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박소담 “‘검은 사제들’ 이후 슬럼프, 연기 다시 하고 싶을 때 ‘기생충’ 만났다”
[인싸인터뷰] 박소담 “‘검은 사제들’ 이후 슬럼프, 연기 다시 하고 싶을 때 ‘기생충’ 만났다”
  • 승인 2019.06.0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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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소담/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소담/사진=CJ엔터테인먼트

“저희 부모님도 9시 뉴스에 제가 나오니까 거실에서 서로 멀뚱멀뚱 쳐다봤어요. 부모님께서 엄청 좋아하시는데 주변에 자랑하는 성격은 아니세요(웃음). 연락이 많이 오는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모르시고. 이 많은 관심을 감당하는 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2015년 ‘검은 사제들’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예 박소담이 어느덧 칸 레드카펫을 밟는 여배우가 됐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제 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박소담은 기택의 딸 기정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검은 사제들’ 이후 현실적인 연기에 목말랐던 박소담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등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감독과 배우를 만나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처럼 완벽한 콘티와 연출 속에서 연기하는 짜릿함도 맛봤다.

“시나리오를 쓰실 때부터 모든 동선을 계산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동선에 맞춰 집도 지었는데 그 모든 걸 계산하고 쓰셨다는 게 너무 놀라웠고 매 컷마다 콘티가 정확했어요. 동선과 대사, 카메라 무빙이 많은 컷도 처음에는 설명을 듣고 가능한가 싶었는데 딱 맞아떨어지니 짜릿하더라고요.”

박소담이 연기한 기정은 전원백수 기택네 막내로 미술에 재능이 있지만 그 꿈을 펼치진 못한 청춘이다. 어디서도 기죽지 않고 당차지만 그 안에는 남몰래 실패를 감내하는 시간들도 있었다. 박소담은 기정의 당찬 모습 속에 숨어있는 아픔을 바라보며 연민을 느꼈고 본인과의 공통점을 찾아가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기정이라는 친구는 정말 실력이 있어요. 비록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혼자서 자료도 찾아보고 공부했을 거예요. 운이 안 좋아서 잘 안 된 거죠. 당차게 보이지만 저는 짠하더라고요. 모두가 노력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잖아요. 저도 졸업하고 한 달에 오디션을 17개씩 본 적도 있어요. 기정이도 가족에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실패가 있었고 혼자 삭이는 시간이 있었을 거예요. 저희가 살면서도 너무 행복하다가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그런 변화들을 감독님이 러닝타임에 모두 넣으신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기정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박소담은 연기가 좋았고 두려움이 없었지만 이름을 알린 ‘검은 사제들’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본인의 연기에 확신도 없었고 사람들의 관심이 서서히 부담으로 느껴졌다. 한동안 배우의 길을 다시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하며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이 살아날 때쯤 봉준호 감독의 호출을 받고 ‘기생충’에 합류 할 수 있었다.

“기정과 비슷한 부분이 꽤 많아요. 할 말은 해야 하고 사람을 만나는데 두려움이 없는 것도 비슷해요. 그래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건가 싶어요. 저희는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 제 이야기를 해야 하고 수많은 스태프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잖아요. 시선이 두려웠다면 못했을 거예요. 일을 잠시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는 시선이 두려웠어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검은 사제들’을 하고 관심을 많이 받았고 부담이 됐어요. 다행히 충분히 제 시간을 갖고 이 일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어요. 다시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을 때 봉준호 감독님의 연락을 받아서 감사함을 충분히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 되게 행운이죠.”

칸에서 만장일치 극찬을 이끌며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구성원으로 더 없이 좋은 연기 경험을 쌓은 박소담. 시나리오를 받고 캐릭터를 준비하고 카메라 앞에서 열연을 펼치던 배우의 시간을 지나 이제 완성된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할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박소담은 배우에서 다시 한 명의 관객이 되어 ‘기생충’을 온전히 즐길 차례다.

“개봉하고 많은 관객이 보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반응은 아직 안 봤어요. 보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이전에는 아예 찾아 볼 용기도 없었어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도 없었어요. ‘기생충’을 할 때는 심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봉준호 감독님, 송강호 선배님 모두 계속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셔서 기정의 에너지가 나왔던 거 같아요. 처음 기술 시사 때는 영화 전체를 보기 힘들었고 칸에서 두 번째 볼 때는 조금 보이더라고요. 이제 관객의 한 명으로 영화를 보고 싶어요. 혼자 극장가서 보려고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