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해어화’ 한효주, 바람에 흔들리며 피운 꽃
[SS인터뷰] ‘해어화’ 한효주, 바람에 흔들리며 피운 꽃
  • 승인 2016.04.1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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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여자 연예인 이름은 신지 다음으로 한효주가 아닐까. 신지야 김종민이 속한 코요테 멤버라지만 한효주는 멤버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뜬금없이 많이도 거론됐다. 한효주는 ‘1박2일’에서 예쁜 여배우의 대명사가 됐고 결국 그들의 간절한 부름에 응답했다. 한효주는 우연을 가장한 몰래 카메라로 ‘1박2일’ 멤버들에게 역대급 반전을 선사했다. 또한 자신이 만든 소금 아메리카노에 그대로 당하며 어설픈 매력도 함께 선보여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한효주는 언제나 ‘미소 유발자’였다. 그녀의 미소는 보는 이들에게 따스함을 전달한다. 사랑에 거침없는 미수(‘반창꼬’ 한효주 분)가 그랬고, 매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우진의 손을 말없이 잡아주는 이수(‘뷰티인사이드’ 한효주 분)가 그랬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에서 한효주는 이전에 없던 아픔을 연기한다. ‘해어화’에서 정가의 명인인 소율(한효주 분)은 당대 최고 작곡가인 윤우(유연석 분)의 연인이지만, 둘도 없는 친구인 연희(천우희 분)에게 노래와 사랑을 모두 빼앗긴다. 소율은 질투라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에 의해 사랑과 우정은 물론 자신을 잃어 간다. 영화 초반 소율은 봄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복사꽃을 닮아있지만, 어느덧 가시가 있는 붉은 장미가 된다.

20대의 한효주는 성숙한 척을 했다. 바쁘고 힘들어도 잘하는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10년을 정신없이 보내고서야 한효주는 자신을 찾았다. 자신이 매번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그녀는 이제 어리광도 부리고 혼자 아파하지 않는다.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어떤가. 

확실히 저의 새로운 얼굴들이 담긴 것 같아요. 후반부에는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에필로그 장면이 참 슬펐어요. 마지막 대사인 ‘그때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걸’이라는 말에 함축적인 의미가 담긴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처음 만났을 때 모차르트와 모차르트의 이야기라고 하시는데 눈물이 고일만큼 마음에 와 닿았어요. 둘 다 재능이 있는데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버리면서 비극이 시작되는데 그땐 모르는 거죠. 그 여자가 변해가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잘 보여줘요. 아주 순수했던 모습부터 변해가는 과정, 그 깊은 회한까지 감정선이 깊어서 시나리오 선택한 것도 있어요. 오랜만에 이런 깊은 감성의 영화가 나온 것 같아 떨렸어요.

   
 

그동안의 고생이 그려질 만큼 영화에서 정가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노래가 정말 중요한 부분이어서 정가를 연습했어요. 어떤 사람이 부르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악기 같은 느낌이에요.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목소리가 맑았어요. 그 선생님 목소리를 따라 했는데 잘 맞는 것 같아요.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사랑, 거짓말이’는 영화 촬영을 마치고 곡이 나와서 녹음했다가 한 번 더 녹음했어요. 감독님께서 조금 더 처절하게 불러달라고 하셨어요. 진짜 마지막 힘까지 짜내고 짜내서 온 힘을 다한 곡이에요. ‘사랑 거짓말이, 임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뵌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나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라는 가사인데 정가 중에서도 꽤 길어요. 8분에서 10분 정도를 연습할 때 완창 했는데 영화에서는 한마디가 나오네요(웃음). 아까워서 OST 때 꼭 넣어달라고 했어요.

늘 사랑받는 역할이었는데 이번엔 사랑과 우정을 모두 잃는다.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는 소감은 어떤가. 실제 모습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저랑은 분명히 달라요. 저라면 그런 선택을 안 하겠죠. 좋은 방향으로 유도를 하든지 아니면 포기를 했을 거예요. 소율은 아주 순수한 존재로 만들고 싶었어요. 맑고 순수하며 어쩌면 성숙하지 못한 아이 같은 느낌도 주고 싶었어요. 순수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하는 거죠. 그런 설득력을 주기 위해 초반부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생각보다 후반부 감정신보다 초반의 해맑은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어요.

