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송재정 작가가 답했다…‘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모든 것
[NI인터뷰] 송재정 작가가 답했다…‘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모든 것
  • 승인 2019.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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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월, 첫방 시청률 7.5%로 산뜻한 출발을 알린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국내 최초 증강현실(AR)을 소재로한 드라마인 만큼 많은 우려와 기대를 안았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어느덧 높은 화제성과 10%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리고 종영을 단 2회 앞둔 15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극본을 맡은 송재정 작가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송재정 작가는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드라마와 관련된 다양한 궁금증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답변들을 내놓았다.

 

   
 

Q.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A. 반응은 열띤데 시청률이 그만큼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여전히 좋아해주시고, 특히 10대~40대까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이게 먹힐까?’에 대한 의문을 갖고 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적응하고 즐거워 해주셔서 이정도면 만족스럽고 감사하죠.

Q.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탄생 비화가 있다면?

A. 왜 이런 이야기를 잡았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들을수록 더 황당하고 이상해요. 말씀드릴수록 허무하실 거예요.(웃음) 제가 예전에 포르투갈에 작가 분들과 여행을 갔었는데, 그 분들이 그라나다에 갔다가 오셔서 저랑 합류했었어요. 저는 이 드라마를 하기 전에 그라나다를 가본 적이 없어요. 그 분들이 알함브라 궁전에 갔다가 그 앞에서 자기들끼리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40도가 넘는 기온에 알함브라 궁전이 햇빛도 강하거든요. 둘 다 일사병에 걸려서는 싸운 얘기를 하는데 저는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알함브라 궁전에 갔다가 일사병에 걸린 기타리스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블랙코미디로 시놉시스를 써두기도 했어요. 그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였어요. 그 작가 분한테 ‘언니가 주인공이다’라고 얘기 했죠. 알함브라 궁전에 가면 뭔가 대단한 게 나올 줄 알았던 어떤 삼류 기타리스트가 그 곳에 갔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졌는데, 가이드의 도움을 받고 그 가이드와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였거든요. 제목을 거기서 잡았다가 여기까지 온 거예요. 정말 온갖 과정을 거쳐서 거기에 갑자기 타임슬립 이야기가 들어갔다가 ‘일론 머스크’의 책을 읽고 유진우라는 캐릭터가 탄생하고, ‘포켓몬 고’를 만나서 증강현실 이야기가 됐죠. 그 과정은 너무 허접스러워요.(웃음)

Q. 게임에서 일어나는 가상의 일들이 현실을 압도한다는 설정을 어떻게 끌어내게 됐나.

A. 초반에 대충 이런 이야기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공학박사님과 얘기를 해봤는데, 렌즈라는 게 어쨌든 생체 에너지를 쓰는 거잖아요. 아직 개발 중이긴 한데, 만약 나온다면 생체 에너지를 쓰는 거고 뇌신경을 자극하는 거라 실제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더라고요.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공포스러운 상황이 되겠죠. 제가 ‘포켓몬 고’를 하면서 놀란 게, 길을 가다가 이것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CG를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무섭더라고요. 실제로도 곧 나올 거고요. ‘저렇게 완벽한 CG가, NPC가 나한테 다가와 준다면 친구가 필요 있어?’ 싶을 정도로 위압감을 느껴서 시작하게 됐어요. 또 가장 꽂힌 점이 있다면, 형석이와 진우가 결투를 할 때 살의를 느낀 상태로 싸우다가 죽은 거예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실제로 이런 게임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모니터 앞에서 자기 아바타를 내세워서 누군가를 죽이는 게 아니라 증강현실에서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인물을 게임 속에서 만나서 결투를 한다면 이런 일 생길 것 같다는 거죠. 사람이 가진 분노나 살의가 직접 표출됐을 때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두려움, 증강현실 가상현실에 제가 느끼고 있는 공포를 판타지로 표현한 거예요.

