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아가씨’ 김민희 “꾸준히 열심히 했다는 노력 인정받고 싶어”
[SS인터뷰] ‘아가씨’ 김민희 “꾸준히 열심히 했다는 노력 인정받고 싶어”
  • 승인 2016.06.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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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돌아왔다. 파격과 금기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파격의 중심에는 김민희와 신예 김태리가 있었다.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의 속고 속이는 관계를 그렸다. 영화 속에서 아가씨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는 아름다워도 너무 아름다웠다. 명화를 떠올리게 하는 고상한 비주얼에 무심하게 내뱉는 말투, 순진무구한 행동은 아가씨(일본어 표현인 ‘오죠사마’가 더욱 어울린다)라는 단어 한 곳에 자리 잡은 동경의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했다.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캐릭터도 잘 살아있었고 다른 캐릭터의 밸런스가 좋았어요. 배우로서 작품 속에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은 잘 표출된 것 같아요. 시대극도 새로웠고 다른 색다른 도전들도 많았어요. 물론 노출에 관해서는 고민이 있었지만 끌리는 부분이 더 많아서 고민이 길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하정우 씨, 조진웅 씨도 먼저 캐스팅이 돼있었고, 박찬욱 감독님도 좋았죠.”

   
 

‘아가씨’는 파격적인 노출, 동성 애정신 등 자극적인 부분들이 부각되며 이목이 집중됐다. 배우로서 당연히 부담스러운 부분이지만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시나리오와 감독, 배우들이 모였다. ‘아가씨’는 3부로 이뤄져 인물들의 관계를 시점을 달리하며 다룬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만 1부와 2부에서 비춰지는 히데코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3부까지 이어지는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관계와 심리 변화 속에서 김민희는 순진한 듯 영민하고 잔인하기도 한 히데코가 되어 중심을 잡아야했다.

“캐릭터를 위해서 뭔가를 만들어 놓고 틀을 만든 건 없었어요. 제 안에 그동안 쌓여있던 다른 것들이 적용했겠죠. 그냥 이 캐릭터에 제가 어떤 색을 입힐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접근했어요. 어떤 신에서는 그냥 떠오르는 직관에 따라 접근하기도 했어요. 워낙 캐릭터가 감정이 다양하고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이라 구체적인 틀을 만들지 않았어요. 그저 글 안에 표현된 인물에 제 개성을 넣었죠.”

   
 

김민희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받은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캐릭터 연기를 위해 준비한 것을 묻는 말에 김민희는 ‘연기를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라며 되물었다. 머리에서 그림을 그리며 연기를 준비한다는 김민희는 히데코를 완성하는 과정을 그저 즐겼다. 히데코를 전형적인 인물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김민희는 2부에서 드러나는 반전의 모습에서도 전형성을 피하기 위해 의외의 모습들을 넣어 인간미를 더했다. 순진하듯 영민한 ‘아가씨’와 닮은 구석이다.

히데코는 후견인인 코우즈키(조진웅 분)에게 어린 시절부터 훈육당하며 음서를 낭독해왔다. 소수의 귀족들 앞에서 히데코는 낭독회를 하며 그들의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히데코가 일본어로 음서를 읊는 장면은 어찌 보면 애정신보다 아찔한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다.

“낭독회 장면에서 일본어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었어요. 이어지는 연기를 즐겼으면 했고 능숙하게 해내고 싶었어요. 낭독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제스처가 나오더라고요. 낭독회 자체가 연극적이잖아요. 일인다역을 소화해야 하는데 마음껏 즐겼어요. 혼자 하는 연기가 재미있었어요. 어린 여자, 나이가 있는 여성의 목소리도 내고 나이 있는 신사의 목소리도 구분지어 내면서 감정도 달리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3부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요소들이 영화를 밀도 있게 채우지만 그래도 ‘아가씨’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장면은 동성의 애정신이다. 수위는 분명 높지만 둘은 단순한 욕정을 넘어 대화를 주고받듯 세밀하게 교감한다. 부담감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김민희는 “감독님의 영화잖아요. 저는 배우로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라며 “감독님이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었어요. 저보다 훨씬 많이 고민하셨으니 존중해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아가씨’에서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는 대체할 배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비주얼과 연기 모두 뛰어났다. 영화 ‘화차’,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등을 통해 신뢰를 주는 배우로 자리 잡은 김민희는 과거에는 지금과 사뭇 다른 평을 들어 왔다. 하이틴 스타로 데뷔한 김민희에게 한때 ‘배우’보다는 ‘스타’라는 수식어가 어울렸고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왔다. 배우로서 괴로운 시기를 지나 지금은 호평일색이다. 이에 그녀는 “그 시절에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을 수는 없잖아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김민희는 의외로 혹은 역시나 덤덤했다.

“그냥 제 작품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라는 작업이 좋은 건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두고두고 본다는 점이잖아요. 지금의 평가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냥 차근차근 할 일을 즐기면서 잘하고 싶어요. 물론 좋은 평가를 받으면 기쁘죠. 이를 통해 제 작품을 보지 못하신 분들이 그간의 작품도 다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꽤 오래 꾸준히 일을 해왔고 열심히 했다는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요. 저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바뀌었다고 했는데 제 안에서는 갑자기 일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차근차근 노력했고 작품 만날 때 마다 소중히 생각했어요.”

   
 

어느덧 김민희는 17년차 배우가 됐다. ‘아가씨’에서 함께 호흡한 신예 김태리를 비롯해 김민희를 동경하는 후배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김민희는 이런 후배들의 존경어린 시선에 기뻐하면서도 누군가의 평보다는 스스로 노력과 성취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촬영 전부터 따라다니던 노출 수위에 관한 관심도 그녀에게 거슬리는 요소가 아니었다. 그녀는 세간의 평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연기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일도 제 삶의 일부분이니 그것조차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에게 행운인 것 같아요. 지금 제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살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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