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김성균 “삼천포 가발-의상, 일종의 탈 같은 거죠”
[SS인터뷰] 김성균 “삼천포 가발-의상, 일종의 탈 같은 거죠”
  • 승인 2014.01.2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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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김숙현 기자] 이 남자, 유쾌하다. 이른 아침에도 에너지가 넘친다. 범죄자, 살인마 등 강한 이미지를 가졌던 배우 김성균은 지난해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연출 신원호 | 극본 이우정)로 한달음에 ‘응사요정’ ‘포블리’라는 정반대 이미지를 입는 탈바꿈에 성공했다.

삼천포를 떠나보낸 지 2주가량 흐른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김성균은 삼천포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살인마도, 삼천포도 아닌 김성균 그 자체로 말문을 연 그는 “드라마가 끝난 만큼 드라마로 인한 이슈, 화제가 잊혀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다”고 한껏 높아진 인기에 들뜨지 않도록 차분하게 자신을 다잡고 있었다.

‘응답하라 1994’로 가장 큰 이미지 변신을 이룬 사람을 꼽자면 단연 김성균을 지목할 수 있을 듯하다. 단순한 인기몰이 수준이 아닌 김성균의 대변신은 생활의 아주 사소한 구석까지 단숨에 뒤바꾸는 파란을 일으켰다.

“일단 장점은 주변에서 친근하게 다가오시는 거고요. 단점 역시 친근하게 다가오시는 것? (웃음) 길에서 사인해 달라 요청해주시는 일은 굉장히 반갑지만 일상이 파괴될 정도로 연락을 주시기도 하죠. 하하. 굳이 꼽자면 그게 조금 단점이네요.”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김성균 분)는 조윤진(도희 분)과 극 중 첫 번째 커플로 맺어짐과 동시에 쓰레기(정우 분), 칠봉이(유연석 분), 삼천포, 해태(손호준 분), 빙그레(바로 분) 다섯 남자 중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후보’에서 가장 먼저 제외됐다. ‘포만커플’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최종 남편 김재준에 채택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단호한 반응을 보인다.

“아쉬움이요? 전혀 없습니다. 나정이의 남편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윤진이와 삼천포가 연인들끼리 할 수 있는 달달한 에피소드, 재미있는 장면들을 아주 충분히 즐겼으니까요.”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 “삼천포의 변화요? ‘어떻게 조련하느냐’죠”

성나정의 남편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펼친 캐릭터는 쓰레기와 칠봉이었지만 세간에서 ‘최고의 남편감’으로 칭송받은 것은 다름 아닌 삼천포였다. 예민하고 꽉 막혀 있던 삼천포는 신촌 하숙 생활 중 조윤진을 만나 마음이 넓어지고 융통성을 얻었다. ‘최고의 남편감’이라는 찬사에 관한 생각을 묻자 “주변 분들에게 많이 들었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삼천포는 자기중심적이지만 충분히 변화가 가능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조련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여지가 상당히 큰 친구죠. 비누 하나 주기 싫어하던 친구가 나중엔 엄마가 주신 이불까지도 친구에게 투척하고, 여자에 대해 잘 몰라서 어떻게 마음을 줘야 할지 모르던 성격이 윤진이를 만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잖아요. 1억을 모았으니 성실하고요. 3억이 빚이지만(웃음) 또 내 여자만 사랑해주고. 남자는 그 정도면 되지 않나요?”

삼천포의 여러 가지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 장면 중 하나를 꼽자면 여자친구 조윤진을 위해 서태지가 사용하던 변기를 뜯어다 준 에피소드를 빠뜨릴 수 없다. 극 중 조윤진이 서태지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삼천포는 ‘서태지 공연 10번 같이 가 주면 김광석 공연 1번 함께 가기’를 제안하는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를 암시해왔다. 급기야 그는 서태지의 은퇴와 함께 완전히 망가진 조윤진을 두고 빙그레 앞에서 연거푸 하소연을 늘어놓다가도 서태지의 물건을 쟁취하기에 나섰다. 실제 김성균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어릴 때는 질투도 많아서 이해 못 했어요. ‘내 여자친구가 왜 남자 연예인을 저렇게 좋아하지?’ 하고. 그런데 제가 공연을 하면서 보니까 여자친구를 위해 공연 티켓을 사 주고,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배우에게 정중히 ‘제 여자친구가 팬입니다. 사진 한 장 같이 찍어 주시죠’ 하는 남자 분들이 대한민국에 굉장히 많더라고요. 저는 좀 소심하고 가부장적인 성향이 있었는데 그런 분들을 보고 ‘저런 팔불출’이 아니라 ‘멋지다, 남자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전엔 이해 못 했지만 지금은 이해가 돼요.”

