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인간 박성웅, 그리고 배우 박성웅
[SS인터뷰] 인간 박성웅, 그리고 배우 박성웅
  • 승인 2016.03.0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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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이 20.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뜨겁게 달궜던 리멤버. 뻔한 권선징악형 복수극 속에서 배우 박성웅은 빼놓을 수 없는 독보적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극중 박성웅은 불량 변호사 박동호 역을 맡아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입체적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스타서울TV는 ‘리멤버’의 숨가쁜 촬영을 마친 후 한결 편안해진 박성웅을 만났다.

   
 

◆ “사투리 연기, 성공했다고 봐요(웃음)”

‘이젠 서울말로 하는 연기가 안 될 정도’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었던 박성웅. 실제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사투리가 스며나와 드라마의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박성웅은 극중 경상도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소화하면서 캐릭터 몰입에 힘을 실었다. 충청도 출신인 박성웅에게 사투리 연기는 낯설지 않았던 코드였을까. 하지만 찰진 사투리를 구사했던 박성웅에게도 남다른 노력이 필요했던 것.

이날 박성웅은 “경상도 분들한테 욕을 많이 먹었다. 부산 지역에는 그런 사투리가 없다고. 그런데 저는 어차피 알고 있었다”라며 사투리 연기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말 선생이 있었다. 부산 출신의 연기하는 후배인데, 대본을 보내주면 그 후배가 음성 메시지로 사투리를 보내줬다. 많을 때는 100개가 넘었다. 하나씩 들으면서 대본에 악보를 그렸다. 대사랑 억양, 뉘앙스를 숙지한 다음에 현장에 들어갔다”고 말해 그의 사투리 연기에 대한 열의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부단한 노력 끝에 탄생할 수 있었던 사투리 연기에 박성웅은 “애초부터 타지방사람들이 ‘어? 저거 경상도 사투리인데’ 라고 하면 성공한 것이라고 목표를 잡았다. 그건 성공한 것 같다”고 소회를 했다.

◆ “유승호, 제가 태어나서 본 제일 착한 남자”

‘리멤버’ 박성웅은 선과 악의 중심축에서 명품배우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유승호(서진우 역)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하며 유승호와 남다른 남남케미까지 발산했다. 실제 박성웅은 인터뷰 내내 함께 출연한 배우 유승호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것이 바로 유승호와 성공적으로 브로맨스를 이뤄낸 비결일지도. 특히 과거 ‘태왕사신기’, ‘카인과 아벨’ 촬영 당시 유승호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각별한 친분을 밝혔다.

이날 박성웅은 “유승호는 제가 태어나서 본 남자 중에 제일 착하다. 맑다”며 “홀딱 벗겨놓으면 투명할 거다. 투명 인간 되는 거 아냐?(웃음)”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박성웅은 “제가 현장에서 말장난을 많이 하는데 사람들이 안 웃을 때는 성질을 낸다. 그러면 영혼 없는 웃음들을 보여주다 나중에는 ‘안 웃겨요’하고 만다. 그런데 승호는 항상 웃어줬다. 그것도 활짝. 승호한테 ‘너 안 웃긴데 일부러 웃는 거지’라고 하면 들켜서 더 웃더라. 그 정도로 착한 아이다”이라고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유승호에 대해 “나이에 맞지 않게 진중한 면도 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도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욕심이 아니라 자기 내에서 갈망하고 그런 것들을 봤다. 어리지만 많이 배운다”고 전했다.

   
 

◆ “악역전문배우 아니다”

그동안 ‘센’ 이미지가 굳혀졌던 박성웅은 ‘리멤버’·‘검사외전’을 통한 자신의 이미지 변신에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박성웅은 엘리트 역할에 대해 “저는 연쇄살인마, 조폭두목, 변호사, 검사, 다 어울리는 거 같다. 그게 꿈이었다”며 다양한 역할에 대한 갈망을 보여줬다. 또한 “악역전문배우 아니다. 악역만 한 건 아닌데 ‘신세계’ 이후 센 캐릭터를 많이 맡다 보니 그렇다. 선한 역도 많이 했다. ‘황제를 위하여’에서도 악역은 아닌데 워낙 세서 그런 것 같다. 벗어나고 싶어서 ‘리멤버’를 한 거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박성웅은 차기작 영화 ‘인천상륙작전’ ‘해어화’ ‘이와손톱’ ‘그대 이름은 장미’ 등 개봉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특히 박성웅은 ‘그대 이름은 장미’를 통해 배우 유호정과 로맨스 호흡을 맞춰 또 다른 변신을 예고했다.

◆ “인간 박성웅은 하나지만 배우 박성웅은 수십 명, 수백 명이 되고 싶다”

올해로 연기인생 20년을 맞은 박성웅은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쉴 틈 없이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2016년 ‘제2의 전성기’ 포문을 열은 박성웅이 앞으로 어떤 변화무쌍한 매력들을 발산하며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더해진다.

이날 박성웅은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좀 쉬면 배우로서 감이 떨어지더라. 저는 신인 때 일이 없는 게 너무 힘들었어서 그때 생각하면 바쁘고 힘들어도 계속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사명감을 내비췄다.

끝으로 박성웅은 “롤모델이 로버트 드 니로다. 20년 전에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라이벌이었는데 알 파치노는 자신의 색깔을 계속 이어갔고 로버트 드 니로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인간 박성웅은 하나지만 배우 박성웅은 수십 명, 수백 명이 되고 싶다. 디테일하게 연구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배우로서 포부를 품었다.

# 박성웅이 꼽은 ‘박동호 명장면’

   
 

박성웅은 ‘리멤버’ 마지막회의 납골당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인생의 최고의 장면이라고 꼽았다. 박성웅은 “납골당에서 기억을 잃은 진우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을 했을 때”라며 “그 장면을 찍기 전에 차에서 내리면서부터 눈물이 나더라. 가슴이 먹먹했다. 연기가 아니라 정말 실제 감정이었다”라고 말하며 벅찬 감동을 분출했다.

한편, 박성웅은 실제로 자신의 애교 많고 유쾌한 성격을 반영한 듯 마냥 ‘고구마에 사이다’ 같은 애드리브를 폭풍 쏟아내 극 흐름에 재미를 배가 시켰다. 박성웅은 ‘리멤버’ 19회에서 박성웅은 남일호(한진희 분)가 ‘대국민 사죄’하는 기자회견을 지켜보다 분노해 휩싸여 껌을 뱉어내고 두 팔 벌려 박수를 크게 치는 장면, 이후 홍무석(엄효섭 분)에게 “여전한 건 홍 변호사님이다. 일호의 개노릇하느라”라고 말하며 우스꽝스러운 개 흉내를 내보인 장면 등은 자신의 애드리브라고 전해 놀라움을 샀다.

이뿐만 아니다. ‘검사외전’ 속 애드리브도 언급하며 “검사외전은 그렇게 웃기게 연기를 한 적이 없다. 게다가 휘문고 나오는데 그게 다 애드립이었다. 원래는 강동원이 ‘사무실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경계하는 눈빛으로 끝이었다”라며 “서울대학교 동문이라는 것 말고 고등학교를 넣으면 어떨까해서 휘문고를 넣었고 ‘담임이 독사?’라고 말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부터 시작.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 되고싶다”란 그의 말처럼 앞으로도 점점 진화될 배우 박성웅의 활약이 주목된다.

[스타서울TV 조인경 기자 / 사진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SBS ‘리멤버’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