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김도사’ 김재원이 말하는 ‘찌질왕’ 인조 그리고 김재원
[SS인터뷰] ‘김도사’ 김재원이 말하는 ‘찌질왕’ 인조 그리고 김재원
  • 승인 2015.10.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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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화정’(연출 김상호, 최정규|극본 김이영)은 ‘화려한 정치’를 말한다. 선조, 광해, 인조 시대의 역사를 통해 권력, 욕망 그리고 정치를 다룬다. 평생 악행, 악역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김재원(34)은 극중 인조를 맡았다. 

김재원은 능양군으로 ‘화정’ 21회에 첫 등장했다.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흰 소복차림에 산발로 석고대죄를 했다. ‘김재원이 맞나’ 싶을 정도의 첫 등장. ‘화정’을 종영하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재원은 누구나 예상하는 김재원의 모습이었다. 4개월여를 인조로 살다 지난 29일 종영 후 밀린 일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기자와 마주했다.

“제가 한 게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이 됐는지 생각을 했어요. 모든 것들은 좋은 추억이 돼요. 경험이 되니까 예쁘게 포장해야죠. 내 인생인데. 좋은 과거든 안 좋은 과거든 나를 이루고 있는 시간이니까요. 예쁘고 멋있는 것만 추려도 그 용량이 엄청나죠. 그렇게 남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화정’의 기획의도는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이란 말로 시작한다. 광해(차승원 분) 정명공주(이연희 분) 비운의 세자 소현세자(백성현 분) 등의 이야기다. 인조도 그중 하나다. 인조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인조는 ‘무능왕’ ‘찌질왕’이라고 생각한다. 인조가 꿈꾼 정치에 대해 김재원은 길게, 오랜 시간 이야기 했다.

“그가 꿈꾼 정치는 무엇인지 접근하려고 했어요. 인조는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어요. 사랑을 받지 못해 백성을 아우르는 정치를 못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을 받았다면 백성을 사랑하는 법도 알았겠죠. 본인이 외면당한 상태였잖아요.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 큰 사랑을 베풀기엔 너무나도 어렵지 않았을까요. 드라마에서는 내가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공주와의 애증 관계가 정리가 백성에 대한 마음과도 같았어요. 김자점, 소용 조씨가 하는 일을 모르지 않았겠죠. 하지만 외로움 속에서 잘잘못을 알면서도 악수를 두는 거죠. 그런 점이 안타까웠어요.”

김재원은 ‘화정’에서 내가 생각했던 인조와 전혀 다른 연기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인조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실제로 김재원은 인조에 대한 어느 정도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체중감량을 해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유배를 다녀왔기 때문에 살집이 있을 수 없었던 것.

“인조라는 인물에 대한 안 좋은 단면의 흐름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대중과 아이들과 어른들이 역사에 대한 흐름을 보는 콘텐츠라면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인물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잘하려고 했던 점도 있고 했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도 있었겠죠. 인조가 현대 남성상의 모습과도 비슷해요. 집안에 들어갔는데 밖에서 열심히 하고 들어왔는데 잔소리만하고. 조금은 한 인간으로서 불쌍한 이였고 주변에 그를 위하는 사람 한 명 없이 쓸쓸히 떠나야만 했죠. 역사에 대한 기록을 떠나서 인조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다른 측면을 연기한다는 것. 그래서 연기에 대해서 다른 것을 하고 있다고 말한 거예요. 똑같은 단어에 대한 맥락은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역사적으로 선과 악이 있어서 본다면 사실은 우리나라 영토 확장을 위해 어마어마한 전쟁을 했는데 타국입장에서는 악역일 수 있잖아요. 인조라는 인물을 표현하면서 정치적 역사 평가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인물에 대한 것을 더 다루고 싶었어요. 그게 오히려 이 콘텐츠가 가져야할 필요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온고지신이란 말처럼 옛것을 보고 무언가를 느끼고 깨닫고 과오나 실수에 대해서 정정하기 위한 콘텐츠를 보여줄 때, 예븐 콘텐츠를 만들어서 안방극장에 보여주는 거죠.”

   
 

사극의 특징이라면 등장인물이 많이 나온 다는 거다. 방송 중반까지 차승원이 광해 역을 하다 퇴장했고 이성민(이덕형 분) 안내상(허균 분) 등이 극을 이끌었다. 또 조성하 정웅인 엄효섭 박준규 김창완 등의 중견 배우들도 힘을 보탰다. 하지만 김재원의 촬영은 ‘인조’의 삶 만큼이나 외로웠다.

