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 “예능인과 배우 사이…걱정 지나 감사함”
[NI인터뷰] ‘나의 특별한 형제’ 이광수 “예능인과 배우 사이…걱정 지나 감사함”
  • 승인 2019.04.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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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우연히 이광수를 발견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어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고 있었다. 인터뷰 장소에서 차량까지 10m도 안 되는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프린스’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SBS ‘런닝맨’을 통해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이광수는 예능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은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 이광수의 모습에 놀란다. 그리고 실제로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그의 차분하고 신중한 모습에 또 한 번 놀라곤 한다. 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이광수가 이번에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를 통해 기대를 뛰어넘는 섬세한 감성 연기로 관객들로 하여금 기분 좋은 눈물을 자아낸다.

오는 5월 1일 개봉하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지체장애인 형 세하(신하균 분), 지적장애인 동생 동구(이광수 분),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광수는 장애인을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보기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도와가며 살아가는 영화의 시선에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받고 사실 기존에 없던 소재는 아니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전에는 도움을 받고 위로 받는 역할의 장애인이 많았다면 저희 영화는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서로 돕는 영화인 것 같아서 그 안에 있는 재미와 감동이 더 와 닿았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도 그랬지만 촬영하면서도 조심스럽고 걱정도 많이 됐어요. 감독님께서 첫 미팅 때 확신을 주시고 자신감을 주셔서 함께 했지만 제가 했기 때문에 희화화됐다고 보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이를 깨고 싶어서 더 노력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조절했던 것 같아요.”

지적장애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 부족해 보일 수 있고, 그런 상황들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웃음이 과잉되거나 자칫 비하의 뉘앙스를 띠게 된다면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퇴색되기 마련이다. 감독과 이광수는 동구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하는데 있어 순수함을 중심에 뒀다. 장애를 연기하지만 이를 우스꽝스럽게 보이거나 눈물을 자아내기 위해 과하게 표현하는 것을 지양했고 담백하게 그 속에 담긴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점검을 거듭했다.

“연기적 욕심보다는 걱정이 많이 됐어요. 예능, 코믹 이미지로 인해 제 연기가 희화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장애를 재미 요소로 이용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생길 가능성이 아무래도 다른 배우가 할 때보다 제가 했을 때 더 클 것 같아 우려도 됐어요. 감독님께서 첫 촬영 때 오늘 연기한 톤으로 끝까지 간다면 생각하신 동구와 많이 흡사한 것 같다고 해주셔서 이후에는 스스로 확신을 갖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20년 동안 한 몸처럼 지낸 두 남자로 분한 이광수와 신하균. 실제로는 낯가림이 심한 두 사람은 형제 같은 호흡을 만들기 위해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나며 친분을 쌓아갔다. 특히 신하균이 이러한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었고, 이광수는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나중에 신하균 형처럼 살고 싶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는 형의 영화를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세대라 굉장한 팬이기도 해서 함께 하고 싶은 욕심도 컸어요. 하균이 형도 낯가림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먼저 연락 주셔서 자리를 자주 마련했어요. 그런 노력들이 되게 고마웠고 그래서 더 다가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20년 된 사이를 연기해야 하니까 초반부터 실제로도 가까워야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고 영화에 잘 묻어난 것 같아서 형에게 감사해요.”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이광수는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으로 아시아 전역에 사랑받는 스타가 됐다. ‘런닝맨’은 그의 이름을 알리고 지금에 위치에 올려준 고마운 방송이지만 워낙 대중에게 코믹 이미지가 진하게 각인됐기 때문에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광수 본인도 그러한 우려를 하던 시기가 있었고 연기적 고민도 있었지만 지금은 예능과 연기를 오가며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런닝맨’에서의 제 이미지로 인해 역할에 몰입이 안 된다는 분도 계시고 덕분에 더 슬프고 재밌게 몰입하시는 분도 계세요. 초반에는 예능인과 배우 사이에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무언가 보여주고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어떤 작품을 해도 모든 분들에게 ‘런닝맨’ 이광수 이미지를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지금처럼 매주 ‘런닝맨’으로 웃음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면 두 모습 모두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예능인과 배우 모두 될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지금은 모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요.”

시사회에서 영화를 처음 본 조인성은 이광수에게 “어려웠을 텐데 잘했다”는 말을 건넸다. 이광수는 ‘잘했다’는 말보다 그의 고충을 알아준 ‘어려웠을 텐데’라는 말에 위안을 많이 받았다고. ‘나의 특별한 형제’를 촬영하며 이광수는 가족, 친구, 동료 등 당연하듯 여겼던 이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이광수는 인터뷰 말미 이러한 마음을 관객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를 담았다.

“많은 관객이 보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저에게 의미 있고 행복했던 작품이에요. 저의 연기를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칭찬보다는 영화를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드는 영화예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