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안시성’ 조인성, 스크린 안팎을 이끈 외유내강 리더
[NI인터뷰] ‘안시성’ 조인성, 스크린 안팎을 이끈 외유내강 리더
  • 승인 2018.09.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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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가 스크린에 옮겨졌다. 5천평 규모의 토산세트, 6500여명의 보조출연자 등 압도적인 스케일을 예고하는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에서 조인성은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역을 맡아 새로운 장군상을 그려낸다.

모델로 데뷔해 청소년 드라마, 시트콤을 거치며 ‘청춘스타’로 빛나던 조인성은 어느덧 깊이를 지닌 배우로 성장해 제작비 200억 원이 넘는 대작의 얼굴이 됐다. 그동안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 없는 조인성에게도 대규모 자본과 수많은 인원이 투입된 사극 대작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역사에 세 줄로 기록된 안시성 전투와 성주 양만춘을 그려가는 과정은 스스로의 편견을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자기 복제만 하다 연기 생활이 끝날 수도, 도전하다 실패하며 끝날 수도 있다면 도전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조인성은 외유내강의 리더 그 자체가 되어 스크린 안과 밖을 이끌었다.

Q. 기존의 장군과는 다른 느낌이다. 스스로에게도 도전이었을 텐데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하고 만들어갔나.
A. 편견에서부터 시작했죠. 양만춘과 내가 어울릴만한 사람인가 싶었어요. 고정관념이 있으니까. 장군이라고 하면 당연히 최민식 선배, 김명민 선배를 생각하거든요. 두 번 정도 거절했어요. 제작진의 요는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젊은 사극을 왜 못 만드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던 거 같아요. ‘트로이’를 보면 젊은 장수들이 싸우는 걸 볼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엄숙함도 있어요. 스스로 편견이 있었는데 감독님은 저에게서 ‘슬램덩크’ 강백호의 느낌이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투영하면 신선하고 새롭고 젊은 사극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더라고요. 실제로 당시 장수들의 나이가 제 나이 정도라고 해요. 도전의식이 생기긴 했는데 저에게 어울리는지를 따지다 보니 할 게 없는 거예요. ‘비열한 거리’를 할 때도 당시에 ‘이렇게 생긴 깡패가 어딨어’라는 말을 들었어요(웃음). 제 자신부터 편견에서 벗어나야겠더라고요. 자기복제만 하다가 연기생활이 끝날 수도 있고 도전하다 실패하고 끝날 수도 있잖아요. 도전하고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도전하게 된 거죠.

Q.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극의 톤과는 차이가 있다.
A. 분명한 콘셉트가 있어야 했어요. 주필산 전투는 장엄하잖아요. 연개소문이 나오는 장면도 진지하고. 그런데 그 상태로 계속 끌고 간다면 답답했을 수 있어요. 감독님이 절 캐스팅한 이유도 이를 피하기 위함이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자유로운 콘셉트를 잡아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Q. ‘안시성’의 양만춘은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나.
A. 고구려는 백지 상태가 많아요. 그래서 각자의 생각으로 덧붙인 설이 많아요. 제가 보는 포인트는 쿠데타를 일으킨 연개소문에게 양만춘이 반기를 들었다는 점이에요. 권력의 중심이 아닌 반대파에 들어갔다는 건 권력을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양만춘의 목적은 야망을 내려놓고 안시성을 잘 지켜보겠다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죠. 거기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호전적인 고구려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양만춘의 가장 큰 힘이 무엇일지 생각했어요. 그들이 복종하는 지점이 힘이나 지력일 수도 있지만 저는 공감을 떠올렸어요. 그러면서 배우들과의 관계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죠. 제가 주연배우로서 동료들과 편하게 지내면서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의견을 조율하는 것처럼 극 안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안시성’이 공개되기 전까진 조인성에게 어울릴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나.
A. 작품을 시작할 때 ‘이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야’라고 마음먹으면 의도가 다 들켜요. 저에게 힘든 중압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지만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큰 생각을 지니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매번 ‘하나의 작품’인 거죠. 지금 심정을 이야기하자면 ‘살았다’라는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안도죠. 크게 말아먹으면 회복이 안 될 수도 있잖아요.

