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정우 “‘바람’ 재상영-프리허그, 지금 생각해도…” ②
[SS인터뷰] 정우 “‘바람’ 재상영-프리허그, 지금 생각해도…” ②
  • 승인 2014.01.2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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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김숙현 기자] 배우 정우가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연출 신원호 | 극본 이우정)로 주목을 받으면서 재조명된 그의 전작 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영화 ‘바람’(감독 이성한)이 아닐까 싶다. 정우의 고등학생 시절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바람’은 그가 ‘응답하라 1994’ 쓰레기(정우 분)로 인기몰이하기 전부터 알음알음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14년 차 배우가 된 정우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루카511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한 가지도 빠짐없이 다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심지어 출연했던 뮤직비디오마저 전부 기억하고 있단다. 그 많은 역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무엇일까. 조심스럽게 짱구와 쓰레기를 언급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맞아요! 짱구와 쓰레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두 작품 중 선택하라면 미묘한 차이가 있어서 하나만 고를 수가 없고요. 둘 다 저예요. 그런데 저보단 쓰레기가 훨씬 멋있죠(웃음)”

   
정우 ⓒ SSTV 고대현 기자

◆ “‘안대를 벗어주세요’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날인 18일 정우는 팬들과 만남 중 눈물을 흘린 모습이 포착돼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바람’의 재상영 현장을 급습한 정우는 당시 팬들의 사랑에 감격한 나머지 연신 눈물을 훔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계획에도 없던 깜짝 무대 인사는 가볍고 즉흥적인 시도로 시작해 어느 새 그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고 말았다.

“근처에서 광고 촬영 중에 얘길 들었어요. 장소가 압구정이라는데 저는 논현동에 있었거든요. 고마운 거예요. 지금 생각해도 울컥하는데… 꽤 된 영화잖아요. 관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고 듣긴 했지만 관객 수를 떠나서 몇 년이나 지난 영화를 요청해 보신다는 자체가 엄청나게 고마웠어요. 제가 그 자리에 있든 없든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다는 거니까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요. ‘감사하다’는 말 외에 더 부연 설명을 하면 왜곡될 것 같아서 그 얘기를 잘 못 하겠어요.”

신흥 팬 바보 대열에 합류한 정우는 속내를 한 번 드러내기 시작하자 봇물 터진 듯 당시 상황과 소감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서 행복감과 감동 등 복합적인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울컥할 거야’ 하고 작정한 건 아니고(웃음)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너무 놀라시는 거예요. ‘헉’ 하시기에 저도 같이 ‘헉’ 하고. 하하하. 이야기하다가 스크린을 봤는데 이 큰 스크린 하며, 관객 분들도 꽤 미리 와 계시고 매진까지 됐대요. 아유 참… 말을 못 잇겠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끝나고 다시 광고 촬영장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먹먹해지더라고요.”

정우는 ‘바람’ 재상영 무대 인사 전에도 이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응답하라 1994’ 시청률 10% 돌파를 기념한 시청률 공약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이날 본격적인 프리허그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됐지만 이미 이른 아침부터 번호표 선점에 나선 팬들에 의해 조기 마감돼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프리허그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막 속에서 울컥울컥하는데 예전에 ‘안대를 벗어주세요’ 하는 ‘게릴라 콘서트’가 무슨 느낌인지 조금이나마 알겠더라고요. 가수 분들에 비해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배우는 공연이나 노래를 부르는 자리가 드무니까요. 물론 배우도 연극, 뮤지컬 같은 무대가 있긴 하지만 전 드라마, 영화 위주로 활동했으니 시청자, 관객 분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가워요.”

   
정우 ⓒ SSTV 고대현 기자

◆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인기, 충분히 누리고 있어요”

여느 연예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정우는 팬들에게 특히 친절하다. 쳐내도 될 만한 실례를 범해도 웃으면서 자신의 불편을 감수한다. 팬과 소통하기 시작한 정우는 겉으로 드러나는 친절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자신을 향한 사랑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눈을 피하려고 신경 쓰기 시작하면 불편함의 연속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분들이 전부 다 내 친구라고 생각하면 어딜 가나 다 반가운 거예요. 거기다 선물에 격려 말씀에 환호해 주시고 눈으로 하트 보내시는데 제가 피할 이유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죠. 그 분들이 저 밥 먹게 해 주시잖아요.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입혀 주고 하시는 분들인데.”

