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류승룡 “‘극한직업’, 모두가 즐거운 좋은 과정 만들어 낸 작품”
[NI인터뷰] 류승룡 “‘극한직업’, 모두가 즐거운 좋은 과정 만들어 낸 작품”
  • 승인 2019.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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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때 턱시도를 입으면 보기엔 좋은데 불편하죠. 혹은 저에겐 너무 편한 트레이닝복인데 자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저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은 옷을 이번에 감독님이 입혀주신 것 같아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더티 섹시 매력을 내뿜으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이던 류승룡이 오랜만에 더욱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관객을 찾는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에서 특유의 ‘말맛’으로 본인의 영역을 구축한 이병헌 감독과 류승룡의 만남은 잘 만들어진 레시피와 좋은 재료의 만남처럼 맛좋은 웃음 한상을 만들어낸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마약반의 좀비반장 고반장 역을 맡았다. 고반장은 형사와 치킨집 사장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며 수사를 펼친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배우들은 장면을 상상하는데 활자 자체가 웃겼어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대사를 따라하게 되고. 활자가 주는 힘, 설계도가 주는 힘을 잘 살릴 수 있을까 부담도 됐어요. 함께 하기로 마음먹기도 전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웃음). 예를 들면 오열하는 장면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되게 웃겼는데 ‘실제로 연기할 때 전달이 안 되면 어쩌지, 활자보다 못한 놈이 되는 건가’ 생각이 드는 도전이 있었어요.”

이병헌 감독은 처음부터 고반장 역에 류승룡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만큼 류승룡은 제 옷을 입은 듯 편안하게 극에 녹아들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예고편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라는 대사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촬영할 때까지 한 번도 톤이나 억양을 바꾸지 않았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스물’, ‘바람 바람 바람’ 등 감독의 전작을 지켜봐온 류승룡은 더욱 확장된 코미디에 대한 기대를 안고 흔쾌히 ‘극한직업’에 참여했다.

“촬영을 하면서 알았는데 지금까지 가장 말을 많이 한 게 첫 만남이었어요. 원래 감독님이 말수가 별로 없어요. 첫 만남에서 많이 어필하신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죠. 굉장히 적극적으로 ‘류 배우를 위해 썼다. 다른 배우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며 팬심을 드러내는데 배우는 그런 말에 약하잖아요(웃음). 언제부터 어떤 작품들을 봐왔다고 쭉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신뢰가 있었어요. 전작들을 보면 기발함이 있잖아요. 그런 기대도 있었고 19금 코미디를 확장해서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시나리오가 그랬어요.”

류승룡은 ‘극한직업’의 코미디에 관해 ‘협동조합 코미디’, ‘시치미 뚝 코미디’라고 정의했다. ‘극한직업’이 자아내는 웃음은 각 캐릭터의 능청스러운 호흡이 중요했다. 류승룡은 각자의 캐릭터를 모두 살리면서 이야기를 한 곳으로 응집하는 감독의 능력을 거듭 칭찬했다.

“마약반을 제외하고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오정세, 신하균 말고도 모든 인물에게 뭔가 하나씩이 있었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살리려면 이야기가 분산될 수도 있는데 감독님이 잘 응집해서 영화에 더 이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 선곡도 탁월했고 후반작업 편집이나 폰트까지 소소한 부분을 모두 신경 썼어요. 메이킹 필름에서 보면 감독이 ‘웃기고 싶었다’고 말하잖아요. 목적이 확실했어요. ‘시치미 뚝’ 코미디가 딱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같아요. 툭툭 이야기하는 게 재밌어요.”

   
 

‘내 아내의 모든 것’, ‘염력’ 등 전작에서 류승룡은 홀로 웃음을 만들어갔다면 ‘극한직업’에서는 마약반 5인방이 있었다. 류승룡을 필두로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가족 같이 완벽한 호흡으로 높은 타율의 웃음을 뽑아낸다.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서운해 하지 않고 시나리오에서 느끼고 의도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나와서 다 같이 행복하고 뿌듯하다”는 류승룡은 촬영 전부터 좋은 호흡을 위해 교류하고 친분을 쌓아갔다고 밝혔다.

 

“친한 척 혹은 쇼윈도 팀워크로는 다 티가 날 것이라는 걸 서로 인지한 것 같아요. 이 조합이 만들어지고 계속 교류가 있었어요.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고민도 털어놓고 앞으로 어떻게 배우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충분히 이야기했고 이 영화에선 이렇게 하자는 합의가 있었어요.”

류승룡이 연기한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개성은 강하지 않다. 주연이자 선배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한 편으론 배우로서 욕심도 있을 터. 류승룡은 모두가 어우러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며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캐릭터는 전달될 것이라는 선배다운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누구하나 튀거나 서운하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고반장은 서장과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하잖아요. 마약반 친구들과 장난치는 모습도 있고 딸과도 편한 관계고. 고반장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것들이죠. 굳이 튀려고 강조하지 않아도 그런 장면들로 충분히 고반장의 따뜻함이 전달될 거라 생각했고 그게 목표였어요. 최선을 다하되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적절하게 잘 녹은 것 같아요.”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지 묻는 말에 류승룡은 “함께 작품을 준비하는 동료로 남고 싶다”고 답했다. 어느덧 올해로 쉰을 맞이한 류승룡은 권위적인 선배의 위치보다는 편하게 서로를 대하며 좋은 과정을 만드는 배우를 지향했다.

“예전에는 제 열정과 욕심이 들켰다면 지금은 깊은 곳에 숨기고 여유롭게 조용히 해나가는 거죠. 그러면서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즐겁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야 좋은 작품도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마냥 느슨하진 않게 치열하면서 즐거우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은 자발적으로 만들 수 있는 행복이라 생각해요. 결과만 중요하면 안 될 때 무조건 슬프고 괴로워져요. 물론 많은 사람이 고생하니까 잘 돼야 하는데 결과는 몰라도 과정은 우리가 만들 수 있잖아요. 만약 이기심 때문에 다투고 삐걱거리고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영화가 잘되면 반만 된 거죠. 과정이 좋으면서 결과가 좋아야 금상첨화죠. 그래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반은 만들자고 했고 배우들과 함께 해서 일단 반은 만든 작품이 ‘극한직업’이에요. 물론 ‘염력’ 때도 그 전도 그랬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