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다른 어둠을 모아, 넬(NELL) 여덟 번째 정규앨범 ‘컬러즈 인 블랙(COLORS IN BLACK)’ 발매 기념 인터뷰(종합)
결이 다른 어둠을 모아, 넬(NELL) 여덟 번째 정규앨범 ‘컬러즈 인 블랙(COLORS IN BLACK)’ 발매 기념 인터뷰(종합)
  • 승인 2019.10.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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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NELL)/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넬(NELL)/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블랙은 우리가 쉽게 이야기해 ‘암흑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런 어두운 감정들에 관한 이야기에요. 슬픔이 될 수도 있고, 좌절이나 절망, 우울감 같은 것들이 있겠죠. 어느 순간 우리가 소위 말하는 ‘어두운 감정’ 속에도 다 뭉뚱그려 하나의 큰 어둠이라기보다는 그 안에 각각의 색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김종완)

밴드 넬(NELL)이 3년 만에 정규 8집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태국 푸켓에서 이번 앨범 ‘컬러즈 인 블랙(COLORS IN BLACK)’ 작업을 마쳤다. ‘검정’이라고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다. 

하나의 커다란 어둠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크기와 명암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했지만 여러 색이 섞여 까맣게 된 것으로 생각하니 조금은 받아들이기 수월해진, 이들의 ‘검정’ 색에 관한 고찰이 담긴 앨범 ‘컬러즈 인 블랙’에 대한 기대가 높다.

“타이틀곡은 ‘오분 뒤에 봐’라는 곡이에요. 이 단어는 제가 어릴 때 스위스에 살면서 굉장히 친하게 지냈던 터키 친구와 함께 많이 하던 이야기입니다. 집 앞 근처에 와 통화를 하면 항상 ‘씨 유 인 파이브(See you in five)’라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 단어가 생각나 메모를 해놨었어요. 그게 곡 쓸 때 기억이 났죠.”(김종완)

넬(NELL)/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넬(NELL) 김종완/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어쩌다 보니, 처음에는 이 후렴구를 ‘씨 유 인 파이브(See you in five)’라고 해도 음절이 잘 붙었는데 곡 작업을 하다 보니 어차피 노랫말이 다 한글인데 굳이 후렴을 영어로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흐름이 끊길까 봐 다 직역을 했는데, 처음에는 어색한가 했지만 의외로 불러보니 개성 있는 것 같았죠.”

타이틀곡 ‘오분 뒤에 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함께 하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언젠가부터 월중 행사로, 또다시 연중행사로 바뀌어 가는 것에 대한 고찰이다. 앞으로 10년을 더 산다면 10번, 20번 정도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을 느낀 넬의 메시지가 담겼다.

“멤버들끼리 푸켓 여행을 자주 가요. 쉬러 갈 때는 푸켓에 있는 빌라에 가서 저희끼리 술을 먹고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왕이면 그런 편한 무언가, 도시적이지 않은 곳에 스튜디오가 없을까 하고 찾아보니 태국에 좋은 스튜디오가 있더라고요. 2년 전 쯤에 여기를 알게 돼서 ‘다음 앨범 할 때는 꼭 여기에 가서 하자’라는 이야기를 했어요.”(김종완)

“작년 말쯤에 ‘이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다, 정규앨범이고’라는 생각에 새로운 느낌으로 하면 이번이 적기일 것 같다는 생각에 부킹을 했는데 다행히 스케줄이 맞아 가게 됐어요.”

넬(NELL)/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넬(NELL)/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넬은 지난 1999년 기타 이재경, 베이스 이정훈, 드럼 정재원, 보컬 김종완이 모여 밴드를 결성하고 2001년 1월 앨범 ‘리플렉션 오브(Reflection Of)’를 발매했다. 이들은 같은 해 ‘조금은 슬픈이야기’를 타이틀곡으로 한 두 번째 앨범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발매한 것에 이어 ‘스테이(Stay)’, ‘땡큐(Thank You)’, ‘굿 나잇(Good night)’ 등 다양한 곡들을 발매했다.

“저희는 음악을 할 때는 같이 음악 하는 동료지만 음악 외적으로는 친구예요.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오래 함께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왜냐면 일로 충돌되는 부분을 팀으로서 풀 수 있기에. 첫째로 저희는 음악 작업을 하지 않을 때도 같이 술을 먹는 친한 친구인게 큰 이유이고, 둘째로는 시작부터 이랬던 건지 함께 해오면서 이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해요. 그래서 배우고 싶어 하는 욕구도 여전히 크고요.”(김종완)

이들은 지난 2017년 프로듀싱 그룹 그루비룸과 함께 컬래버레이션한 ‘오늘은’과 2019년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DJ 듀오 써드파티(Third Party)와 함께한 ‘노던 라이츠(Nothern Lights)’를 발매하는 등 쉬지 않고 음악적 발전을 거듭해왔다.

“계단식으로 밴드가 변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확 변한 게 아니라, 한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소름을 느꼈어요.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음반이 나왔을 때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요. 앞으로도 그런 소름 돋는 순간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이재경)

넬(NELL) 이재경/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넬(NELL) 이재경/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신보의 마지막 수록곡 ‘꿈을 꾸는 꿈’은 ‘꿈을 갖고 사는 게 사치’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텁텁한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꿈속에서만이라도 꿈을 꾸자’, ‘꿈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예전에 버스에서 자는 아이를 봤어요, 아이들은 잘 때 예쁘죠, 세상 걱정 없이 자니까. 그런 모습들을 보면 ‘저렇게 잘 자는 아이가, 몇 년 뒤 이런저런 어려운 세상의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게 될 거다’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더라고요. ‘미안해, 아가’라고 곡이 시작해요. 그 아이가 나중에 자라고 계속, 꿈속에서 꾸는 꿈이라도 꿨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김종완)

“저희 힘은 계속 꿈을 꾸는 것인 것 같아요. 분명히 저희에게도 ‘넬 저러다 말겠지’, ‘끝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주변에도 많은 팀이 음악을 하던 중 해체했으니까요. 조금씩, 저희끼리 가고 싶은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김종완)

넬은 오늘(10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에 여덟 번째 정규앨범 ‘컬러즈 인 블랙(COLORS IN BLACK)’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뉴스인사이드 고유진 기자 kjin959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