삼천포의 변화는 어쩌면 드라마 속 인물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성균은 주변 환경에 따른 사람의 긍정적인 변화를 믿는다. 그의 힘 있는 말에서 강한 설득력이 느껴졌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삼천포가 신촌 하숙이라는 공간과 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렇게 변하지 않았을 거예요. 삼천포뿐만 아니라 윤진이도 마찬가지고요. 윤진이의 ‘정대만 블라인드 머리’라던가(웃음) 삼천포의 개인주의적인 모습들이 신촌 하숙의 따뜻한 사람들 속에 섞이면서 많이 풀리고 바뀌게 됐다고 생각해요.”

신원호 PD는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영화 ‘박수건달’(감독 조진규)에서 김성균을 발견하고 삼천포를 구상했다. 김성균이 삼천포 캐스팅을 고사했다면 이 캐릭터는 세상에 드러나지 못하고 없어질 수도 있었다. 확실한 외형적, 성격적 특징을 보유하며 누가 봐도 공들인 티가 나는 삼천포는 등장부터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내가 해주길 바라고 만들어진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경험이 배우로서 남다를 듯하다.

“애정하는 것들을 저도 느꼈어요(웃음) ‘이 분들이 나를 굉장히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를 잘 살려 주셨잖아요. 또 쓰레기-나정이-칠봉이는 이야기 중심을 관통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하고 빙그레에게도 자신의 서사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일상다반사가 삼천포와 해태의 몫이 됐죠. 그 덕분에 호준이랑 저는 크게 스트레스 없이 촬영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어요. 몸은 피곤해도 노는 것처럼 즐기듯 촬영할 수 있었거든요.”

김성균의 말대로 ‘응답하라 1994’의 일상다반사를 담당한 삼천포와 해태는 티격태격하며 싹튼 미운 정으로 시작해 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18세 삼천포-20세 해태의 우정을 위해 35세 김성균-31세 손호준이 호흡을 맞춰 나가는 과정은 어땠을까.

“호준이가 처음에는 저를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호준이를 데리고 술을 많이 마셨죠. ‘편하게 해라, 그래야 우리가 산다’고 말하면서 ‘네가 나를 업신여겨라. 나를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더니 지금은 이 자식이 저를 너무 업신여겨요! (웃음) 하지만 현장에서 늘 붙어 다니던 사이라 귀엽죠.”

삼천포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삼천포를 제외하고 김성균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던 역할이 있지는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김성균은 성나정과 칠봉이를 언급하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나정이? 집도 하숙집 하고. 하하하. 농담이고 저는 삼천포가 좋아요. 아, 다시 태어난다면 칠봉이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왜 다시 태어나야 하냐고요? 서울형 외관으로 생겨야 하니까요. 서울형 외관을 가진 사람은 따로 있잖아요. 유연석이라고. (웃음)”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 “긍정적인 이미지, 저도 사람인데…”

김성균의 1994년은 항상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였다. 모든 사물이 새롭게 느껴지던 당시, 대구에 살던 중학생 김성균이 보고 자란 길거리 풍경, 지나가는 차들, 정겨운 떡볶이 집,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때는 거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레코드 가게 등은 현재의 김성균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선명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시절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을 때 사진 속 기타가 기억에 남아 물었더니 ‘스쳐 갔던 취미’ 중 하나란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의 취미로 알려졌던 요리는 어떨까.

