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유해진 “‘봉오동 전투’, 숫자로만 남은 이들의 이야기”
[인싸인터뷰] 유해진 “‘봉오동 전투’, 숫자로만 남은 이들의 이야기”
  • 승인 2019.08.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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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해진/사진=(주)쇼박스
배우 유해진/사진=(주)쇼박스

“‘무사’라는 작품을 굉장히 좋아해요. 고생도 많이 했고 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영화예요. 그런 영화를 다시 못할 줄 알았어요. 이번에 같진 않지만 비슷한 영화를 할 수 있어서 의미가 커요. 사실 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두려움이 있었어요. ‘무사’ 때는 육체적으로 말하자면 좀 더 빠릿빠릿할 때니까. 이번에 ‘버틸 수 있을까’, ‘괜히 민폐만 끼치는 거 아닐까’라는 걱정이 있었어요.”

유해진이 항일대도를 휘두르며 1920년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를 누비는 독립군으로 돌아왔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봉오동 전투는 중국 영토인 만주지역에서 한국 독립군과 일본군 사이에 본격적으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전투였다. 영화는 목숨을 담보로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까지 달리고 또 달려 일본군을 유인, 고립시키고 그들에게 승리를 쟁취하기까지의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담아낸다. 

유해진은 최근 몇 년 ‘택시운전사’, ‘1987’, ‘말모이’ 등 시대상을 담은 작품들에 꾸준히 출연했다. 혹자는 특별한 사명감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수 있지만, 유해진은 작품이 주는 이야기와 완성도를 보고 그동안 작품을 선택해 왔다.

“저는 끌리는 작품을 선택할 뿐이에요. ‘봉오동 전투’는 메시지도 있었고 임시정부 100주년이라는 의미도 있었어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읽을 때 통쾌함이 있어서 선택했죠. 시대상을 다룬 작품을 몇 작품 했는데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예전보다 생각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게 작품 선택에 있어 주요인은 아니에요.”

특히 이번 작품은 역사에 짧게 기록된 봉오동 전투를 최초로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으로 의미가 있었다. 유해진은 “역사책에는 유명한 영웅만 나오는데 그 외에 목숨 바친 분들, 표현하기 마음이 아픈데 ‘숫자로만 남은 분들’을 이야기해서 좋았다”며 영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유해진이 연기한 황해철은 어린 시절 일본군에 의해 동생이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한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동생을 잃은 아픔과 항일정신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평소에는 동료들의 분위기를 풀어주고 다독이는 성품도 지니고 있다. 유해진은 그가 그동안 보여준 푸근한 이미지와 독립군으로서 기개를 함께 보여주기 위해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극을 조율했다.

“이번에 황해철 캐릭터는 작품 전체로 봤을 때 밸런스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범주 안에서 적당한 느슨함과 웃음도 줘야 했어요. 긴장감을 주다가 다시 풀어주는 정도에 대한 조율이 필요했어요.”

배우 유해진/사진=(주)쇼박스
배우 유해진/사진=(주)쇼박스

‘봉오동 전투’에서 황해철은 영화적으로 가장 화끈한 액션을 선보이는 캐릭터다. 항일대도로 일본군을 처단하는 장면들은 총기 액션과는 다른 타격감과 쾌감을 선사한다.

“무술감독님이 잘 해주셨고 특히 제 대역을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했어요. 원신연 감독님이 부탁을 했어요. 정두홍 감독 특유의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액션이 있어요. 기교가 빠져있는 솔직한 액션. 감독님과 처음부터 전투에서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살고자하는 몸부림을 보여주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원신연 감독님이 생각할 때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정두홍 감독님이었고 부탁을 드려서 해준 거죠. 쾌도난마 장면이 있는데 저는 만족할 만큼 잘나왔다고 생각해요.”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로 반일 감정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봉오동 전투’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항일영화로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에 관해 유해진은 배우로서 소신을 밝혔다.

“좋은 시국도 아니고 좋지 않은 시국으로 저희 영화만 득을 보고 싶지 않아요. 영화는 영화로 흘러가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관객 분들은 영화가 별로면 절대 안 보세요. 그래서 시국에 대한 것을 바라기보다는 영화가 좋다는 평을 보고 와주셔서 거기에 후련함까지 느끼신다면 다행이고 그게 옳은 방향이라 생각해요. 그동안 저는 예상 관객수를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스코어에 대한 부담을 갖기보다는 고생한 만큼 모두가 보람을 찾아갈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천만에 너무 익숙해지는데 저는 200만, 300만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지 너무나 잘 알아요. 사실 중간 영화를 많이 하고 싶고 그런 영화가 잘 돼야 해요. 천만 영화만 나오는 건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아요. 중간급 영화들이 꾸준히 나와야 다양한 작품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