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피노키오’ 김영광도 서범조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SS인터뷰] ‘피노키오’ 김영광도 서범조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승인 2015.02.0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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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이현지 기자] 뭐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과정에는 시행착오도 있는 거다.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연출 조수원 l 극본 박혜련)의 김영광도 그랬다. 좋은 작업이었고, 연기를 하는데 있어 좋은 토대가 됐다. ‘피노키오’를 통해 뱃살을 얻고 볼살을 잃었다. 초반부에는 힘들었고, 의도한대로 시청자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성장하는 서범조와 함께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범조는 어머니 품에서 나왔잖아요. 기자라는 목적 없이 인하 때문에 기자가 된 인물이었어요. ‘아홉수 소년’ 끝나고 ‘피노키오’를 했는데 전작에서는 연체동물 같은 느낌이었어요. 오징어처럼. ‘피노키오’에서는 테크닉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어요. ‘아홉수소년’처럼 편하게 하면 안됐어요.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야 했어요. 함축적인 장면이 많았는데 그 부분을 시청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한 게 아쉬워요.”

서범조는 평생 먹고 살 재산을 이미 다 갖고 태어난 재벌 2세다.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살아 구김살 없고 천성이 밝다. 사람들이 힐끔거릴 정도로 모델처럼 매끈한 외모와 몸매를 가졌고, 패션 감각도 뛰어나다. 반듯한 청년이 극 중 어머니 박로사(김해숙 분)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모습을 보면 잘 차려진 교복을 입은, 말 잘 듣는 유럽의 어느 명문가 자제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혜련 작가님에게 어머니라고 안하면 안 되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항상 존댓말을 하잖아요. 조금은 풀어주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작가님이 그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어렸을 때 엄격한 교육을 받았고, 그건 재벌들 사이에서 당연하다는 말씀이었어요. 초반에는 불편했어요. 말투가 어려웠어요. 실제로 엄마한테 존댓말을 쓰지 않으니까요.”

   
 

밝기만 한 범조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즐겁고 행복하기 만한 인생에 충격적인 일이 있었는데 인생에서 없었으면 좋았을 일이었고, 인생에게 큰 변화를 줘야 했다.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우리 엄마 박로사(김해숙 분)가 사실은 ‘악당of악당’이었고 돈벌기에 남의 아픔을 이용하는 악당 끝판왕 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범조는 기하명(이종석 분)과 아픔을 공유했다. 그리고 “힘들었겠다, 너”라고 위로 했다.

“하명이랑 붙으면 슬프고 애처로워 져요. 하명이 범조 두 사람 다요. 둘 다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감정선이 비슷해요. 범조는 특히 13부 이후에 불쌍해 졌어요. 티 없이 맑은 아이가 그늘이 생겼어요. 불쌍함의 아이콘이 됐죠. 이제 시련을 이겨내고 컸잖아요. 아픔들에 비해 성숙하고 밝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겠죠?”

초반 회사까지 어머니를 오게 한 아들 서범조는 결국 그 어머니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결국 어머니는 교도소에도 가야 했다. 올바르지 않은 것을 바로잡기 위해 ‘총대’를 맨 것은 서범조였다. 얻은 것도 많았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이 상황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 거죠. 하명이와 인하의 과거를 알고 많은 고민을 하고 미안했을 거예요. 저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냐. 증거를 하명이에게 넘기는 것은 1차원 적인 거죠. 어머니를 건드리지 않고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게 범조의 자수였고, 그게 범조에게 정의로운 방법이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어도 고민을 했을 거다. 결론으로는 범조랑 같은 행동을 했을 거예요. 어머니의 부정을 밝힌다면 전 어머니를 배신한 건데 진짜 짊어지려고 했던 거죠. 어머니의 자수를 유도하기 위해 제가 자수를 한 건 아니었죠.”