“자취 생활을 오래 했었으니까 요리도 재밌어했어요. 사실 제 아내가 저보다 음식을 더 못 했거든요. 신혼 초부터 해주다 보니 제가 하고 있는 거예요. 요즘은 제가 바빠서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잖아요. 아내가 음식을 잘하게 되고 제가 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요리도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갔네요(웃음)”

가장 잘하는 요리의 종류를 묻자 “한식 종류는 다 섭렵했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의 요리에 관한 흥미는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제가 군 생활을 보병으로 시작했다가 보직을 여러 번 옮겼는데 상병 때쯤 간부식당에 가게 됐어요. 취사병이랑은 좀 다른데 쉽게 말하면 간부식당 조리병이 된 거죠. 원래 간부식당 요리는 아주머니가 다 하세요. 전 옆에서 칼질하고 채소 다듬으면서 곁눈질로 어깨 너머 배운 셈인데 재밌더라고요.”

‘응답하라 1994’ 신촌 하숙생 중 유일한 유부남인 그는 두 아들을 둔 아버지다. 자신의 ‘갈매기 눈썹’을 꼭 빼닮은 아이들은 한창 부산히 움직일 시기다.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100만 원 어치 매트를 깔았다는 김성균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콩콩콩콩콩콩”이라고 표현하며 다정한 아빠다운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 가운데 김성균이 풀어놓는 경험에서는 평소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긍정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남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꿈을 놓지 않았던 힘든 과거도 웃으면서 회상하는 심성이 대단해 보였다.

“어릴 적부터 좀 낙천적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나쁜 방향으로 생각하기도 해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결국 제게 주는 처방전은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1,000원을 잃어버렸을 경우 그것만 생각하다 보면 속상해서 힘들잖아요. 그러면 ‘아, 내가 며칠 전 물건 사면서 1,000원을 깎아서 샀으니까 본전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스트레스도 많아요. TV 보신 분들이 ‘정말 긍정적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고 하시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걱정도 많죠. 그래도 저 방법이 유용해요. 조금 마음이 풀려요.”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 “연기에 도움 준 삼천포 가발이 가장 좋아요”

삼천포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인 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삼천포 이후 김성균은 쏟아지는 광고 러브콜에 삼천포 모습 그대로 수많은 광고 촬영을 마쳤다. 지금도 TV 채널을 돌리면 삼천포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 그가 과거 영화 ‘이웃 사람’(감독 김휘)에서 살인을 암시하는 음식이었던 피자를 맛있게 먹으며 식욕을 자극한다. 이외에도 라면을 먹거나 의자의 효과를 설명하며 게임을 소개한다.

“작품을 통해서 바꿔나가야죠. 어차피 삼천포가 나온 드라마는 끝이 났고 시청자 분들은 그걸 추억하면서 보고 싶어 하신다고 생각해요. 삼천포 가발과 옷차림은 제게 탈 같은 것이거든요. 삼천포로 나왔다가 가발을 벗으면 탈을 벗는 것처럼, 살인마 이미지에서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삼천포가 된 것처럼 새 작품을 통해 다른 이미지를 입어야죠.”

가발을 탈에 비유한 김성균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감독 윤종빈)에서도 단발머리 가발로 화제를 모은 만큼 유독 가발과 연이 깊은 배우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4’에서만 해도 장국영 5:5 가발을 기본으로 앞머리를 내린 얌전한 가발, 화려한 파마머리, 앞머리 있는 단발 생머리 등 다양한 가발을 썼다. 농담 삼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가발을 꼽아 달라고 부탁하니 그가 느낀 ‘가발의 힘’에 대한 속내가 나온다.

“그래도 삼천포의 장국영 5:5 가발이 가장 좋아요. 5개월간 함께하다 보니 정들었어요. 여름엔 덥기도 했지만 연기에 도움을 줬고요. 외형이 갖춰지니까 삼천포로 변하기 쉬워지는 거죠. 예를 들어 사람이 운동복에 운동화, 정장에 구두를 갖췄을 때 걸음걸이나 자세가 달라지잖아요. 제 실제 머리였을 때와 삼천포 머리였을 때 마음가짐이 바뀌더라고요.”

김성균은 커플 연기를 펼친 도희와 ‘응답하라 1994’ OST ‘운명’으로 호흡을 맞췄다. 노래를 상당히 잘하더라”고 칭찬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동네 노래방에서 에코 잔뜩 넣어 부르는 수준”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겸손과 달리 상당한 노래 실력과 연극을 할 때 작은 소극장에서 창작 뮤지컬을 했던 적 있는 그의 경험에 비추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건 어떤지 권유해 봤다.

