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유지태, ‘영화밖에 모른다’는 이 배우의 무한변신
[SS인터뷰] 유지태, ‘영화밖에 모른다’는 이 배우의 무한변신
  • 승인 2016.11.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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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를 떠올리면 ’연기 장인’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오른다. 어떤 캐릭터도 찰떡같이 소화하는 연기 소화력 때문이다. 게다가 함께 하는 배우들과 감독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그의 젠틀함은 배우 유지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인터뷰 전날 하루 앞당겨진 ‘스플릿’의 개봉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플릿’의 배급 시사회 이후에 반응이 좋아서 개봉일이 하루 앞당겨졌어요. 시작이 좋아서 기분도 좋고, 덕분에 자신감도 붙은 것 같아요.”

그간 많은 도박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었지만 기존 도박 영화와의 차별점을 찾지 못해 출연을 고사해 왔다는 유지태는 도박 볼링을 주제로 한 ‘스플릿’의 신선함과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출연 선택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고를 때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시나리오가 설득이 되는 것이 우선이에요. 스플릿같은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면 언제든 도전해 볼 만 하죠. 그리고 저는 어떤 영화를 하던 간에 레퍼런스를 챙겨 보면서 그들의 한계는 무엇이고 내가 할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볼링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더라고요. ‘왜 그럴가’ 생각해 봤는데 볼링이 다이나믹한 운동이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감독님이 소재를 잘 골랐다고 생각했었죠. 덕분에 볼링 협회에서도 도움을 많이 주시고, 정말 호의적이고 유복한 환경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스플릿’은 30억 중예산 작품이자 최국희 감독의 상업 장편 데뷔작. 많은 배우들이 고예산, 다경험 감독의 작품 출연을 선호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유지태의 선택에 부담은 없었을까.

“고민은 없었어요. 우선 시나리오 완성도가 어느 정도 있었고, 감독님을 만나봤을 때 뚝심도 느껴지고 박력도 있으셨었거든요. 감독은 그런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국희 감독님이 흥행 감독으로써 좋은 자질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구나 생각했고 찍으면서 그런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영화를 다 찍고 난 지금은 확실한 자신감이 있어요. 쓰랑꾼에서 천만 배우로, 성공할 것 같지 않나요? (웃음)”

   
 

이번 영화에서 유지태는 여배우 이정현보다도 이다윗과 더 많은 호흡을 맞췄다. 안정적인 자폐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이다윗과의 호흡에 대해 유지태는 “너무 귀엽고 예뻤다”고 입을 열었다.

“연기도 잘하고 귀엽고 예쁜 친구였어요. 너무 귀엽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보이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평소 작품을 하게 되면 같이 하는 배우들의 장점을 많이 보려고 해요. 저 또한 장단점이 있는 사람이고, 같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면 그 사람의 장점이 100% 녹아나게끔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윗이랑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지해주는 사이가 됐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어요.”

많진 않지만 영화 중간중간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배우 이정현에 대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잘 됐던 배우”라는 말로 설명했다.

“정현이와는 앞서 박찬욱 감독님과 작업을 해 봤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서 완벽주의자의 성향을 잘 알아서 서로의 촬영장에서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였어요. (러브라인이 많이 없는데?) 너무 멜로로 가 버리면 현실감이 떨어지고 아내에 대한 상처가 큰 인물인 철종이 희진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반감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는 ‘브로맨스’예요. 감독님이 ‘한국의 레인맨’이 될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웃음)”

