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TV] ‘PD수첩’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배구선수 출신 안은주, 수술비 1억 2천은 빚으로…
[오늘밤TV] ‘PD수첩’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배구선수 출신 안은주, 수술비 1억 2천은 빚으로…
  • 승인 2016.05.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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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절규를 다룬다.

17일 오후 방송예정인 MBC ‘PD수첩’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절규, 그들은 왜 외면당했나?’가 전파를 탄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피해자 규모를 530명(정부 공식 인정 피해자와 사망자 합산 추이)로 집계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추산으로하면 1,528명(정부 공식 집계에 인정되지 않은 피해자 포함)으로 늘어난다. 지난 2014년, 정부는 피해자를 1~4등급으로 분류한 후 공식적으로 1,2등급 피해자들에게만 의료비용과 장례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4등급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 피해 원인은 밝혀졌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국가대표 배구선수 출신으로 누구보다 건강했던 안은주 씨. 3년 동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쓰러져 산소 호흡기를 달고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심각한 상태가 됐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폐 이식수술을 받고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지만, 수술 전 치료비용 1억 5천만 원과 폐 이식 수술 비용 1억 2천만 원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그런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의 등급 판정에서 3등급을 받은 것. 3등급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는 인과관계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앞으로 평생 먹어야 하는 약 값은 한 달에 186만 원. 건강을 잃은 안은주 씨가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짐이다.

안은주 씨는 “저는 그냥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다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1,2등급 이렇게 나누면서 가능성 낮음이라고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왜냐하면 내가 딱 그걸 써서 그랬다는 거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저는 기업이든 나라든 다 원망스럽고 이가 바득바득 갈려요. 소도 아니고 등급을 1등급, 2등급 나눠서”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같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수증이 없다거나, 기존에 폐 질환이 있었다거나, 피해 증상이 폐와 관련이 없다는 등의 이유들로 3,4등급 피해자들은 구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작진이 만난 전문가들은 현재의 등급 판정 기준에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독성을 가진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어떻게 허가되어 전국 각지로 유통될 수 있었던 것일까? 환경부에 관련 사실을 묻자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 레킷벤키저‘ 가습기살균제의 원료 PHMG는 카펫 제조시 첨가할 향균제 용도로 허가를 내준 것 뿐이었으며, 가습기살균제로 용도가 변경되어 사용될 줄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를 두고 너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부산에 사는 일란성 쌍둥이 나원, 다원이는 6살의 어린 아이들이지만 안타깝게도 만성 폐질환 환자다. 출생과 동시에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고, 결국 3개월 만에 문제가 생겼다. 다원이는 폐에 구멍이 나는 기흉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엔 나원이가 ‘폐 섬유화증’ 진단을 받고 기도에 튜브를 삽입했다. 누구보다 뛰어놀고 싶은 나이의 아이들. 그러나 목 한가운데 있는 구멍으로 호스가 연결되어 있는 현재, 먼 곳으로의 외출은 꿈도 꿀 수 없다. 제작진은 취재 도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쌍둥이가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하여 사용한 시기는 2012년 1월,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해 강제수거가 내려진 2011년 11월로부터 3개월이나 지난 시기였다. 이미 강제수거가 내려졌던 제품을 어떻게 사용했던 것일까? 정부는 당시 시판 중이던 가습기살균제 20종 중 독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된 제품 6종만 수거하고, 다른 14종의 제품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의 이런 안이한 태도로 인해 어쩌면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람들마저 피해자가 됐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아내와 아들을 잃은 피해자는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라고 이야기해놓고, 하다못해 등급까지 다 매겨줘놓고 ‘소송은 너희가 알아서해.’ 그게 저희는 이해가 안가는 거죠. 장관, 국회의원 어느 분이 피해를 보셨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이게 5년 갔을까요? 그냥 힘없는 서민들이니까 ‘본인들이 알아서 소송하겠지. 알아서 하십시오’ 하고 그렇게 놔둔거에요. 4,5년 동안”이라고 말했다.

‘PD수첩’은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던 소외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호소를 들어봤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구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펴본다.

17일 오후 11시 10분.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