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대풍수’ 박민지 “개명 못한 게 ‘천추의 한’이죠”
[SS인터뷰] ‘대풍수’ 박민지 “개명 못한 게 ‘천추의 한’이죠”
  • 승인 2012.12.0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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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성격이 매력인 배우 박민지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얼굴에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뽀얀 피부의 여중생 제니는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아직 남아있다. 때로는 배우의 이름보다 작품 속 캐릭터가 더욱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역배우라면 이런 일은 더욱 흔하다.

영화 ‘제니, 주노’에 출연했던 박민지 역시 비슷한 케이스. 당시 한 패션지의 모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뷰티모델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던 박민지. 그는 감독과의 간단한 미팅 후 여주인공 제니로 덜컥 캐스팅이 됐다. 본인 역시 당시를 회상하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미지와 잘 맞았나 봐요. 집에 시나리오를 가져와서 ‘엄마, 이거 하재. 말이 돼?’ 했어요.(웃음) 집에 와서 읽어보니까 내용도 귀엽고 원래 배우를 하고 싶었기도 했던 터라 고민도 안 하고 결정했죠. 아는 것도 없는데 배워가며 찍었어요.”

그렇게 혜성처럼 등장한 박민지는 연기의 ‘연’자도 모르던 신인 배우답지 않게 그 나이대의 감성을 잘 살려내며 깜찍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많은 가능성을 지닌 배우임에도 불구,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이의 제약이 가장 컸다. 뜻하지 않게 배우로서의 공백기도 길어졌다.

“그런 아쉬움은 이미 해탈했어요. 지금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죠. 전에는 조바심과 욕심만 많았는데 이제는 아예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편해요. 좋은 의미로 많이, 잘 논거 같아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연애도 많이 해보고요. 그 때 만약 탄탄대로를 걸었다면 일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고 오만해져 있을 수도 있었겠죠.”

   
밝은 성격이 매력인 배우 박민지 ⓒ SSTV 고대현 기자

박민지는 자신의 생활을 지켜가면서도 감을 잃지 않고 작품 활동을 조금씩 하면서 그렇게 ‘어른’이 됐다. 덕분에 그는 스스로도, 남들이 볼 때도 인간으로서 ‘괜찮은 인격체’를 갖추게 됐다.

최근에는 SBS ‘대풍수’에서 반야의 아역으로도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과감한 상반신 뒤태 노출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연기는 대역을 안 쓰고 직접 했어요. 두 가지 버전을 촬영했는데 어깨 밑에서 끝내는 거랑 허리까지 나오는 것을 찍었죠. 완전히 등을 노출하는 거는 아침에 감독님이 갑자기 콘티를 바꿔서 찍게 된 거에요. 기존의 목욕신은 너무 식상하니까 새롭고 참신한 거로 찍어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은 박민지에게 서서 물을 끼얹는 뒷모습을 찍겠다고 했다. 박민지 역시 처음엔 당황스러워서 고민을 했지만 새로운 시도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열심히 했어요. 목욕신도 그렇고 반야가 넘어지고 끌려가고 부딪히고 도망가는 장면들이 많아서 혼신의 힘을 다했죠. 넘어지는 연기는 대한민국 TOP3 안에 들 거란 말도 들었어요. 하하. 대사가 많은 캐릭터가 아니어서 액션이나 눈빛, 표정으로 연기해야 하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밝은 성격이 매력인 배우 박민지 ⓒ SSTV 고대현 기자

반야의 아역이긴 했지만 실제로 박민지는 1989년생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스물다섯 살이 된다. 그러나 워낙 동안인 탓에 아직 아가씨 보다는 소녀 역할이 더욱 어울리는 게 사실. 이제는 나이에 맞는 역할도 하고 싶다.

“불만이 원래는 없었어요. ‘대풍수’ 하면서부터 새롭게 느낀 불만인데 내일모레면 저도 스물다섯 살이고, 화장하고 립스틱 발라가면서 예쁜 역할도 하고 싶거든요. ‘결혼의 꼼수’에서는 삼수생 역이어서 캐주얼만 입었고 그렇다보니 시크하고 아가씨 같은 역할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녀에서 아가씨로 변모한 박민지는 현재 남자친구가 없다며 외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장 크리스마스에 할 게 없다며 툴툴대던 그의 이상형은 ‘무조건 자상한 남자’다.

“저밖에 모르는 남자가 좋아요. 얼굴은 안 봐요. 좋아하는 배우는 강동원이지만 실제로 만날 때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웃음) 저는 자상하고 기타를 잘 치는 남자가 좋아요.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밝은 성격이 매력인 배우 박민지 ⓒ SSTV 고대현 기자

이날 인터뷰에서 박민지는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배우치고는 다소 흔하고 평범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개명을 할 법도 한데 왜 그러지 않았냐고 물으니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이란다.

“아직까지 천추의 한이에요.(웃음) 영화 찍는다 해서 촬영 들어갔는데 매니저랑 이름을 뭐로 할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 마케팅 팀에서 홍보 기사를 낸 거예요. 이름도 박민지 그대로. 사실 전 데뷔전부터 이름이 싫었거든요. 개성 있는 성격에 특이한 부분이 많은데 이름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민지가 한 반에 세 명씩 있었으니까요.”

결국 뜻하지 않게 본명으로 데뷔하게 된 박민지. 흔한 이름을 지녔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배우임을 입증해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색을 가진 ‘배우 박민지’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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