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하울링’ 송강호 “이나영 ‘아침이슬’에 비유했다가 아내에게 핀잔 들었죠”
[SS인터뷰] ‘하울링’ 송강호 “이나영 ‘아침이슬’에 비유했다가 아내에게 핀잔 들었죠”
  • 승인 2012.02.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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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송강호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연예인은 배우, 가수, 무용가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송강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완전히 배우라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그에게는 다른 수식어가 파고들 틈이 없어 보인다. 올해 나이 마흔 여섯. 웃을 때마다 파이는 눈가의 잔주름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그이지만 스무 살 어린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송강호 만이 지니고 있는 강력한 매력 중 하나다.

송강호는 영화 ‘하울링’ (감독 유하)에서 실적 때문에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에 목숨 거는 만년형사 상길 역을 맡았다. ‘하울링’은 늑대개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활약상을 그린 범죄 수사극이다.

추위 속에서도 유난히 햇살이 따스했던 2월의 어느 날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살이 빠지고 수염이 자라 영화 속에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차가운 인상과 달리 실제로 만난 송강호는 따뜻한 눈빛을 지닌 사람이었고 기자는 그동안 간직해온 의문점들을 속 시원히 풀어낼 수 있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송강호 ⓒ SSTV 고대현 기자

의문1. 송강호는 주인공만 한다?

늘 영화의 전면에서 극의 전반적 흐름을 이끌어갔던 송강호는 이번 영화 ‘하울링’에서 신참 여형사로 분한 이나영을 완벽히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제가 만약 이 작품을 선택할 때 장르적으로 형사물에 가까웠다면 아마 매력을 못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하울링’은 외피만 그렇고 내용은 다른 것을 말하고 있어요. 사실 이번 영화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영화를 하는데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작품은 비중을 떠나서 그저 좋은 작품이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울링’이 일반 형사 영화와는 다르게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그는 영화 ‘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이후 형사 역할은 9년 만이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형사는 오랜만에 하게 됐네요. 아마 한국 남자 배우들이 제일 많이 받는 배역이 형사 아니면 건달일 겁니다. 이번에 최민식씨도 ‘범죄와의 전쟁’에서 건달 연기를 하지 않았습니까.(웃음) 작가 입장에서는 이 직업군이 가진 특징을 통해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하울링’은 보통의 형사물과는 조금 다릅니다. 늑대개가 나오지만 개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아니고요. 미물을 통한 사회적인 약자의 아픔을 표현하고자 한 거죠. 인간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송강호 ⓒ SSTV 고대현 기자

의문2. 송강호는 비유적 표현을 자주 쓴다?

이번 영화 ‘하울링’의 홍보를 시작하면서 송강호는 영화나 상대배우를 언급할 때마다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해 눈길을 모았다. 실제로 제작보고회 당시에는 이나영을 ‘아침이슬’에 비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에는 비유적 말투를 잘 안 씁니다. 그 때 기사가 나간 것을 보고 아내에게도 핀잔을 들었어요. ‘아침이슬이 뭐냐’라고.(웃음) 사실 제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너무 감동적으로 읽은 뒤라서 그 영향이 좀 컸던 것 같습니다. 그 책에 보면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아내가 밤에 아침이슬을 모으는 장면이 나와요. 얼마나 대단합니까. 밤새 그 이슬 한 방울을 얻기 위해 바치는 그 정성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이나영씨는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물이 쫙 떨어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조금씩 모여서 영롱한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그런 사람이예요. 그래서 이나영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그 표현을 썼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민망하더라고요.”

송강호는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려고 하지만 생각만큼 많이 읽고 있지는 못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아침이슬’ 같은 느낌의 후배 이나영에 대해서도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다.

“이나영씨가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동화가 되더라고요. 보통 한국영화를 보면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별로 없고 상대적으로 비율이 작은데 그런 면에서 ‘하울링’은 아주 반가운 영화예요. 이나영이라는 배우는 평소에 화장도 안하고 다니는 수수한 사람입니다. 정말 꾸밈이 없죠. 본인 스스로도 ‘비주류 감성을 가진 배우’라고 말하더라고요. 영화 속 차은영과 너무나 흡사해요. 이나영씨를 보면 벽돌이 하나둘씩 차곡차곡 쌓여서 벽을 만드는 느낌이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기대가 되는 배우라고 할 수 있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송강호 ⓒ SSTV 고대현 기자

의문3. 송강호는 신비주의다?

요즘은 가수, 영화배우, TV드라마 연기자를 막론하고 많은 연예인들이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앞 다퉈 숨겨진 끼와 입담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송강호는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면 정말 만나기 힘든 배우 중 하나다.

“사실 예능프로그램에 못 나가는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줘야하는데 제가 그럴 자신이 없어서에요. 저는 신비주의론자도 아니고 집에서 예능프로그램도 즐겨봅니다. 하지만 제가 나가면 민폐겠구나 싶어서 안 나가는 것 뿐이에요. 웃음을 주지 못 할테니까. 이번에 나영씨는 ‘무한도전’ 촬영했는데 MBC가 파업을 하는 바람에...(웃음)”

본인 스스로 ‘웃길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송강호는 실제로 예능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TV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춘 일이 없다. 그에게 영화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

“드라마는 제가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제의 자체가 안 들어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영화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커요. 요즘은 영화인들이 많이 드라마로 넘어가서 한석규 선배나 신하균이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니 정말 반갑더라고요. 하균이는 오래전부터 연극계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있었어요. 친동생 같은 존재죠. 그런데 하균이가 본인의 능력과 재능에 비해서 영화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건 사실이거든요. 이번에 ‘브레인’으로 잘 돼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매일 극장에서 보던 배우가 안방에서 연기를 하는 것을 보니 신선하기도 하고요. 반면 드라마에만 나오던 배우가 극장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에너지를 불태우는 모습도 반가운거거든요. 그러니 TV에서도 영화로 많이 넘어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송강호 ⓒ SSTV 고대현 기자

‘하울링’의 유하 감독은 배우 송강호에 대해 ‘열연을 하지 않는 배우’라는 평을 내렸다. 박찬욱 감독은 ‘박쥐’ 촬영 당시 “송강호는 교활할 정도로 머리가 좋다”고 했다.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얘기지만 사실은 뻔한 칭찬 이상의 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송강호는 어떤 배역이 주어지건 꼭꼭 씹어서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다. 열연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말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만큼 감독과 진심으로 교감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오는 3월 봉준호 감독의 야심작 ‘설국 열차’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 다음 작품은 사극이라고 살짝 귀띔을 한 송강호는 스스로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하울링’의 성공과 더불어 그의 ‘새로운 도전’을 접하게 될 다음 작품이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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