“진짜 같이 하고 싶은 연기자 선배 많았는데 희한하게 섞여서 연기를 못했어요. 김자점, 소용 조씨와는 이야기를 했는데 다른 선배, 동료 배우들과는 항상 분장실에서만 인사를 했어요. 이번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채빈은 제 부인으로 출연했어요. 누워서 말 한마디 못해봤지만 400년 전이니까 가능한 멜로죠. 아까워요. 왜 누워만 있었을까? 광렬이 형(허준)이 와서 침 놔주길 바랬어요(웃음). 서강준도 저를 앞에 두고 혼잣말을 하는 장면이 있어서 호흡을 맞춰보진 못했어요. 공주는 잔소리만 하고 제 얘기는 안했으니까요. 좌의정 영의정이 내 말을 듣지 않으니까 현실에서 연기하는 것조차도 독백이었어요.”

이러나저러나 아들이었다. 아들 소현세자를 맡은 백성현과는 대사를 주고받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비운의 왕자 소현세자 이야기를 꺼내자 김재원은 “소현세자 그렇게 아꼈는데…”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해가 쌓여 청나라에서 돌아온 소현세자는 머리에 벼루를 맞았고, 그러다 소현세자는 세상을 떠났다.

“벼루 던지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미안했어요. 근데 백성현이 벼루에 맞는 리액션을 잘하더라고요. 가슴이 아팠죠. 인조 입장에서는 예뻤을 거예요. 사람 사이 관계도가 너무 가까웠다 배신감을 느끼면 반대급부가 생기잖아요. 유일하게 인조에게 애정을 가진 사람이에요. 왕자가 참 어려운 자리죠. 왕이란 사람 위해 가까이가면 갈수록 복잡하고. 동물의 세계에서도 혈육 간의 싸움이 있잖아요. 인간도 역사를 보면 혈육끼리 싸움이 많아요. 인물에 대한 연기가 쉽지 않아요.”

   
 

‘화정’을 시작하는 김재원에게는 ‘파격 연기 변신’ ‘첫 악역 도전’이란 말이 따라 다녔다. 그동안 김재원이 작품 속 역할들은 항상 웃었고 또 에너지가 있었으며 긍정적인 기운이 있었다. ‘연기변신’이 필요하고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의식이 인조를 선택하게 했을까?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런 것에 시선이 가요. 작품 선택에 대한 폭도 그래요. 연기자인 제게 다가왔기 때문에 시기에 맞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꼭 어떤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기보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이 인물을 생각했을 때 가장 가까운 배우를 선정하잖아요. 그렇게 작품이 찾아오고, 또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넓히려면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해요. 저한테 오는 것들을 미리 알고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시험문제를 누가 알려주나요?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그것을 쌓을 때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런 기회에 온다면 좋은 찬스가 되고 부진함이 있다면 그것은 반성의 기회가 돼요.”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는 최근 인터넷을 비롯해 예능 등에서도 등장하는 명대사다. 몇 년 안 된 것 같지만 2002년 MBC ‘로망스’에서 선생 김하늘(김채원 역)이 학생 김재원(최관우 역)에게 두 사람의 위치를 확인시킨 대사다. 2001년 데뷔한 김재원은 벌써 데뷔 14년차를 맞았다. 그동안 여러개의 대표작과 히트작을 만들었고 군대도 다녀왔다. 또 결혼해 아이의 아빠가 됐다.

“과거에 제가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만행을 저질렀는지 반성의 날로 잡아야 겠어요(웃음). 촬영을 하면서 ‘옛날에 이런 것 했었지’하고 회상을 해요. ‘화정’을 촬영하면서도 그때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왜 그렇게 밖에 못했지? 생각이 들었어요. 늘 아쉬움이 남죠.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제 안을 꾹 채워놨다가 놔야죠. 된장찌개를 매일 끓일 수 없잖아요. 너무 많이 끓이면 사장님이고 손님들이 싫어하고. 조리시간과 마무리 시간이 어려워요. 감독이 작품에서 설명하고자하는 메시지, 어떻게 표현하고자하는지 맞춰서 인물 연기하는 것, 잘 분배를 해야죠.”

김재원에게는 데뷔 때부터 얻은 아주 감사한 수식어가 있다. ‘살인미소’. 김재원 스스로는 ‘살인미소’에 대해 “너무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반긴다. 12년 전 ‘로망스’에서 보여준 웃음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김재원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 또한 긍정적이지만 이는 ‘기대 이미지’, 또 김재원에게 원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하려고 하는데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요. 그 안에서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하죠. 날에 따라 장면의 해석이 다르기도 하고, 우울한 장면을 촬영하는데 쨍쨍한 날이기도 하고요. 이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 안에서 내가 최선을 다해 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어요. 뭐가 있겠어요? 혹시라도 결과가 안 좋을 때 ‘쟤는 그래도 열심히 했다’ 면죄부가 생길 수도 있고요. 살면서 100점만 맞을 수는 없으니까요. 100점으로 보일 수도 있고 0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하는 거죠. 설마 뺨은 안 때리겠죠?”

김재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자니 인생의 통달이란 말이 어울렸다. 취재진이 ‘통달’이란 말을 하자 “제 별명이 김도사”라고 웃었다. 34살에도 웃는 게 여전한 김도사와의 만남이었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

사진 = 윌엔터테인먼트,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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