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이슈] ‘화유기’→‘빅이슈’…방송사고로 드러난 드라마 제작 환경의 민낯
[NI이슈] ‘화유기’→‘빅이슈’…방송사고로 드러난 드라마 제작 환경의 민낯
  • 승인 2019.03.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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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가 역대급 방송사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이 미처 완성되지 않은 화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 것. 실수라고 넘기기에는 CG 작업이 전혀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장면들이 수차례 비춰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불가능케 만들었다.

 

 

CG 작업과 관련된 방송사고 논란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7년 방영된 tvN 드라마 ‘화유기’ 2회 역시 미처 지우지 못한 와이어 라인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등 편집상의 실수가 연달아 비춰졌다. 결국 방송은 중단됐고, 본방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닌 예고편만 반복적으로 봐야 했다.

당시 tvN 측은 “후반 작업이 지연돼 방송 송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사과를 전하며 “2화 완성본은 추후 다시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전히 후반 작업까지 마무리 된 2회는 하루가 지나서야 시청자들 앞에 설 수 있었다.

특히나 ‘화유기’는 스태프 추락사고 등 끊임없는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후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은 변함없이 계속됐다. 

 

 

그로부터 2년 후, SBS 드라마 ‘빅이슈’는 ‘화유기’를 뛰어넘는 초유의 방송사고로 다시금 이러한 문제들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지난 21일 방송된 ‘빅이슈’ 11. 12회에서는 와이어 라인이 지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방송되는가 하면, 작업을 위한 지시사항을 넣은 스크립트 까지 여과 없이 화면 정 중앙에 출력됐다. 특히 수중 신에서는 배경을 찍은 영상위에 배우들의 촬영 분이 편집 없이 얹혀 있었고, 극중 등장했던 태블릿PC나 TV 화면 역시 프레임과 동떨어진 채로 떠다녔다.

그럼에도 불구, SBS 측에서는 중단 없이 본방을 끝까지 송출했다. 이에 해당 장면들을 캡처한 사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 커졌고, 수많은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방송이 끝난 후 SBS 측은 “CG 작업이 완료되지 못한 분량이 수차례 방영되며 사고가 났다”라며 시청자들과 배우, 스태프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논란이 된 회차들은 일시적으로 VOD 서비스가 중단, 재편집 과정을 거치게 됐다. 현재는 정상적인 편집본으로 서비스가 재개된 상태다.

 

 

대부분의 국내 드라마들은 100% 사전제작이 아닌, 초반 몇 회 차만 촬영해둔 후 방송을 시작하는 ‘반 사전 제작’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촬영 속도가 방송 속도를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마지막회에 가까워질수록 출연 배우들마저 온전한 대본을 받아보지 못할 정도로 ‘생방송’에 가까운 급박한 촬영 현장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불어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장면마다 필요로 하는 CG작업이 많아질수록 후반 작업에 드는 시간과 노동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지사.

이번 ‘빅이슈’의 방송사고 역시 이러한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는 질타를 면치 못했다. 특히 SBS는 2011년 ‘시크릿 가든’부터 2015년 ‘펀치’까지 유구한 편집 실수로 인한 방송사고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바. 뿐만 아니라 지난해 동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황후의 품격’ 등 스태프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건 사고로 복병을 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는 잡음은 시청자들의 불신과 비난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수차례에 걸쳐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제작사 측의 보다 세심한 배려가 요구되는 바이다.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사진=tvN,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