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온전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그리즐리…“음악 만드는 순간이 가장 큰 성취”
[NI인터뷰] 온전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그리즐리…“음악 만드는 순간이 가장 큰 성취”
  • 승인 2017.09.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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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이더를 날리고 학습지를 풀던 어린 시절, TV를 보고 계신 아버지와 밥을 짓는 어머니의 모습. 지금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평범하지만 행복했던 시절이다. 아무런 걱정 없던 어린 시절부터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지금까지, 가수 그리즐리(Grizzly)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는 자연스레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즐리는 그동안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직접하며 한곡한곡 그의 가치관과 감성을 담아왔다. 1월 발매한 싱글 앨범 ‘불면증’을 시작으로 상반기에만 싱글 앨범 3개와 하나의 정규앨범을 냈다. 그사이 솔로로 데뷔한 청하의 선공개곡 ‘월화수목금토일’ 작사·작곡을 비롯해 다양한 외부작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완성된 아티스트의 모습을 갖춘 그리즐리가 21일 싱글앨범 ‘디퍼런스(Difference)’를 발매했다. 영화를 모티브로 만든 두 곡은 연인의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담으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자극한다.

Q. ‘투모로우(Tomorrow)’, ‘달라’는 어떻게 만들어 진 곡인가.

‘투모로우(Tomorrow)’, ‘달라’ 두 곡 모두 영화를 보고 만들었어요. 두 곡이 같은 스토리로 연결돼 있어요. 영화 ‘노트북’과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는데 두 영화의 남녀주인공의 사랑하는 모습이 상반돼 보였어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남자는 아티스트 성향이 강한 반면 여자는 현실적이죠. 그런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 스토리를 연결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쓰게 됐어요. ‘미드나잇 인 파리’는 가장 좋아하는 영화예요. 12번 정도 봤어요. 곡이 안 나오고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자주 봐요. 이번에 재킷 촬영을 해준 김혜정씨가 있는데 그 분도 영화광이라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거의 대사를 외울 정도예요. 이번에 재킷 작업은 완전 마음에 들고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어요. 프로듀서랑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알로하맨에게도 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영감을 받은 영화를 보고 저의 음악 존에 들어와 주셔서 이번 작업은 재미있었어요.

Q. 이번 곡들의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작업실에서 디렉팅보고 코러스하고 혼자서 다 했어요. 밤 12시에 회사분들 다 나가달라고 하고 이틀 연속으로 녹음했어요. 모든 과정을 올 메이킹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전에도 작사, 작곡은 했는데 이번에는 디렉까지 혼자 했다는 게 다른 점이에요. 발매되기 전에 주변에 들려줬는데 제 색이 묻어 나와서 더 좋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디렉을 받으면 그 사람의 색이 저에게 들어오니 맞춰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이번에는 ‘후회해도 내가 하자’는 마음으로 마음대로 했어요. 그래도 ‘더 내려놓을 걸’하는 아쉬운 점은 있어요.

Q. ‘폴링 다운(Falling down)’부터 본격적으로 본인이 작사·작곡한 곡을 발표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그때는 진짜 순수했던 것 같아요. 사람도 그렇고 음악적으로도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도전적이었어요. 그때는 겁이 없었어요. 지금 ‘폴링다운’ 들으면 음원내리고 싶어요(웃음). 그때는 너무 행복했어요. 지금은 곡을 만들려고 하다가도 덮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1절이 나온 상태에서도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두고, 가치관이 안 맞을 때도 있고요. 음악적으로 발전은 많이 했지만 예전 같은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올해만 벌써 싱글앨범을 3개 발표하고 정규앨범도 냈다. 유독 바쁜 한해인 것 같은데.

앨범 준비하고 싶어요. 회사에서 이번에 두 곡 내고 앨범을 만든다고 했는데 계속 뭐가 추가돼요. 이번에도 한 곡만 내려다가 두 곡을 내게 됐어요. 저는 연결된 스토리라서 한 번에 두곡을 내고 싶었는데 그것도 일주일 간격으로 나오게 됐네요. 올해가 힘들어요. 제 곡 외에도 청하 ‘월화수목금토일’, 에이아 ‘뚝뚝’도 작업했고 ‘불후의 명곡’에 나가는 곡 편곡도 했고 비원에이포(B1A4) 곡 작업도 하고요. 외부작업이 돈은 되는데 에너지를 많이 써요. 제 앨범은 공을 더 들여야 하는데 외부 곡을 많이 낸 것 같아요. 올해 잘 마무리하고 앨범 만들고 싶어요.

