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변신’ 배성우 “장르 연기, 일단 땅에 발을 붙인 사람처럼 보여야”
[인싸인터뷰] ‘변신’ 배성우 “장르 연기, 일단 땅에 발을 붙인 사람처럼 보여야”
  • 승인 2019.08.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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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성우/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배성우/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성우가 공포영화의 주연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스릴러다. 악마가 스스로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신선할 설정을 기반으로 가족의 틈에 일어나는 의심과 균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와 증오를 다룬다. 

구마사제 중수 역을 맡은 배성우는 말끔한 사제복을 입고 따뜻한 인간미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폭넓은 연기를 펼친다.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받은 배성우는 ‘변신’이 갖고 있는 신선한 소재와 전개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관객의 만남을 앞둔 배성우는 “서스펜스 성격이 강하고 판타지에서 비롯되지만 해결은 정서적이라 그런 결합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정서적으로 공감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떨리는 심정을 털어놨다.

“작년 초에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그때는 감독님도 안계셨어요. 소재가 신선했고 잘 활용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드라마를 한창 촬영하는 중이라 재밌게 봤다는 정도만 말씀드렸는데 드라마가 끝나고 계속 제안을 주셔서 하게 됐죠. 그리고 감독님이 오시고 각색이 됐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이 잘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디자인하는 게 방법이겠다 싶어서 감독님이 각색한 버전으로 찍게 됐죠. 이전에는 사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훨씬 인물 중심의 이야기가 됐어요. 정서도 뜨거워진 느낌이 있고요. 중수 캐릭터도 훨씬 고뇌하는 인물이 됐어요.” 

본격적인 공포 영화는 처음인 배성우는 “예전에 ‘오피스’를 할 때도 재밌었다. 이번에는 장르적으로 더 호러로 규정지을 수 있는 작품이니까 관객이 놀라실 때 좋더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한때 관객으로서 공포영화를 멀리 했던 배성우는 ‘변신’ 촬영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공포영화를 섭렵했다. 

“영화 자체를 좋아하니까 한국 오컬트는 극장에서 다 봤어요. 요즘은 장르적으로 섞여있어서 재밌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엑소시스트’ 감독판을 극장에서 보고 한동안 공포영화를 멀리했어요. 옛날 영화라서 분장도 티가 나는데 영화 전체에 흐르는 공기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 때문인지 후유증이 심하더라고요. 이번에 공포영화를 찍어야하니까 다시 공포영화들을 찾아봤죠. 장르에 따라서 연기 톤을 다르게 하려고 안 해요. 일단 땅에 발을 붙인 사람처럼 보여야 웃기는 것도 울리는 것도 실감이 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판타지 요소가 있는 공포영화라서 어떤 식으로 촬영되고 어떤 무드가 형성되는지 참고하려고 요즘 공포물을 많이 찾아봤어요. 역시 공포영화라고 해서 특별하게 연기하지 않더라고요.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연기도 점점 실생활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장르나 캐릭터에 갇혀 과하거나 혹은 제한된 연기를 한다면 관객에게 정서를 온전히 전할 수 없다. 배성우는 공포장르에 집중하기보다 인물의 정서를 중점에 두고 연기했다. 또한 구마사제보다는 삼촌이라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유발되는 감정과 관계에 집중했다.

“정서적으로 봤을 때 중수는 가족의 일환이라 죄책감과 희생에 대한 부분이 있어요. 가족은 모두가 조금씩 죄책감을 갖고 사는 것 같아요. 싫은 부분도 미안한 부분도 있죠. 구마사제라는 건 캐릭터의 정서를 설명하기 위해서 나온 장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족에 집중하고 구마사제는 도움을 주는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어요.”

배우 배성우/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배성우/사진=(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성우가 연기한 중수 캐릭터의 감정은 후반부 형인 강구(성동일 분)과의 갈등을 겪으며 폭발한다. 이미 드라마 ‘라이브’, 영화 ‘안시성’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성우와 성동일은 시나리오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장면을 완성했다.

“‘라이브’를 할 때도 감정을 주고받는 분량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형제고 극한 상황이라 쌓인 감정도 많고 애틋했어요. 연기하는 맛은 짜릿했어요. 선배님이 본인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때도 감정을 주고받아줬어요. 후반부에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는데 선배님도 많이 울면서 뜨거운 연기가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가족의 이야기라서 마음이 아픈 것 같아요. 악마보다 가족 걱정이 무서운 거 같아요. 가족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거고 반대로 내가 가족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구마 의식을 하면서 악마와 마주하고 피를 뒤집어쓰는 등 격한 장면들을 소화한 배성우는 가장 고생했던 장면 중 하나로 벌레와 촬영했던 신을 떠올려 눈길을 끌었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건 타고난 거예요. 시골에서 자란 분이라고 벌레를 안 무서워하는 건 아니에요. 이번에 쥐랑 지네를 가져오고 관리하는 팀이 있었어요. 오셔서 벌레들을 풀어놓고 연기 마치면 다시 데리고 가세요. 문을 열면 그 안에 쥐, 지네, 파리가 막 있는 건데 그래도 세트장이라서 공포는 덜했어요. 그분들이 애드리브가 강해요(웃음). 자꾸 저에게 다가오더라고요. 나중에 쥐는 친해졌어요. 끝까지 존재감을 발휘한 건 지네였어요. 크기도 크고 말도 안 듣고. 관리하시는 분들이 물리면 안 된다고 해서 겁먹었죠.”

올해 ‘변신’으로 처음 관객을 만나는 배성우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현재는 영화 ‘출장수사’를 촬영 중이다. 다작을 이어오며 주연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그는 “연기하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지난 길을 돌아봤다. 

“연기하는 마음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이전에 하던 것처럼 설득력을 갖추는 게 중요했죠. ‘변신’에서 이름이 가장 앞에 나오는 상황이니 극 전반을 끌고 가는 부담이 느껴지긴 했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볼 때 가족이 함께 끌고 가는 느낌이 강했어요. ‘더 킹’이나 ‘꾼’, ‘라이브’도 그런 식으로 진행됐어요.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거라 생소한 느낌은 없었어요. 모두가 잘 해줬다고 생각해요. 현장이 즐거웠다고 말씀드렸는데 크게 웃고 떠든다기보다는 화목한 가족 같았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