이번 영화에서 유지태는 호일펌 헤어스타일에 툭 하면 욕을 내뱉고 술을 입에 달고 사는 망가짐을 불사했다. 이에 대해 유지태는 “오히려 호일펌은 내 아이디어였다. 화보 촬영이나 행사 때 해 볼 기회가 있었던 호일펌이 떠올라 감독님께 직접 제안을 드렸더니 ‘신선하다’는 답을 주셔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기 변신에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여태까지 연기 했던 캐릭터들은 대부분 도시적인 이미지, 신사적 이미지였는데 갑자기 쌍욕을 해야 하고, 망가지기도 하고, 허당끼도 있고 그러니 어색하더라고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런 어색함이 보이면 안되니까 어떻게든 정현이와 연기를 하면서 잘 메워 나가려고 했었어요.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작품에 임할 땐 그 역할만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영화에서 전직 볼링 국가대표 선수로 출연한 유지태는 쉼없이 볼링 연습을 했었다고 앞선 제작발표회와 시사회 당시 언급하기도 했었다.

“운동 신경은 원래 있는 편이에요. 끈기도 있는 편이고, 만족할 만큼 해야 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볼링 연습도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볼링의 매력은?) ‘한 방에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그거죠. 핀 깨지는 소리가 스트레스를 한 번에 풀어주거든요. ‘스플릿’을 보신 관객 분들도 볼링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오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스플릿’의 개봉 전, 유지태는 KBS ‘1박 2일’에 출연하며 기존에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허당 매력으로 브라운관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유지태는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재미있었던 경험”이라고 답했다.

“저는 열심히 했어요.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재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 않았어요. 물론 허당기나 빈틈을 보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재미이니까요. 배우들이 너무 재고 그러면 재미 없어요. 본연이 보이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아내 김효진과 소문난 ‘잉꼬부부’다운 애정을 드러내 온 유지태는 이날 인터뷰에서 세 살배기 아들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들이 아빠가 배우라는 걸 아나?) 연기하는건 아직 잘 모르겠지만 ‘범상치 않은 일을 하고 있다’ ‘비범한 일을 하고 있다’고는 느끼는 것 같아요. 일단 차가 크고, 때로는 선글라스도 끼고, 멋있는 수트도 입고 그러니까 그런 것 같아요. 요즘에는 제가 선글라스를 끼면 같이 끼겠다고 하기도 하고 따라하더라고요. (웃음)”

최근 유지태는 ‘스플릿’ 개봉을 앞두고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스플릿’ 크랭크업 이후 곧바로 이어졌던 ‘굿와이프’ 촬영과 영화 ‘꾼’ 촬영까지 쉴틈 없이 ‘열일’ 중인 유지태는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촬영 때문에 아들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본능적으로 아이가 엄마랑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죠. 아내는 아들에게 뺏기고, 아들은 엄마한테 뺏기고. 그러면서 저는 또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하지만 아들이 나중에 조금 더 성장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려고 하고 있어요.”

슬하에 아들 한 명을 가지고 있는 유지태, 김효진 부부. 유지태는 “딸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 곧바로 “있죠”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딸 욕심이요? 당연히 있죠. 하지만 효진이도 꿈이 있으니까요. 효진이도 배우로서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멀리 보려고 하고 있어요.”

   
 

현재 유지태는 차기작인 영화 ‘꾼’ 크랭크인 후 촬영과 함께 ‘스플릿’ 관련 행사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굿 와이프’ 촬영 끝난 후 3주 쉬고 바로 ‘꾼’ 촬영에 들어갔어요. 지금 현재 20% 정도 촬영한 상태에요. ‘꾼’에서 맡은 캐릭터는 ‘굿 와이프’ 속 이태준 검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요. 야망이 있거든요. 지금은 이번 작품 촬영이 끝난 후 할 영화를 협의 중이에요. 앞으로 계속 휴식 없이 가려고요.”

잡기에 능하지 못해서 영화밖에 모른다고 자신을 설명하는 유지태는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 후 벌써 18년차에 접어든 배우다. 그런 유지태는 자신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코미디 영화’라는 다소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스플릿’도 어느정도 코믹한 요소가 있지만 진짜 포복절도 하는 코미디 영화를 한 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탈진될 정도로 촬영할 수 있는 사극에도 도전해보고 싶고요.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외국에 나가서도 한 번 경쟁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