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리뷰] ‘스윙키즈’ 비극과 희극의 완벽한 접목…한동안 가슴 속에 새겨질 강렬한 리듬
[NI리뷰] ‘스윙키즈’ 비극과 희극의 완벽한 접목…한동안 가슴 속에 새겨질 강렬한 리듬
  • 승인 2018.1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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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키즈’가 전쟁과 탭댄스이라는 이질적 정서의 충돌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멈추지 않는 강한 리듬을 남긴다.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는 1951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의 탄생기를 그린다. 영화는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복면을 쓴 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을 촬영한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창작 뮤지컬 ‘로기수’를 모티브로 재창조됐다.

1951년 한국전쟁 최대 규모의 거제 포로수용소. 미군의 주도로 만들어진 수용소에는 북한군과 한국군, 중공군 포로까지 이념과 국가가 다른 다국적 포로들이 모여 있다.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매일 충돌이 일어나는 이곳에 새로 부임한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적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전쟁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전직 브로드웨이 탭댄서인 잭슨 하사(자레드 그라임스 분)는 수용소의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도경수 분)와 4개 국어가 가능한 앙판래(박혜수 분), 유명해져 잃어버린 아내를 찾으려는 강병삼(오정세 분), 반전 댄스실력을 갖춘 샤오팡(김민호 분)과 함께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를 결성한다.

   
 

‘과속스캔들’, ‘써니’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강형철 감독은 한국전쟁이라는 슬픈 역사에 춤과 음악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성공적으로 접목한다. 국적과 이념, 성별까지 다른 이들은 춤을 통해 하나로 뭉치며 관객들로 하여금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흥을 유발한다. 감독은 흥겨운 춤사위와 음악, 스타일리시한 화면구성으로 관객들을 박진감 넘치는 리듬에 흠뻑 적셨다가도 중간 중간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환기시키며 오묘한 감정들을 쌓아간다. 시대와 계층의 아픔을 모두 담아내면서도 이를 강요하거나 조잡하게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또한 감독의 전작들이 그랬듯 ‘스윙키즈’에는 각 캐릭터들의 매력이 넘쳐난다. 매 작품 변신을 거듭한 도경수는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다. 인민 영웅의 동생이자 포로수용소에서 인민군들의 리더 격인 로기수를 연기한 도경수는 발군의 탭댄스 실력은 물론 이념과 탭댄스에 끌리는 본능 사이에서 고뇌하는 섬세한 연기로 극을 이끈다. 박혜수가 연기한 양판래 역시 그 시대 여성들이 겪었을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들로 쾌감을 선사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윙키즈 멤버들과 주변 인물들은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희생자이자 비주류다. 시대는 그들에게 총을 쥐어주고 이념은 서로를 겨누게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짓밟을 이유는 될 수 없다. 그들은 서로를 적으로 만든 ‘빌어먹을 이념 따위’를 향해 외친다.

“쟈스트 댄스(Just dance).”

우리는 그저 춤을 추고 싶을 뿐이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라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