Q. 게임에 대한 설명이 길어 작가가 게임을 잘 모르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는데.

A. 게임 많이 했어요. 어느 정도 지난 과거에 많이 섭렵했죠. 요즘은 대본 쓰느라 바빠서 잘 못하는데, 어릴 때부터 워낙 즐겼고 ‘시드마이어의 문명’부터 ‘심시티’까지 다 했어요. 그런 전략게임을 좋아했고, RPG는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클래시 오브 클랜’도 하고 할 만큼 다 했어요. 그래서 게임에 대해 몰랐다거나 취재를 새롭게 한 건 없어요. 다만 타깃을 전혀 게임을 모르는 분들로 뒀다보니 어떻게 하면 쉽고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을까에 집중했죠. 그러다 보니 설명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그럼에도 1회의 광장에서 게임하는 신이 등장했을 때 채널을 돌린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 부분이 제일 즐거웠거든요. 그 부분이 제가 이 드라마를 하고 싶었던 것의 핵심이었고. 어떻게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전달할 수 있을까, 게임을 안 하는 사람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할까 생각했죠. 아마 배우들이나 스태프들도 그 부분에 꽂힌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 시청률 그래프를 보니 그 장면에서 많이 빠져나갔더라고요.(웃음) 그래도 7, 8회쯤 되니 많이 적응하신 것 같아요.

Q. 게임 소재를 다루기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게 있었나.

A.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도 끝까지 보기에 무리가 없을 정도까지 노력했어요. 사실 퀘스트나 레벨 업, 동맹이나 적의 개념이 있다는 건 모든 게임의 기본적인 틀이잖아요. 그 틀을 넘지 않게 노력했죠. 더 복잡하게 안 가려고 힘썼어요. 취재를 따로 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소박하게 잡기위해 애쓴 게 힘들었어요. 일반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Q. 유진우의 전 처들의 끈질긴 등장에 혹평을 보내는 시청자들도 많다.

A. 나름 조연들에게 사연도 주고 열심히 쓰고 있는데 보기 싫어 하셔서 당황스럽네요.(웃음) 저는 잔가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애초에 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만들 때 3가지의 큰 줄기를 꼬아서 시작했거든요. 첫 번째가 게임을 시작하면서 레벨 업하고 퀘스트 하는 게임적인 재미고, 두 번째가 진우와 형석이와 관련된 인물들의 과거와 애증, 휴먼스토리를 어떻게 풀 것 인가였어요. 그리고 세 번째가 희주와 관련된 사랑 이야기죠. 세 축을 모두 중요하게 보고 있고, 애초에 이 세 가지를 꼬아가면서 쓴 이야기예요. 왜 자꾸 나오느냐고 하는데, 처음부터 이들의 관계도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짠 거거든요. 세 줄기 다 중요한 문제죠. 왜 전 처 캐릭터를 둘이나 만들었느냐, 이렇게 오랫동안 나와서 괴롭힐지 몰랐다고 많이들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진우가 저지른 과거의 과오들이에요. 분노든 치기든 잘못된 선택들이었잖아요. 결혼이나 형석이에 대한 복수, 이런 것들을 바로 떨쳐내지 않고 업보처럼 쌓여서 마지막에 어떻게 해결하고 흔적을 지우면서 희주한테 다가가느냐가 저한테 중요하기 때문에 쉽게 탈락되진 않을 것 같아요.

Q. 유진우와 정희주의 로맨스가 부족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A. 원래 진우와 희주의 관계가 ‘아저씨’나 ‘레옹’같은 정도로 생각했어요. 모든 걸 잃은 상태에서 만난 구원자고, 그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하는. 그런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관계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연으로 캐스팅된 현빈씨와 박신혜씨를 보고 나니 두 분의 미모가 너무 아깝더라고요.(웃음) 최선을 다해서 스토리 구조를 망가트리지 않게, 최대한 둘의 멜로를 넣으려고 했죠. 제 욕심 때문에 넣은 멜로가 힘들었는데, 멜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불만을 가지실지도 모르겠네요. 애초에 그렇게 발상이 시작한 게 아닌데, 나름대로 노력했고 많이 늘어난 거예요.

