게 묘사된 장면들이 있어서 배우로서 막막할 때 소설을 읽었어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책 읽듯 천천히 읽고 가면 마음이 편해졌어요. 저만의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원작 소설이 없으니 촬영 전날 시나리오에 나온 신을 그대로 글씨로 옮겨 적을 때도 있었어요. 이번에는 소설이 있으니 도움을 받았죠.”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은 가끔 남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말한다. 마치 빙의가 된 듯 엄마, 친구, 할머니가 되어 그녀들의 마음 깊은 곳에 쌓인 응어리를 표출한다.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가 될 수 있는 해당 장면은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정유미의 연기가 더해져 현실적인 톤으로 오롯이 감정이 전달됐다.

“감독님도 저도 고민했는데 둘이 합의한 건 감정의 전달이었어요. 갑자기 톤이 크게 변하는 건 이 영화의 흐름에 있어서 방해 요소일 것 같았어요. 지영이라는 인물을 빌려 엄마, 친구,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사실 그건 지영의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게 쌓인 감정이기도 해요. 어린 지영이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이나 외할머니와 집에서 같이 밥을 먹는 모습 등, 영화에선 짧게 나오지만 그런 것들이 마음에 겹겹이 쌓였을 거예요. 빙의 장면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이번 영화로 정유미는 공유와 ‘도가니’, ‘부산행’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전 작품 모두 좋은 결과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좋은 기운이 이어졌다.

“오빠는 워낙 유명했고 세월이 지나서 저는 전보다 조금 알려져 이런 작품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이 역할에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분량을 떠나서 여러 작품이 있었을 텐데 이 작품에 출연해준 것에 대해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전에 즐겁게 찍은 배우와 또 만나면 좋아요. 반갑고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분명 영화에서도 보일 거라 생각해요.”

개봉하기 전부터 이미 ‘82년생 김지영’은 영화를 지지하는 이들과 비난하는 이들이 첨예하게 갈렸다. 인터뷰 말미 정유미는 “용기를 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고맙다. 감사하지만 스트레스는 받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정말 많은 댓글이 있더라고요. 다 읽지도 못하겠더라고요. 현실감도 없고요.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이해해보고 싶어요.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잘 만든 이 영화를 공유하고 진심을 전달하는 거예요. 과격한 표현을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더 많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