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무비] ‘기생충’, 봉준호 월드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송강호·두 가족·냄새
[인싸무비] ‘기생충’, 봉준호 월드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야 할 송강호·두 가족·냄새
  • 승인 2019.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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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사진=CJ엔터테인먼트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한국으로 돌아와 관객을 만난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칸에서부터 봉준호 감독은 스포일러 자제를 당부해 더욱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신선한 충격을 안길 ‘기생충’을 만나기에 앞서 알고 보면 더 좋은 ‘기생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 봉준호의 페르소나 송강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총 네 편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과거 단역을 뽑는 오디션장에서 조감독과 단역배우로 처음 인사를 나눴고 이후 각자 커리어를 쌓은 후 ‘살인의 추억’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에게 상업적 성공과 명성을 높여줬고 송강호 역시 봉준호를 만나 진한 페이소스를 남기는 배우로서 더욱 입지를 굳혔다.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찍을 수 없었던 영화다.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의 멘트를 꼭 듣고 싶다”며 송강호를 무대로 불렀다. 이후 봉준호 감독이 한쪽 무릎을 꿇고 황금종려상을 송강호에게 건네는 장면 역시 화제가 됐다.

봉준호 월드를 집대성한 ‘기생충’에서 송강호는 그의 작품 세계를 대변하는 얼굴로서 완벽한 시너지를 완성시킨다. 유독 클로즈업 장면이 많은 만큼 송강호가 표현하는 섬세하고 다채로운 감정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 같은 구성원, 다른 처지…데칼코마니 두 가족

원래 ‘기생충’의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 일정한 무늬를 종이에 찍어 다른 표면에 옮겨 붙이는 장식 기법을 일컫는 미술 용어인 데칼코마니처럼 기택의 가족과 박사장의 가족은 처지는 다르지만 구성원은 같다. 기택의 가족은 아내 충숙, 첫째 기우, 둘째 기정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이다. 박사장네 역시 아내 연교, 첫째 다혜, 둘째 다송 4인이다.

기택의 가족이 전원 백수인 반면 박사장네 가족은 잘나가는 IT기업의 CEO인 박사장 덕분에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한때는 기택 역시 가장으로서 집안을 일으키려 했지만 시도했던 사업들이 망하며 반지하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가족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만큼 기본적인 삶의 패턴과 동선,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다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작품은 아니다. 배우들이 뿜어내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 거다”며 “부자와 가난한 자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의 존엄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공생이냐 기생이냐가 갈라지는 것 같다”고 영화의 메시지를 짚었다.

■ 반지하와 언덕, 상반된 두 집

기우가 과외 면접을 보기 위해 오르는 언덕과 계단은 현대사회의 수직적 질서를 보여주는 메타포로 기능한다. 또한 기택과 박사장의 집은 영화의 전개와 상징에 있어 중요한 공간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박사장의 집에서 벌어지는 내용 전개상 인물의 동선을 교묘하게 엮어야 했고, 시나리오 단계에서 미리 구조를 설계했다. 또한 유명 건축가가 지은 집이라는 설정 때문에 미술감독은 실제 건축가를 만나 자문을 구하며 세트장을 완성시켰다. 

봉준호 감독과 미술감독의 집요한 노력 끝에 완성된 두 가족의 집에 관해 봉준호 감독은 “칸에서 영화를 본 분들이 세트라는 걸 몰라서 짜릿한 쾌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설정이 담긴 영화 속 두 집의 구조와 인테리어, 인물들의 동선을 살피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에 더욱 쉽게 도달할 수 있다.

■ “지하철 타는 사람 특유의 냄새가 있어”

영화에서 냄새는 계급을 구분 짓는 강한 상징이다. 박사장은 아내인 연교와의 대화에서 기택을 두고 지하철 타는 사람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지하철 안탄지 오래됐다는 연교의 말은 두 가족이 철저하게 동선이 나뉜 섞일 수 없는 부류임을 드러낸다. 함께 있을 수 있어도 집단을 구분 짓고 선을 긋는 건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냄새다.

“냄새는 영화의 강한 모티브”라고 밝힌 봉준호 감독은 “부자와 가난한 자는 냄새를 맡을 기회가 잘 없다. 동선이 다르다. 가는 식당도 일하는 곳도 다르다. 비행기를 타도 클래스가 다르다”며 “이 영화에 나오는 상황은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가까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는 그 상황의 연속으로 이뤄져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생충’은 5월 30일 개봉해 관객을 만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