Q. 시청자들에게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A. 세계관은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아 이게 내 세계관이구나’ 싶었어요. 저는 ‘이렇게 하면 재밌겠구나’ 싶어서 만든 거거든요. ‘W’가 특히 작가 혼자만의 세계관이라 이해가 잘 안 갔다는 말을 들어서 이번에는 주위에 많이 물어보면서 작업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친절하게 표현했더니 지루하다고도 하시더라고요. 분석이나 기사를 보고 수긍했던 건 ‘남주를 너무 굴린다’라는 말이었어요. ‘멜로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 같다’ ‘피폐해지는 걸 즐기는 변태 같다’라는 얘기도 해주시긴 하는데, 일단 제가 남주를 많이 굴리는 건 맞아요.(웃음) 멜로는 좋아 하는데, 어려울 뿐이죠. 정통 멜로가 아니고 하드한 장르에서 멜로까지 포함시키는 게 어렵더라고요. 기술적으로 잘 해야 되는데 잘 안돼서 두 장르의 연결고리를 찾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것 같아요. 그냥 장르물로 가도 되는데 멜로를 더한 것이다 보니 두 가지의 접점을 계속 찾다 보면 그냥 게임 이야기만 하고 싶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요. ‘왜 둘 다 잡아서 고생할까’ 싶으면서도 다 하고 싶다는 욕심에 썼는데, 어쩔 때는 잘 됐다 싶으면서도 10, 11회를 보면 확실히 시청자 분들 입장에서는 장르물에서 바로 멜로로 넘어가는 걸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 장르를 결합시키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싶었죠. 사람이 죽었는데 사랑도 해야 하니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고 배우들도 힘들었을 거예요. 제가 좀 더 잘 해야 되는데 덜 잘해서 그런 거죠.

Q. 작가로서 PPL을 작품에 녹여내기 위한 고충도 많았을 것 같다.

A. 드릴말씀이 없네요.(웃음) 중반부 쯤 PPL 홍수가 나서 댓글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14회 부터는 진우가 죽느냐 사느냐 하느라 PPL이 들어갈 데가 더 없어서 그때 많이 몰아넣었거든요. 저 나름대로는 커피를 마시면서 ‘아 이 커피가 정말 맛있다’ 이런 멘트를 하는 게 더 이상해서 효과적으로 녹여보자 싶어서 생각해 낸 게 게임 아이템으로 쓰는 거였어요. 근데 그게 나중에 방송으로 봤을 땐 더 튀긴 하더라고요.(웃음) 작가팀들은 나름대로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이렇게 가는 게 가장 PPL을 효과적으로 넣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즐겁게 했거든요. 어쨌든 새로운 방향의 PPL을 개척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작비와의 타협을 잘 했다고 생각하고, 광고회사에서도 성공적인 PPL 사례로 쓰이고 있다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 중입니다.(웃음)

 

   
 

Q. 중반 이후 느린 전개라는 평도 있다.

A. 제 입장에서는 신경 썼는데, 느리다고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사건 전개를 좋아하시는 분들인 것 같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10회에 정훈이가 죽고 희주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한동안은 캐릭터 플레이로 가려고 했어요. 유진우라는 사람의 감정에 집중하려고 했죠. 모든 걸 다 잃었고 계속 패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람이 사랑을 통해 어떤 결론을 다시 내리느냐가 저한테 중요했거든요. 11, 12, 13회를 그렇게 집중 했는데, 그 전까지 미션에 집중하던 맥이 탁 풀리면서 지루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표현이 잘 안됐다면 제가 미스 한 것 같은데 저한테는 중요한 내용이에요. 이야기를 총 3부작으로 나눠서 구성했는데, 1회부터 6회까지는 진우를 통해 가상현실과 게임의 오류에 대해 깨닫고 놀라는 과정이었다면 7회부터는 그걸 알게 된 진우가 세주를 찾기 위해 반격하는 과정이었죠. 하지만 거기서 패배하고, 후반부에는 다시 한 번 일어나서 반격하려던 진우가 완전히 모든 걸 잃고 희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놓여요. 거기에서 세주를 찾고 자신의 과거사를 떨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 고뇌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인거죠. 그 고뇌가 와 닿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엔딩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에요.

