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닥터 탐정’ 봉태규 “뿌듯했고, 말 그대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인싸인터뷰] ‘닥터 탐정’ 봉태규 “뿌듯했고, 말 그대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 승인 2019.09.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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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규/사진=iMe Korea
봉태규/사진=iMe Korea

“공중파 방송에서 (잘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드라마를 했다는 부분에서, 시간이 흐른 뒤 제 아이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닥터 탐정’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에요. 뿌듯했고, 말 그래도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2018년 SBS 드라마 ‘리턴’ 종영 이후 1년 간의 공백 뒤 ‘닥터 탐정’으로 돌아온 배우 봉태규가, ‘닥터 탐정’ 종영에 관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 5일 종영한 SBS 드라마 ‘닥터 탐정’은 산업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신종 메디컬 수사물로, 연출에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 연출을 맡았던 박준우 PD가 참여했다.

“드라마 진행에서 초반과 중반까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뒤 이야기 진행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어요. 제작진 측은 카타르시스가 덜하더라도 피해자들을 드라마적인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가 주역이 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역들이 그 장치로 남자는 선택을 했죠.”

극의 본격적인 진행이 들어가는 9, 10부에서 드라마 ‘닥터탐정’ 측은 이례적인 진행을 감행했다. 주역배우들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을 위주로 극을 꾸린 것이다. 

“이전에 한국 드라마에서 한 번도 없었던 시도라고 생각해서, ‘닥터 탐정’이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는 데 있어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유독 화기 애애했던 촬영 현장과, 그간 본인의 SNS 계정에 꾸준히 제작진과 함께한 사진을 게재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봉태규/사진=iMe Korea
봉태규/사진=iMe Korea

“작품 소재가 소재다보니 장소 헌팅이 잘 안됐습니다. 아무도 해주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1회와 2회를 구성했던 지하철 에피소드는 그 회 자체를 날려 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게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모두 지하철 사건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기관에 들어가 장소 협찬 문의를 하면 거절당했다는 점이요. 전국을 다 다녔어요.”

‘닥터 탐정’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를 위주로 한다. 사회 음지에서 병들고 죽어가는 이들, 산업 재해나 인위적 환경 재해, 직업병 등 여러 사회적 재해로 인해 고통받지만 그것이 돈이나 이윤과 직결되어 있어 외면 당하는 이들을 위해 닥터 탐정이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가 주연 배우다 보니 그런 과정들을 처음부터 봐서 어떻게 이 작품을 완성 했는 지를 지켜보았기에, 아무래도 다른 작품들 보는 이 작품에 갖는 애정이 남달라요. 이건 사명감이나 정의와는 다른 맥락입니다.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얼마나 고생하고, 애쓰는 지를 지켜본 것이기 때문에 제작진보다는 동료라고 생각해요.”

‘닥터 탐정’에서 다루는 의사는 흔한 외과, 내과 의사가 아닌 이름조차 생소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이다. 봉태규는 그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의사’ 역할에 대해 말문을 뗐다.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현장에 뛰어다니면서, 산업재해가 있는 환경에서 그걸 파헤치는 형사에 가까워요. 저는 오히려 기존 통념과 다른 의사라는 점에서 선입견이 존재하지 않아 상상력을 더 발휘할 수 있었어요. 사고가 확 열렸습니다.”

드라마의 주역은 봉태규와 배우 박진희다. ‘닥터 탐정’에서 주인공에 가까운 박진희는 지난 1998년 영화 ‘여고괴담’의 조연 박소영 역으로 데뷔했다. 봉태규는 박진희와 함께 했던 소감을 짧게 전했다.

“앞서 ‘리턴’ 촬영 때 진희 씨와 함께 했지만 부딪치는 장면을 별로 없었습니다. 사실 스쳐가듯이 한 작품을 함께 끝낸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이 작품을 함께 한다고 했을 때 너무 좋았어요. 박진희 씨는 정말 성실하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이었어요.”

그는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본받을 점과 여성 주역의 드라마에 관한 소신을 밝혔다.

봉태규/사진=iMe Korea
봉태규/사진=iMe Korea

“박진희 씨처럼 열심힌 분들과 함께하면 긍정적인 부분이 뭐냐면, 제가 한 눈을 팔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자꾸 부딪치는 상대가 열심히 하면 제가 안한게 티나서요.(웃음) 우리 드라마가, 드물게도 여성이 1번 메인에 있는 드라마입니다. 박진희씨는 주인공이 보여줘야 하는 가장 좋은 점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좋은 의견이 있다면 본인의 대사를 덜어내더라도 다른 배우에게 양보하는 점이요. 이런 자세는 제가 이번 작품에서 배운 점 중 가장 큰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박진희는 극중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도중은 역할을 맡았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유한 천재적인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도중은은 산업재해 현장 언저리를 맴돌며 미확진질환센터에 합류해 은폐된 재해와 감춰진 질환들을 발굴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닥터 탐정으로 활약한다.

지난 2001년 영화 ‘눈물’로 데뷔한 봉태규는 데뷔 20주년이 가까워진 것에 대한 소감과 20년 뒤 희망하는 본인의 모습에 대해 밝혔다.

“한 직업을 20년씩이나 할 수 있었다는 점은 정말 감사하죠. 배우라는 직업이 더 그래요, 혼자 할 수 있다기 보다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죠. 향후 20년 뒤에도 배우라는 직업을 유지한다는 것에 감사하는,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배우 박지영씨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였을 때, 유연한 사고와 후배들과 거리낌 없이 지내는 모습을 가진 선배가 된다면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이요.”

그러면서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는 배우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는 시점이 인터뷰를 하는 순간이라며 “살면서 누가 제 이야기를 할 때 이렇게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서 기분이 좋다”라면서 “두 번째는 제 작업들이 기록으로 남는 다는 거다”라고 개인 아카이브가 쌓인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봉태규는 지난 5일 종영한 ‘닥터 탐정’ 이후로 차기작을 통해 대중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뉴스인사이드 고유진 인턴기자 kjin959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