   
 

영화 전개상 편집돼서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이난영 선생님 콘서트에 가서 연희가 선택받잖아요. 그리고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죠. 윤우마저도 연희를 선택하면서 정가만 하던 소율이 이난영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대중가요 오디션을 보러 가요. 오디션에서 정가만 해서 그런지 노래가 재미가 없다는 평을 받아요. 오디션을 마치고 차 안에서 이난영 선생님이 소율에게 왜 대중가요 오디션을 보려고 했는지 물어요. 소율은 가만히 있다가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낀 적 있느냐고 묻죠. 자신이 질투를 느낀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에요. 이난영 선생님은 자신의 경험들을 장난스럽게 이야기해줘요. 그리고 집에 들어가려는 소율을 다시 불러 ‘그쪽이 정소율이라는 것을 잊지마’라고 말해요. 소율에게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데 영화 흐름상 편집이 됐죠.

소율은 연희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시꽃 같던 연희가 가시를 털어내고 있다’라고 말한다. 당시 어떤 감정이었을까.

일단 연희가 무대에서 이 정도로 사랑을 받을 거라곤 생각 못 했으니 질투도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둘도 없는 동무잖아요. 이제야 자기 옷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연희를 보며 응원해주고 싶은 모습도 있었을 거예요. 소율도 연희에 관해 마냥 나쁜 감정만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파멸로 향해가며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소율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마지막 대사를 준비하기까지 힘들었어요. 노인 분장도 고민이 많았지만 캐릭터를 완성시키기 위해 도전했죠.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간절한 마음에 촬영 직전까지 힘들었어요. 준비과정까지 합쳐 7개월을 그 날을 위해 달려온 느낌으로 촬영했어요. 그러다보니 마지막 대사를 할 때 정말 그 인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신비한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에서 소율은 시간이 흐른 뒤 ‘그때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걸’이라며 과거를 돌이켜본다. 한효주에게도 지난날을 돌이켜봤을 때 당시엔 몰랐던 아쉬움이 있나.

돌이켜보면 배우로는 진짜 열심히 산 것 같아요. 10년을 정신없이 달리면서 후회 없이 살았다고 할 정도로 배우로서는 열심히 살았는데 ‘인간 한효주는 어떻게 살았나?’ 생각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많이 없고 덜 성숙했던 시절에 너무 성숙하려고 하고 어른인 척했던 것 같아요. 그때만 할 수 있는 실수나 어리광이 있는데 말이죠.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참았어요. 혼자 이겨내려고 하고 잘하려고만 했던 시기들이 아쉬워요. 그래서 오히려 요즘 어리광을 부리고 있어요(웃음).

공교롭게도 ‘뷰티인사이드’에 함께 출연한 이진욱이 주연한 ‘시간이탈자’와 개봉일이 같다.

이진욱 씨와 ‘뷰티인사이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인연도 있지만 여배우끼리의 인연도 있어요. 제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을 당시에 시상자로 임수정 선배님이 나오셨어요. 임수정 선배님이 상을 주면서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그때 ‘좋은 선배구나. 따뜻한 분이시다’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1년 후에 천우희 씨가 여우주연상을 받아서 제가 시상자로 나갔어요. 임수정 선배, 저, 천우희 씨 이렇게 세 명이 청룡영화상 여주우연상으로 인연이 있죠.

‘해어화’에서 소율은 질투라는 감정으로 인해 자신을 잃고 파멸을 가져왔다.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한효주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 있나.

요즘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원래의 나를 잃고 싶지 않은데 힘든 일이죠. 사람이다 보니 자꾸 흔들리게 돼요. 그런 것 같아요. 누구나 흔들리고 이를 다잡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아요.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직시하고 계속해서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원래의 자신을 상기시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흔들리지 않는 건 힘들어요. 누구나 흔들리니 항상 그 속에서 자신을 부여해야죠.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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