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치즈인더트랩’ 유정에 대처하는 박해진의 자세
[SS인터뷰] ‘치즈인더트랩’ 유정에 대처하는 박해진의 자세
  • 승인 2016.02.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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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치즈인더트랩’ 유정에 대처하는 박해진의 자세

만나는 사람마다 ‘유정 앓이’를 토로한다는 배우 박해진(33)을 만났다. 박해진의 눈빛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묘하다고 해야 할까. 전작 ‘나쁜 녀석들’에서 그가 연기했던 이정문의 눈빛에는 의뭉스러움과 악함이 공존했다. 사이코 패스로 살인을 저지르는 동시에, 동료들과 함께 괴한을 소탕하기도 하는 의협심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그에 대한 궁금증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연출 이윤정 l 극본 김남희, 고선희, 이하 ‘치인트’)에서 한 단계 더 증폭됐다. 박해진은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미스터리한 복학생 선배 ‘유정’으로 호연을 펼치며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유정’은 어딘가 묘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홍설(김고은 분)에게만은 따뜻한 모습을 보이는 ‘츤데레’(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은근히 뒤에서 챙겨주는 캐릭터) 매력을 가진 캐릭터. 의뭉스러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차분한 이미지로 ‘유정’과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고 있는 박해진은 여심을 뒤흔드는 꽃미남 배우이자 이제는 그 외모를 넘어,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상태다.

   
 

“저도 원작의 팬이에요…2D로 남아주길 바랐죠”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치인트’는 캐스팅 단계부터 시끄러웠던 작품이다. 워낙 유명한 웹툰 덕분에 시작 전부터 끊임없는 관심과 기대를 모았고, 시청자들만큼이나 원작 팬들의 만족도를 충족시켜야하는 부담을 떠안고 시작해야 했던 것. 출연배우 중 가장 먼저 캐스팅 된 박해진은 방영 수개월 전부터 ‘유정’ 캐릭터를 연구, 분석한 뒤 촬영에 임했다.

“워낙 여백이 많은 웹툰이라 3D로 만들기보다는 2D로 남아주길 바랐어요. 웹툰의 느낌을 표현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 였죠. 그 여백을 채워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 속에서 웹툰 속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남길 바란 거죠. 저도 원작의 팬이었거든요. 또 ‘유정’은 누가 봐도 멋진 인물이잖아요. 물론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제가 잘 해도 본전이겠다 싶은 거죠.(웃음) 노력해서 잘 만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유정’ 이야기, 설득력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제 나름대로 캐릭터와 대본에 대한 연구는 많이 해가는 편이지만, 막상 현장에 가면 잊으려고 노력해요. 준비된 연기, 계산된 연기가 나올까 봐요. 다만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유정’이 하는 알 수 없는 행동들에 관한 합리화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시간상 어릴 적 이야기나 과거 내용이 많이 담기지 않다보니 ‘유정’의 모습을 보고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요.”

   
 

"박수 받아 마땅한지 모르겠어요"

원작보다 뛰어난 리메이크는 드물기 마련. 그런 면에서 ‘치인트’는 성공한 작품이다. 1회 시청률 3.6%로 시작한 ‘치인트’는 평균 시청률 7.1%,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방영 후에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배우가 된 박해진. 정작 본인은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박수를 받아 마땅한지 모르겠어요. 잘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현재까지 잘 비춰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요. ‘치인트’는 저를 위한 드라마가 아니에요. 제가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것일 뿐이죠. 오히려 저는 ‘치인트’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30대인 제가 대학생 연기를 해야 했고, 과거 장면에서는 교복을 입기까지 하잖아요. 저 때문에 출연진 전체의 나이대가 올라가야 하나 생각도 했으니까요.(웃음)”

"'유정'이 처한 상황과 심리에 대해 계속 고민 했어요"

‘유정’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냉정한 면모도 많고,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웹툰의 독자들과 시청자들 모두 유정을 지지하는 쪽이 대다수. 오히려 좋아하기까지 하니까. ‘유정’을 연기하는 박해진에 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유정’을 지지해 주시는 분들은 여태껏 그런 남자 주인공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있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대본을 보면서 항상 의문을 가져요. ‘유정’이 처한 상황과 심리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죠. 또 그걸 찾아내야 연기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내가 연기할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게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분명하게 보이잖아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내 걸로 만들어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윤정 감독의 사전제작 현장…도움 많이 됐어요”

‘치인트’는 반(半)사전제작으로, 방송이 3회 정도 남아있지만 촬영은 끝난 지 오래다. 연출을 맡은 이윤정 감독은 전작 ‘커피프린스’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인기 감독. 이 감독이 이끄는 사전 제작의 현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윤정 감독님은 꼼꼼하고 세심한 편이세요. 그런데 연기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디렉션을 주지 않으시죠. 제가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게 힌트를 주세요. 처음에는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훈련이 되다보니 저도 익숙해졌고, 연기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사전 제작의 현장은 매일 밤 집에서 잠을 잔다는 행복함이 있죠.(웃음) 한국 드라마는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시청자의 피드백을 모르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을 수 있겠죠. 생방송처럼 촬영해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저는 사전제작이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낫다고 봐요. 피드백만 쫓으면 작품 전체가 흔들릴 수 있거든요. 대신 사전 제작 드라마는 첫 줄기를 끝까지 잡고 갈 수 있는, 밀어 붙이는 누군가가 꼭 있어야 해요.”

벌써 데뷔한 지 10년차 배우가 된 박해진. 그에게 10년간의 여정과 앞으로의 활동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앞으로 10년의 시간이 지나서 나를 돌아 봤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야겠죠.(웃음) 따뜻하고 좀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박해진의 모습으로 시청자 분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에요.”

[스타서울TV 이제나 기자/사진=WM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