Q.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들이 있나.
A. 늦은 봄이라는 만춘의 이름처럼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연기적으로 봤을 때 이번 작품은 힘을 빼면서 어디까지 힘을 줄 수 있는지 시험해본 작품이기도 해요. 너무 힘을 빼면 한없이 가벼울 수 있어요. 이를 착각하면 웃겨야 한다고 잘못 해석할 수도 있고요. 여러 시도를 혼자서 해봤는데 감독님께서 알아봐 주셔서 제가 부족한 부분도 채워주면서 캐릭터를 완성시켜 준 것 같아요. 동료들과 감독님께 고맙죠. 결국 이영화의 완성도는 양만춘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니까 공을 들인 것 같아요.

Q. 기대하는 관객의 반응은 있나.
A. 어떤 반응을 바라기보다 영화를 보시고 검색창에 양만춘을 쳤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기한 양만춘은 완전한 게 아니잖아요. 고구려 역사를 알아봐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이 학자들에게도 힘을 실어줄 것 같아요. 

   
 

Q. 거대한 스케일의 공성전이 인상 깊다. 촬영 당시에는 블루 스크린을 두고 연기했을 텐데.
A. 블루 스크린 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20만 대군이라는 걸 본 적이 없잖아요. 허허벌판에 40명인가 50명 정도 서 있었어요. 그리고 큰 공성기도 끌어야 하니까 스태프들이 그린 옷을 입고 끌고 있었고요. 보면 얼마나 웃기겠어요. 실제로 대군이 있다고 여기고 표현해야 하니 감독님께 물어보니 정말 많이 온대요(웃음). 그래서 연기하고 이 정도면 되냐고 다시 확인했더니 좀 더 많이 오는 느낌으로 해달라고 해서 다시 하곤 했죠(웃음). 기술 시사 때 CG를 확인했는데 괜찮더라고요. 우리도 이 정도로 할 수 있다는 것, 기술적 발전은 영화계 발전으로 봤을 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Q. 촬영 기간이 길고 로케이션 촬영이었다. 촬영 외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지냈나.
A. 한 건물을 빌려서 모든 스태프와 함께 지냈는데 맛있는 것들도 먹으면서 지냈어요. 동네 친한 어부가 있는데 그 친구가 쥐포도 가져다주고 회도 떠주고 했어요. 주혁이는 쥐포 먹다가 이도 나갔어요(웃음). 그리고 주혁이가 젊어서 그런지 해외 팬미팅 같은 스케줄이 많더라고요. 그럴 때면 양주를 사와요. 술을 잘 못 마시는데 무조건 좋아 보이는 걸 사와요. 그럼 그거 마시고 일찍 자고 일어나서 다시 촬영하곤 했죠.

Q.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남주혁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조인성의 포지션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A. 참 기특해요. 얼마나 걱정이 많았겠어요. 젊은 혈기로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주혁이 때 그랬어요. 스물네 살에 ‘발리에서 생긴 일’을 했어요. 그땐 저도 힘으로 밀어붙이잖아요(웃음). 이제 저는 나이가 먹으면서 템포를 조절하고 다른 표현 방식을 택하는데 주혁이는 힘 있게 치고 나가더라고요. 대단하다 싶었죠.

Q. 어느덧 배우 조인성이 작품에서 차지하고 있는 존재감과 포지션이 변화하고 있다.
A. 예전에는 반짝반짝한 배우만 드라마에 섭외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열려 있잖아요. 배우들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령층이 높아진 것 같아요. 젊은 층에는 최근에 정해인이나 박서준 같은 친구들이 새롭게 발견되기도 하고 배우들이 풍성해지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싶죠. ‘아이돌 출신’의 경우도 도경수나 임시완 같은 친구도 자기 자리를 다지고 있잖아요. 시나리오와 나이에 맞게 풍성해지고 있어요. 저도 마흔이 되면 이에 맞는 역할을 찾아가고 많은 것이 열리지 않을까 싶어요. 

Q. 40대의 조인성은 어떤 모습일까.
A. 감히 예상하기 힘든 부분이죠. 지금 삼십대 제 모습이 이십대에 바라던 모습인가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모두들 나쁘게 봐주시진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저의 사십대가 궁금해요. 상대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위화감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아이오케이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