마냥 반갑고 고마운 팬들이지만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갑자기 늘어난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때도 있었다. 정우는 받는 만큼 돌려주리라는 마음을 먹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예전에는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어요. 다가와서 사인해 달라고 하면 멋쩍으니까 무표정으로 변하는 거예요. 그런데 내 자신을 더 사랑하고 아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팬 분들과 소통할 때 편하더라고요. 지금은 아주 편하죠! 사진 찍는 것도 그래요. 휴대전화로 셀카 좀 찍어 드리는 게 뭐 어때요. 그 분들이 제 사진 가지고 눈을 파는 것도 아니고(웃음) 저도 물론 생각하긴 했죠. ‘여기저기 블로그에 돌아다니고 그럴 텐데 괜찮은 건가?’ 그런데 별 문제 없더라고요. 다만 저도 사람인지라 몰골이 너무 초췌하거나 몸이 너무 안 좋을 땐 어쩔 수 없긴 해요. 그래서 신경을 쓰게 되죠.”

정우가 팬들을 금세 받아들일 수 있었던 데는 과거 무명 시절에 겪었던 일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말문을 열었다가 잠자코 고민에 빠졌던 그는 단어 하나하나를 아주 조심스럽게 골라 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전에 제가 인지도가 없을 때는… 지금을 감사할 수 있는 경험들을 했었어요. 사인회를 한다면 ‘어 누구지? 어디서 많이 봤는데?’ 하면서 조금 투박하게 대하셨어요. 그 분들도 저처럼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셨던 것 같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상처를 받죠. 시간이 지나니까 지금은 어딜 가도 알아봐 주시고, 불편하게 다가와서 말씀하시는 분들도 거의 없고. 전부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감사할 수밖에 없죠.”

정우의 말처럼 그는 ‘응답하라 1994’ 이후 언제 어디서든 환영받는 존재가 됐다. 인기는 사람을 붕 뜨게 한다. 특히 갑작스럽게 커진 인기는 더욱 그렇다. 오래된 경험에 의해 정우는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인기에 들뜨지 않기 위해 누르고 노력하는 듯 보였다. 조금 누리고 만끽해도 되지 않으냐고 묻자 통쾌하게 답한다.

“저 지금 누리고 있어요! 하하하. 그날도 갑작스럽게 갔더니 열광해 주시잖아요. 그때 누리는 거예요. 제가 한마디 딱 하고 손짓 한 번 하면 ‘꺄’ 해주시는 걸 같이 즐기는 거죠. 팬 분들이랑 교감하면서. 그러면 저보고 ‘인간적이다’라고 말씀해 주시던데 다른 배우들도 다 똑같이 인간이에요. 단지 표현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이 다를 뿐이죠.”

   
정우 ⓒ SSTV 고대현 기자

◆ “괜찮은 어른? 여러분이 판단하실 문제”

정우의 인기가 오를수록 팬들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그의 트위터 아이디에 들어간 숫자 109의 의미가 그랬다. 생일도 아닌 이 숫자의 의미를 묻고 싶어 ‘109’를 언급하자마자 웃음이 터진 정우는 “와, 신기해!”라고 외친 후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한참을 아이처럼 폭소했다.

“저는 그런 게 신기한 거예요! 저만 아는 건데 궁금해 하신다는 거요. 전 저만 아는 걸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SNS를 자주 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이게 무슨 소리야?’ 싶은 것들이 대부분이죠. 혹시나 오해할 만한 내용은 아예 안 쓰지만요.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혼자만 아는 이야기를 적어 두거나 의미 있는 그림을 설정하는 것처럼 그런 건데, 사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뭘 것 같아요? 하하하하!”

오래된 별명인 짱구를 숫자화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맞아요! 그거예요! 허무하죠?” 하며 또 한 번 박장대소하는 정우는 숫자 10을 ‘장’이라고 하는 풍속에 9를 붙여 ‘짱구’를 표현한 것이라고 신이 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 때부터 사용했던 숫자의 의미마저 주목을 받는 것에 감탄한 그는 세간에 알려진 배우 정우를 말하는 모습 중 풀고 싶은 오해가 있느냐는 물음에 금세 진지한 태도로 돌아와 말을 이어갔다.

“설령 그 어떤 오해가 있다고 한들 시간이 지나면 전부 다 알려지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지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물 흐르듯 놔두고 싶어요.”

정우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괜찮은 어른이 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약속했던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약속이 알려진 이후부터 그는 숱하게 같은 질문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배우 정우와 인간 김정국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괜찮은 어른인지를. 1분 1초가 지날수록 묻는 시점에 따라 조금씩 다른 답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답은 보기 좋게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현명한 진심을 전한 정우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어른이라고.

“괜찮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은 하는데 괜찮아졌는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 대중이 봐 주시는 부분이죠. 스스로 ‘어떤 인간이다’라고 말하는 자체가 좀 아니지 않을까요? 최소한 진실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꿈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허황된 꿈꾸지 않고 하던 대로 배우로서 지켜나가면서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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