Q. 외부 작업을 할 때와 본인의 곡을 만들 때 차이가 있나.

괴리감이 들어요. 제 곡이 아니고 파는 입장에서 곡을 쓰다 보니 상업적인 구간들을 생각하게 돼요. 그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며 음악을 만든 적이 없는데 제 자신이 싫어지는 경우도 있고. 저랑 크래커라는 팀이랑 셋이서 팀 콜럼버스라는 프로듀싱 팀을 만들어서 하고 있는데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Q. ‘팀 콜럼버스’는 어떻게 만들어 졌나.

대표님이 청하씨 곡 작업을 맡기면서 시작됐어요. 크래커와는 10년 정도 함께 지내서 너무 편한 관계예요. 팀을 만들어서 외부작업을 하자고 해서 팀명을 정하고 활동했죠. 제가 아는 작가, 프로듀서 들은 정말 다양한 걸 해요. 장르 구분 없이 하고 있는데 저희는 진짜 잘할 수 있는 것, 다른 작가나 프로듀서가 하지 않는 신대륙을 발견하자는 의미로 ‘팀 콜럼버스’라고 지었어요. 청하 곡도 했고 ‘불후의 명곡’에서 편곡도 했어요. 지금도 B1A4와 청하 곡 작업하고 있어요.

Q. B1A4 산들과 고향 친구인데 함께 작업하니 어떤가.

B1A4 산들과 친구인데 저는 진영씨가 굉장히 놀라웠어요. 디렉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너무 잘하더라고요. 아이돌도 저런 걸 할 수 있고 우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색도 진하고 노래도 잘하고 프로듀싱까지 잘 하시니 대단하다고 느꼈죠.

   
 

Q. 최근에 이승환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섰다. 큰 무대에 선 소감은.

제가 한 공연 중에 가장 재미있었어요. 관객분들이 제가 말하기도 전에 소리 질러주시고. 정말 그런 분위기에서 노래하니까 몰입이 잘 되고 더 즐기게 돼요. 공연을 끝내고 나와도 행복감이 유지돼서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연을 하면 리스너 유입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앨범 내는 것 보다 공연을 몇 개 더 하는 게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승환 선배가 음악 잘 듣고 있다고 해주시고 무대 내려올 때는 ‘너 잘해’라면서 농담도 해주셨어요.

Q. ‘글라이더’, ‘미생’, ‘아이앤아이(i&i)’ 등을 보면 과거에 대한 향수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나.

‘글라이더’에서 이야기했던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니면 유치원을 다닐 나이. 나이가 들고 음악이 늘고 성숙해지는 자체가 사실은 무서워요. 제 색이 굳어져 가는 것 같고 그게 저의 가치관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계속 순수함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아이앤아이(i&i)’도 그렇고 앨범 인트로 곡도 그런 내용이 있어요. 저는 유치원 대신 미술학원을 다녔는데 유치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그때 저희 집 잘 살았는데 왜 안 보냈는지 아직 답을 못 들었어요(웃음). 유치원생들이 입는 노란 옷이나 모자, 그런 노란색이 유년시절 큰 기억으로 남아요.

Q. 곡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나.

매번 똑같은 집, 작업실에서 똑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오랜 시간 반복돼서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소진됐어요. 이번 곡이 나오기 전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때의 행복한 바이브를 이어가고 영화를 보면서 곡이 빨리 탄생했어요. 돈 모아서 여행가고 싶어요.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보고 싶고요.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서 ‘아티스트는 쉬고 있을 때 가장 열심히 일한다’는 말인데 120퍼센트 공감해요. 여행가고 쉬고 돌아오면 휴대폰에 메모가 가득해요. 쉬는 도중에도 계속 떠오르는 게 있으면 적는 거죠. 일이긴 한데 그건 행복해서 하는 거니까.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요. 잠을 잘 못자는 편인데 자기 전에 잡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한 줄이 떠올라도 바로 적어요. 몇 달 전에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메모만 234개, 음성 메모도 80개 정도 있었었는데 날아갔어요. 적어도 5곡은 나올 텐데 기억이 안나요(웃음).

Q. 올해 첫 정규 앨범을 냈다. 아티스트로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앨범을 내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저의 이고(Ego)가 엄청 커졌어요. 사람들에게 계속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예전에는 부끄러웠어요. 지금은 막 안 친한 사람들한테도 나올 곡들을 들려주고 싶다는 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에요. 음악을 만드는 순간이 저에게 가장 큰 성취예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큰 쾌락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가진 생각들이 3분으로 표현될 때의 기분은 말로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EGO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