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미쓰GO' 고현정 “천수로 역, 좀 더 싱싱하고 젊은 배우 권했는데….”①
[SS인터뷰] ‘미쓰GO' 고현정 “천수로 역, 좀 더 싱싱하고 젊은 배우 권했는데….”①
  • 승인 2012.06.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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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여인으로 돌아온 고현정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여장부(女丈夫)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뛰어난 미모와 색공술을 무기로 왕들과 화랑들을 휘어잡았던 미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정치력과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그를 연기하면서, 배우 고현정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었다.

그로부터 3년. 꽤나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고현정은 ‘영원한 미실’로 남아있다.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다시 태어나고, 이전의 배역들은 관객의 마음속에서 지워버려야 하는 연기자에게는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부담이 되기도 할 터. 그러나 고현정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제가 미실을 연기할 때 받은 사랑과 관심이 정말 굉장합니다. 상도 받고. 그런데 이제 와서 부담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게 너무 좋거든요. 미실이 가끔 그립기도 하고.(웃음) 이미지를 얻는 것은 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오히려 떨치고 싶은, 힘든 무엇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저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영화 ‘미쓰GO’의 소심한 여인 천수로로 돌아온 고현정을 인터뷰 하던 날, 상당한 긴장을 했던 것도 사실. 평소 거침없고 강인한 이미지의 고현정인데다 어언 17년 전 이미 ‘모래시계’로 안방극장을 주름잡았던 ‘톱스타’ 아니던가.

   
수줍은 여인으로 돌아온 고현정 ⓒ SSTV 고대현 기자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늘 인터뷰를 위해 가는 곳이지만 왠지 발걸음에 무게가 실렸다. 두근대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들어서니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원피스를 차려입은 고현정이 서 있다. 그런데 웬걸. “안녕하세요”라며 밝게 웃는 얼굴에서 ‘미실’이 아닌 ‘천수로’가 보였다.

“언뜻 보기에 강해보이는 고현정의 이면에 아주 소심하고 나약한 천수로의 모습도 있을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고현정은 “제대로 보신 것”이라며 웃는다.

“천수로 역할을 연기할 때 좀 제 안의 부분을 극대화해야지 하는 것도 있었지만 천수로의 모습이 없는 거 같진 않아요. 사실 저는 속전속결을 좋아하거든요. 빨리 결정을 내려야 많은 사람들이 편하니까요. 화살을 하나도 안 맞으려고 하면 힘들어요. ‘빨리 맞고 끝내자’ 하는 게 있었어요. 수로를 할 때도 본연의 생각이나 그런 게 어디 가지는 않았죠. 카메라 앞에는 수로다운 게 있어야 하고 고현정이 보이면 누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좀 더 많이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천수로의 모습이 분명히 자신 안에 내재돼 있다고 말하는 고현정. 그는 많은 이들의 실생활이나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감정선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건드려야 하는 역할을 맡으면 조금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 자신에게 ‘숙제’라고 털어놨다.

“제가 이번에 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역할을 하잖아요. 그게 저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거예요. 그래서 배우는 일상이 중요한 것 같아요. 평상시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고 그게 연기에 반영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스스로는 ‘아니다’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특출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수줍은 여인으로 돌아온 고현정 ⓒ SSTV 고대현 기자

배우의 일상이 연기에 묻어난다는 고현정은 ‘미쓰GO'를 통해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진 듯 보였다. 사실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부터 ‘미쓰GO’는 고현정의 영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 제목, 조금 부담스러웠을 것도 같다.

“제가 고인돌, 고서방 등 별명이 많았어요. 대학동기들은 ‘미쓰고’라고 불렀죠. 어느 날 제게 ‘미쓰고! 시나리오 나왔어!’ 하더라고요. 이 제목이 영화제작팀 쪽에서는 ‘쭉 가자, 고고’라는 의미로 지어진 건데 어쩌면 제 기를 살려줄 의도도 있었겠죠. 처음에 전 ‘이 역할을 더 싱싱하고 젊은 배우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나이도 먹었고 반감사지 않겠나’라고 했었어요. 그랬더니 ‘왜그래? 미쓰고. 당신 아직 괜찮아’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천수로와 고현정. 혹자는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캐스팅일 수도 있겠다. 영화 속 고현정의 쭈뼛쭈뼛한 태도와 작은 일에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평소 볼 수 없었던 그의 모습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 캐릭터를 받았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이런 역할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수로의 캐릭터는 끌렸거든요. 아는 사람들의 제의라서 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착하지는 않아요.(웃음) 그냥 나이를 더 먹으면 못 할 거 같고 올해는 다 지났고, 내년에 하면 더 설득력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쓰’ 역할이기도 하고요. 하하.”

그동안 늘 주도하는 역을 맡아서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천수로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는 고현정.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는 미실이 아닌 천수로가 보였다. 그래서 왠지 더 반가운 마음. ‘빨간 구두’(유해진 분)를 향해 순진한 미소를 짓던 ‘미쓰GO’의 수로는 정말이지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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