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브이아이피’ 이종석 “연기 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
[인터뷰 ②] ‘브이아이피’ 이종석 “연기 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
  • 승인 2017.08.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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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년과 느와르. 음산하고 우울한 분위기에 폭력으로 가득한 느와르 장르에 미소년은 좀처럼 달라붙지 않는 단어다. 선이 굵은 배우들의 전유물이었던 느와르에 ‘예쁘다’는 말이 어울리는 이종석이 도전했다.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브이아이피’는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다. ‘브이아이피’에서 이종석은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을 연기했다. 모두의 통제 위에 군림한 김광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향해 차가운 비웃음을 남긴다.

이종석은 맑은 소년 같은 미소를 무기로 거친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상을 남겼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이종석의 곱상한 외모와 인기에 가려진 그의 진짜 연기를 보려고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자신의 성향과 캐릭터의 방향이 충돌하며 슬럼프를 겪던 이종석은 회피나 우회가 아닌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리고 ‘브이아이피’는 이종석의 필모그래피에 진한 방점을 찍은 작품이 됐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Q. 드라마와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차이가 있나.

드라마 같은 경우 저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보통 대본이 재미있으면 결과물도 재미있어요. 상업적으로 잘될 수 있는 걸 하는 편이에요. 물론 그 안에서 작품성도 배제할 순 없죠. 영화는 드라마보다 롤이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좀 더 모험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정말 못할 것 같거나 이질감이 드는 역은 피하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브이아이피’는 도전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걱정도 되죠. 팬들이 어린 친구도 많아서 보고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요. 언제는 어린 팬이 인스타그램에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아직 어린데 ‘브이아이피’를 봐도 될지 묻더라고요. 이건 답변을 해줘야 할 것 같았어요. 고맙지만 나중에 어른 돼서 봐달라고 했죠.

Q. 팬을 향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다.

아무래도 아무런 대가 없이 응원해주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원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걸 힘들어해요. 팬들은 무조건 내편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애틋하고 공포감도 없어요.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건 해주려고 해요.

Q. 최근 인스타그램에 팬미팅과 관련해 소속사를 향한 불만을 토로해 화제가 됐다.

고치려고 하는데 많이 솔직한 편이에요. 대화를 나누고 시간이 지나 편해지면 제 속에 있는 것들을 솔직히 꺼내다 보니 오해를 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원래 SNS에 글을 잘 안 써요. 사진올리고 이모티콘 정도만 올리는데 매년 생일 즈음에 하던 팬미팅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 거죠. 기사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커질 줄 몰랐어요. 나중에 지우기도 뭐하고 해명글을 쓰자니 더 이상할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어요.

Q. 올해 팬미팅이 다음 달로 확정됐다.

팬미팅에서 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팬미팅 할 때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엄청 울었던 적이 있어요. 그냥 되게 애틋해요. 그래서 이번에도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제가 생일에 보통 혼자 보내거나 촬영장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3~4년 전부터 팬미팅을 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축하를 받고 싶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거, 내 편과 있다는 게 좋은 거죠.

   
 

Q. 이번 영화를 통해 스스로 성장한 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악역을 한다고 억지로 새롭게 보이려 하지 않았어요. 영화를 보고 제가 가진 게 무기가 됐다는 생각도 들고. 이만하면 고생하고 애썼다는 느낌이에요. 모니터링 할 때 괜찮다고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감독님, 선배님 도움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Q. 눈여겨보는 또래 배우들이 있나.

저는 우빈이(김우빈)가 가진 게 부러웠던 때가 있었어요. 너무 애틋한 친구예요. 연락은 주고받고 있어요. 남성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저도 제가 가진 걸로 사랑받았지만 없는 부분은 부럽죠. 그리고 워낙 센스가 있고 연기 스타일이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예전부터 박서준씨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친분은 전혀 없고요. 예전에 팬미팅 기획하던 연출자 분한테 박서준씨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듣고 축하영상을 찍어왔어요. 팬미팅에서 보는데 깜짝 놀랐죠. 박서준씨도 제가 좋다고 해주셨어요(웃음). 연기 잘 하는 배우들 너무 좋아요. 매력 있어요. 젊은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은 특히 찾아보는 편이에요. 같은 지문이나 대사를 줘도 각자 스타일에 따라 다르잖아요. 드라마 보면서 대사를 많이 따라 해요. 나라면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며 보면 재미있어요.

Q. 앞으로 또 연쇄살인마 역할이 들어온다면 할 의향이 있나.

얼마든지 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앞으로 최대한 많이 소진하고 소비해서 소멸할 거예요. 작가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마감 날이 정해지면 머리가 빨리 돌고 글이 나온대요. 저도 지금 사랑받고 있는 것들로 연기를 계속하면 언젠가 제가 궁금하지 않을 거잖아요. 저에게 들어오는 대본도 줄어들 테고. 그러면 스스로 새로운 걸 찾아내겠죠. 못하면 소멸할 테니까. 예전에는 연기가 행복했어요. 제가 찍은 결과물을 볼 때 행복함을 느껴요. 점점 연기를 하면서 괴로워졌어요. 잘하고자 하는 열망과 열등감으로 인해 괴롭더라고요. 그런데 또 결과물을 보면 너무 행복해요. 그런 것들이 반복되니까 ‘내가 언젠가 끝을 본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연기 외에 최근 빠져있는 관심사나 취미가 있나.

없어서 고민 중이에요. 이십대를 생각해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에게 연기를 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Q.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저는 일단 선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어요. 선배들과 하는 작업이 확실히 재미있어요. 인생이야기 듣는 것도 좋아요. 분명 선배들도 매너리즘에 빠지고 슬럼프를 겪었을 텐데 제가 앞으로 겪을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좋은 것 같아요. 조진웅 선배 멋있어요. 그리고 연기를 유연하게 하시잖아요. 조정석 선배도 좋고 조승우 선배도 좋고. 다들 조씨네요(웃음).

Q. 30대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30대와 40대를 생각한다면.

특별히 의미부여를 하거나 깊게 생각 안했는데 요즘 ‘서른 즈음에’는 들어요. 저보다 형님들에게 물어보면 제 나이쯤 되면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일상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저에겐 일상이 촬영이라서 반대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밖에서 친구도 만나고 사람 많은 곳도 가려고 해요. 친구들과 워터파크에 간 적 있어요. 모자 푹 눌러쓰고 갔죠. 인생에 있어 손에 꼽을 정도의 일이에요(웃음). 옛 친구들도 만나기 시작했어요. 확실히 어릴 때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 친구들은 저를 그냥 그때처럼 대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