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 골목, 강제 철거 과정서 무력충돌 발생…박원순 서울시장 철거 중단 선언
옥바라지 골목, 강제 철거 과정서 무력충돌 발생…박원순 서울시장 철거 중단 선언
  • 승인 2016.05.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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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바라지 골목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박원순 시장이 관련 입장을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박 시장은 17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 철거현장을 찾아 “골목 철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6시40분 재개발사업조합 측 용역업체 직원 60여명은 옥바라지 골목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구본장여관' 강제퇴거를 집행하면서 비대위 회원 50여명과 1시간40분 가량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용역이 시위자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무력충돌이 빚어졌으며, 평소 심장 질환을 앓던 시민단체 회원 한 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뒤늦게 현장을 찾은 서울시청 도시재생본부 관계자에게 "상황이 어려운 걸 알지만 이건 예의가 아니다. 오늘 오후에 내가 비대위와 만나기로 했는데 오전에 (강제철거를 하면) 어떡하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이 공사를 중단하겠다. 내가 손해배상 당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옥바라지 골목은 행정구역상 서울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대다. 길 건너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던 일제강점기 애국지사와 군부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인사의 가족들이 머물며 옥바라지를 했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의 저자 박완서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며,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배경이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 등 많은 애국지사의 옥바라지를 위해 가족들이 이 골목의 여관에서 기거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역사도시 재생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2000년대 초반 재개발이 추진돼 지난 1월부터 철거가 시작됐다.

옥바라지 골목이 포함된 무악2구역 재개발지구 재개발사업조합은 주민들을 상대로 낸 명도소송에서 최근 승소해 주민들에게 이달 11일까지 자진 퇴거를 요구하는 내용의 강제집행 예고장을 이달 4일에 보냈다.

재개발 시행사인 롯데건설을 옥바라지 골목 일대에 1만1058㎡에 지상 16층, 195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스타서울TV /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