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공자' 강태주 "합격 전화 받고 소리 질러…1980:1 경쟁률"
'귀공자' 강태주 "합격 전화 받고 소리 질러…1980:1 경쟁률"
  • 승인 2023.06.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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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앤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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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아르바이트) 끝나고 집에 가서 쉬고 있다가 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소리 지르고 춤추고…난리가 났었죠."

2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신인 배우 강태주(28)는 박훈정 감독의 새 영화 '귀공자' 주연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무려 19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코피노 복서 마르코 역을 따냈다. 몇 년간 번번이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나는 최종 선택을 받지 못하는 배우구나" 하는 자괴감에 빠졌을 때였다.

"연기하던 주변의 형, 누나들도 서른이 넘어가면서 연기를 그만두고 자기 일을 찾아가는 모습을 봤어요. 저도 슬슬 다른 걸 해야 하는가보다 고민했죠. 그러면서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데 '귀공자 됐다'는 전화를 받은 거예요."

그가 소화한 마르코 역은 반항적이고 자존심이 센 인물이다. 불법 권투 시합 선수로 뛰고 강도질에도 가담하는 등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강태주는 "마르코는 극 중에서 간절함이나 처절함이 느껴지는 인물"이라며 "감독님께서 제가 그런 걸 표현하기에 좋은 눈빛을 가졌다고 보신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합격 소식을 듣고도 "슛(촬영) 들어갈 때까지는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강태주는 복싱 연습과 체력 훈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5㎏을 감량한 것은 물론 잔근육을 키워 복싱 선수 몸매를 만들었다.

마르코가 코피노인 만큼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관련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강태주는 말했다.

부담감 또한 밀려왔다. 박 감독이 '마녀' 시리즈로 김다미, 신시아 등 걸출한 배우를 발굴했던 터라 강태주에게도 기대가 쏠렸기 때문이다.

"친구도 안 만나고 먹을 것도 끊을 정도였죠. 감독님이랑 대본 읽는 것마저 부담이었습니다. 잘할 수 있다고 계속 어필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정말 죽을 각오로 임했어요. 숲에서 굴러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 굴러버렸죠. 하하."

그가 첫 주연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함께 연기한 선배 배우 김선호와 김강우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김선호는 마르코를 추격하는 프로 킬러 귀공자를, 김강우는 사악한 재벌 한 이사를 연기했다.

강태주는 "강우 선배님은 대본을 100번 읽어도 몰랐던 마르코의 감정을 연기로 한 번에 알게 해주셨다"면서 "선호 형은 재치와 리더십이 뛰어나서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강태주의 연기에 대한 태도를 보면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꿔왔던 것 같지만, 실은 대학에서 광고 공부를 하다가 뒤늦게 연기에 입문했다. 모델 일을 하며 자신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연기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얼굴 좀 괜찮으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더 진지해져야 한다는 마음이 들고, 연기를 사랑하게 됐죠. 어느 순간 보니 4∼5년이 흘러 있더라고요. 앞으로 이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구나, 더 이상 돌아갈 길은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귀공자'는 이런 그의 다짐을 확신으로 바꿔준 작품이다. 박 감독이나 동료 선배들에게서 칭찬받으면서 "나 정말 계속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신인 때 만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 현장에서의 마음가짐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태도, 무술, 감정 연기 같은 걸 모두 배웠으니까요. 이제 저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뉴스인사이드 조유리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