Q. 유진우가 버그에 걸리게 된 이유와 그 규칙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A. 바이러스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번지는 거죠.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일어나는 게 아니라, 게임에 있는 바이러스가 시작되면 번져 나가는 거예요.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규칙은 전염되는 바이러스인데, 처음에는 세주랑 마르꼬라는 최초로 살의를 가진 사람들한테서 시작 된거죠. 살의와 욕망을 갖고 싸우면서 판타지의 규칙이 시작됐고, 진우와 형석이도 각자가 가진 분노와 죽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버그가 일어난 거죠. 물론 살의에서 버그가 탄생된 부분은 판타지지만, 오류가 난 것에서부터 규칙은 있어요. 잘못된 욕망을 가질 때 시작된 버그가 점점 확산된다는 거죠.

Q. 정세주는 이런 법칙을 알고 있었나?

A. 시간상 세주가 마르꼬한테 당하고 사라진 게 하루 사이예요. 세주는 탐구 시간 없이 당한 거죠. 개발자도 못 찾은 규칙을 진우가 1년 동안 찾아낸 거예요. 우리가 아는 이런 규칙들은 전부 진우가 찾은 것들이죠. 세주는 그것도 모른 채 사라진 거니까요. 마르꼬는 형석이보다 센 상대라 뭔가를 할 새 없이 죽지 않기 위해 숨은 거죠.

Q. 차형석이 피가 부족한 채로 죽었던 이유가 따로 있나.

A. 피가 부족한 채로 죽은 건 제가 용서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일종의 트릭이거든요. 물론 부검해서 경찰서로 들어갔으면 말이 안 되는 설정인데, 외교관의 말을 통해서 그냥 지나갔잖아요. 확인 하지 않고 부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는 사실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인거죠. 초반에 어쩌면 살인사건으로 끝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을 형성하는 요소였어요. 또 어떻게 바이러스가 번지고 온전해지려면 어디에서 멈춰야 되는지는 진우는 아직 몰라요. 그걸 깨닫게 되는 게 15, 16회에 나오겠죠?

Q. 작품에서 담아내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다면?

A. 소재가 특이하다, 낯설다, 그런 말을 많이 하시는데 오히려 보편적인 플롯을 택하고 있어요. 고대 영웅 신화에서 출발하거든요. 지금 이 작품도 오디세우스 같은 인물이 등장해요. 모든 걸 다 가진 잘난 왕이 전쟁을 참관하러 갔다가 현실적인 일도 겪고 신화적인 일도 겪듯이, 마법적인 일들과 현실적인 일들 양쪽을 겪는 게 영웅 이야기예요. 이런 것들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거죠. 영웅이긴 하지만 영웅적인 활약에 집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영웅이 되냐를 다룬 거예요. 유진우라는 인물이 게임 속에서 만렙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만약 다음 편이 나온다면 활약하는 장면이 나오겠죠. 그런 게 특이하다면 특이한데, 기본적으로 제 드라마 속 주인공은 아주 전형적인 히어로예요. 묘사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의 차이죠. 영웅이 아닌 어떤 사람이 만화적 과정 거쳐서 마법과 현실 공격 겪으며 사랑 찾으며 진짜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린 거예요.