“뮤지컬은 관객들이 돈을 내고 보는 거라 그만큼 일정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자기 관리를 할 만큼 생활이 절제되지 않아요. 술도 좋아하고.”

소주 두 병이 적당한 주량이지만 대체로 더 마시게 되고, 체질에 맞지 않아 몸을 힘들게 하는 막걸리를 제외하면 술은 다 좋다는 김성균의 연기 인생 시작점은 연극이었다. 카메라를 통해 관객, 시청자를 만나는 영화, 드라마와 달리 관객의 호흡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무대가 그립지 않을까. 연극 복귀 계획을 물으며 ‘다시’라는 단어를 쓰자 그는 자신의 상황에 더 적절한 표현을 찾아낸다.

“‘다시’보다는 ‘언제’의 문제예요. 계속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나중에는 연극과 영화를 오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 연극을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다시 영화로 돌아오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더 인정을 받는다면 시기가 오겠죠. 그걸 기다리는 거고, 지금이 아닐 뿐 언제든 연극을 향한 생각이 있어요.”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 “‘천의 얼굴’ 부담 있지만 차기작 기대해 주세요”

연극으로 시작해 영화판에 뛰어든 김성균에게 ‘응답하라 1994’는 본격적인 드라마 첫 도전이었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도 있었을 테지만 영화와 드라마도 같은 매체가 아닌 만큼 제작 환경에 있어서 낯선 점이 있기도 했을 법하다.

“영화는 하루에 찍는 분량이 드라마에 비해 많지 않아요. 처음 드라마 하면서 놀랐던 게 이 곳 저 곳 ‘이동하겠습니다’ 하면서 하루 동안 여러 날을 찍는 거예요. 그게 적응이 안 되기도 했지만 나중엔 ‘이것도 재밌다’ 싶더라고요.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한 상태라면요. 내게 기회가 한두 번밖에 없을 때 나오는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연기에 관한 재미도 있고. 상황 판단이 빨라져요.”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를 모두 겪은 김성균은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3’ 출연 당시 “‘응답하라 1994’ 이후 이미지가 애매해져서 시나리오가 안 들어온다”고 말한 바 있다. 누가 봐도 탐내지 않고 못 배길 만한 배우의 믿을 수 없는 발언이다.

“그냥 제 걱정을 앓는 소리로 농담한 거고 좋은 작품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금 제 몸과 정신 상태에서 하고 싶은 게 영화라서요. 드라마도 좋은 매체지만 5개월간 달려오다 보니 연달아 하기엔 힘든 점이 있기도 하고, 상황이 여러 가지인 거죠. 드라마도, 영화도, 제 상태도 살피면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차기작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못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힌트를 요구하자 “기대해 주세요”라고 덧붙인 김성균은 이내 “아니에요, 기대하지 마세요” 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연기 활동에 있어 변신을 꾀한 게 아닌데 ‘천의 얼굴’이라 불린 점이 내심 부담된다고. 그러나 김성균의 연기를 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깨달았을 듯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기대를 고스란히 만족으로 돌려줄 능력이 충분한 배우라는 것을.

영화든 드라마든 뭐든 좋다. 이 배우가 드러낸 연기의 스펙트럼 안에서 살아 숨 쉴 모습이 궁금하다. 김성균이 새 작품을 만날 준비를 하듯 시청자도 삼천포가 아닌 김성균을 만날 준비를 시작한다. 앞으로 선보일 김성균의 새 행보가 삼천포와 비슷하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삼천포가 김성균의 전부가 아니기에 김성균의 가슴 한 편에 남은 1994년 대구의 풍경처럼 삼천포 역시 많은 이의 추억으로 한 발 물러설 때다. 그 자리에는 삼천포가 남긴 행복과 김성균이라는 배우의 앞날을 향한 기대가 쌓인다.

“시청자 여러분과 ‘응답하라 1994’ 배우들, 제작진, 스태프 분들이 동 시간대에 다 같이 추억을 공유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방송 때 많은 분이 우셨다던데 저희도 같이 울고 있었거든요. ‘응답하라 1994’로 시청자 분들과 교감했다는 게 무척 짜릿한 경험이었죠. 이렇게까지 사랑해 주셔서 정말 영광이고 살면서 이런 경험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어요. 시청자 분들의 덕이 큰 만큼 굉장히 감사하고 행복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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