   
 

“‘피노키오’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게 ‘피노키오’의 결말이었다. 그동안 누려온 부가 사라지고, 엄마는 교도소에 가서도 불편한 곳에서 지냈을 ‘아들’을 걱정했다. 다시 마와리(배정받은 경찰서 등을 돌며 사건사고를 챙기는것)를 돌아야 하는 수습기자가 됐다는 것도 어쩌면 시련이다. 어머니의 힘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때문에 나온 MSC를 재입사하기 위해 면접장에 나타났다. 면접을 무사히 통과했다면 기자가 됐을 거고 또 마와리를 돌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 ‘피노키오’에서 서범조는 20회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까?

“마와리를 돌다가 인하한테 깨지고 정신도 차리겠죠. 인하는 결혼을 했을 거고. 과거의 범조와 똑같은 동기를 만났을 거 같아요. 그냥 한 번 해보러 온 여자를 만나서 저는 괜히 가르치려 드는 거죠. 그러다 정들어서 좋아지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요? 기자로써는 멋진 기자요. 사회부가 아니더라도 멋있었으면 좋겠어요. 김공주 기자가 초반에 인하랑 연탄 깼을 때, ‘너희들이 기자야!’라고 말하잖아요. 그런 기자가 됐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수감 생활을 마치고 부활 해 착한 기업을 경영하시고요.”

김해숙은 방송에서도 항상 “아들~”이라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엄마의 모습을 보여줬다(소름 돋을 만큼 차갑게 변신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어머니 김해숙과의 촬영은 드라마와 똑같았다. 김해숙과 김영광 두 사람 모두 “어머니” “아들”이었다.

“김해숙 선생님은 항상 대사를 맞춰주셨어요. 무조건 맞춰봐야 한다고요. 대본을 숙지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과 다르다고 하셨어요. 상대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리딩을 꼭 하셨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조언하고, 어떤 자세로 들어야 하는지를 알려주셨죠. ‘너라면 어떨지 잘 듣고 있어봐’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이라고 안 부르고 어머니라고 불렀어요. 실제 어머니, 아들이 있을 법 하게끔 보이려고요.”

   
 

처음 시작을 모델로 한 김영광은 인정받는 모델이었다. “모델에서 최고였다”란 질문에 “최고됐다고 해야하나”라고 겸손해 하지만, 연기를 하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는 작품을 마무리할 때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모델에서는 일을 많이 했죠. 다른 친구들이 안한 것도 했으니까요. 좌절감 이라는 게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그랬어요. 모델을 할 때는 신나서 했으면 됐고요. 드라마 현장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누구나가 쫄 거예요. 알고 보면 세상 누구보다 착한 스태프들도 무섭고요.(웃음). 현장에서는 소심함 때문에 그런 것을 느꼈던 것 같아요. 모델과 드라마 현장은 정말 다르니까요. 한 작품 끝날 때 마다 좋아지고 있어요.”

모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연기하는 김영광의 모습을 본다. 자기 소개를 할 때도 ‘연기자’ 김영광입니다, 라고 말을 하고 기사가 날 때에는 배우 김영광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모델에서 배우가 돼는 것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수식어가 애매해요. 연기자라고 붙여야 인지가 될 것 같고요. 사실 저는 연기와 모델을 나누지 않아요. 지금 화보가 좋으면 하고 좋은 쇼가 있으면 하고 싶어요. 기자님들은 인터뷰를 하면 파트를 나눠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연기자로 성공한다고 해서 안하는 게 아니잖아요. 둘다 언제든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에요.”

그러는 동안 김영광은 많은 것을 이뤘다. 꿈꾸고, 목표했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전셋집으로 이사를 갔고, 좋은 역할을 맡아 재미있게 연기했다. 신사동 극장 외벽에 출연한 영화의 포스터가 크게 걸렸을 때는 얼굴은 없었지만 이름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 대형 스크린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감동이었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김영광은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작품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모든 작품을 하면서 계단을 올라가고 있지 내려오고 있다고 생각은 안 해요. 천천히 걷고 있는데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 매력을 묻는 질문에는 “저는 잘 모르겠다. 내 매력이라…. 다른 분들이 얘기 하는 게 활짝 웃는 거, 키, 어깨”라며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데”를 강조하며 능청스럽게 웃기도 했다.

‘남들이 말하는’ 큰 키로 성큼성큼, 그렇지만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겠지….

사진=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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