 

   
 

Q. 기존 드라마의 트루기를 많이 벗어난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A. 제가 드라마작가가 아니고 예능이나 시트콤 작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그 일을 했어요. 그래서 정통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게 시간을 보냈죠.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사람도 아니고, 영화나 책을 좋아해서 약통에서 벗어난 이상하고 낯선 혼종의 이야기 짜는 것 같아요. 드라마 작법을 배운 적도 없거든요. 단막극과 영화, 책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제 마음대로 플롯을 만든 거죠. 매 회마다 완결성을 지니는 시트콤을 하던 사람이 드라마로 넘어와서 한 이야기를 16개로 나누다 보니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엔딩 16개를 미리 정해놓고, 한 회마다 단막극을 쓴다는 느낌으로 만들고 있거든요. 엔딩이 가장 정점을 찍도록 하고 그걸 이어가는 식으로 쓰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은 당황하는 것 같아요. 습관이 돼서 노력해도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웃음) 영상 보면서 깨달은 건, 10부 이내의 짧은 에피소드로 시즌제로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16부보다는 시즌물에 잘 어울리지 않나 싶더라고요. 애초에 완결 내는 구조에 익숙해서 시즌물로 가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Q. 독창적인 스토리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특별한 비법이 있나.

A. 저는 스토리텔링 보다는 쓸데없는 책을 많이 봐요. 이번에도 ‘일론 머스크’의 자서전을 보다가 그 사람의 인생에 흥미가 당기더라고요. 거기서 영감을 얻어서 시작했죠. 거기에 제 스타일이 붙으면서 유진우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어요. 주로 평전이나 전기, 인문서적을 많이 봐요. 잡지도 많이 보고 포털에 나오는 포스트 많이 보고 잡학으로 보는 걸 좋아해서 오히려 소설을 잘 안 봐요. 예전에는 잘 보는데 요즘에는 작업적 스트레스가 본능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굳이 독창적인 이유를 꼽자면 기존의 스토리텔링에서 뽑아오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뽑아오고, 소재를 우리나라보다는 외국의 특이한 인물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다른 것 같아요.

Q. 독창적인만큼 제작사 입장에서는 반대도 있었을 것 같다.

A. 지금은 많이 믿어주셔서 편한데, 초기는 힘들었죠. 맨날 혼났어요. 신인 작가때 ‘인현왕후의 남자’를 내놓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의 구박을 받았죠.(웃음) 어느날은 모니터링 자료를 참고하라고 주시더라고요. 그쪽 분야의 어떤 박사님이 쓰신 거였는데, ‘인현왕후의 남자’가 판타지의 구조를 무시했고 판타지의 기본을 모른다더라고요. 뭐가 빠져있고, 애초에 구조가 잘못 잡혔다는 비난 들었죠. 사실 신인작가 입장에서는 납득시키기가 너무 힘들고 화도 났죠. 판타지 구조가 이거라고 누가 세웠느냐에 대한 반발심이 많았어요. 그냥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 싶고. 그랬는데 지금은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셔서 도리어 제가 부담감을 많이 가질 정도예요. 특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같은 경우에는 머릿속에 같은 그림을 그리는 스태프들을 만나는 게 너무 큰일이었어요. 증강현실에 대해 구현한 영상도 없고 참고할게 없다보니 모두의 머릿속에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안길호 감독님과 1회의 광장신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같을 그림을 그리고 계시더라고요. ‘되겠다’ 싶었죠. 1회 시사회를 보고 감탄했어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놀라운 그림을 구현해 주셨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제작사의 많은 지원과 도움 받았던 작품이에요. 제가 운이 좋았죠.

Q. 차기작 계획은?

A. 아직 전혀 계획이 없어요. 다만 제가 뭘 한번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에요. ‘인현왕후의 남자’ 때도 타임슬립을 하고 나니 또 ‘나인’으로 한 번 더 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증강현실 소재도 처음에는 겁도 났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어서 한번만 하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정말 기초 수준부터 적응시키기 위해 굉장히 낮은 단계인 게임의 룰 정도만 설명했거든요. 이제 진짜 제대로 된 퀘스트로 들어가도 이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발해볼 생각은 좀 있는데 아직 잘 모르겠네요.(웃음)

Q.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A. 항상 열심히 쓰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매 번 작품을 할 때 마다 어렵고, 제 약점을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에도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나아졌나 싶고 모자라구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에는 부족한 부분을 더 공부해서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