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완벽한 타인’ 이서진 “영화, 오래 기다렸다”…조급함보다는 여유를
[NI인터뷰] ‘완벽한 타인’ 이서진 “영화, 오래 기다렸다”…조급함보다는 여유를
  • 승인 2018.10.2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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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다모’, ‘불새’, ‘이산’ 등에서 여심을 저격하던 이서진이 어느새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완벽한 타인’에서 이서진은 사랑이 넘치는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 준모로 분했다. 다양한 캐릭터가 어우러지는 한상차림에서 이서진은 그만의 능글스러움을 무기로 극의 감칠맛을 더한다.

“영화는 요즘 보면 여러 사람이 함께 나와서 만들어가는 것들이 더 탄탄하고 가득 차 보이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같이 나오면 부담도 줄어들고요. 좋은 배우들과 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어요. 이런 영화를 찍을 기회가 잘 없는데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았고 감독님과도 오랜만이라 하게 됐죠.”

드라마 ‘다모’를 통해 이서진과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재규 감독은 인간 이서진의 매력을 극 안에 녹이려 했다. 덕분에 ‘완벽한 타인’에서 이서진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주던 엘리트 이미지보다는 예능을 통해 드러났던 털털하면서 조금은 까칠한 모습들이 담긴다.

“아마 제가 가장 편하게 촬영했을 거예요. 심각한 신도 없었고 이재규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냥 편하게 하시길 원했을 것 같아요. 저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고, 방송에서 그런 모습들을 보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니 영화에서도 이어가길 바라면서 제의를 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특별히 요구한 게 없었어요. 이 영화에서 제가 할 일은 분위기가 무거워졌을 때 풀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은 제 평소 모습과 비슷해요. 저 심각한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서진,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7명의 배우가 이끌어 간다. 7명의 배우는 매일 세트에 모여 함께 촬영하며 인간적으로도 깊게 친해졌다. 

“대본을 보고 서로 이야기할 때도 정말 연출과 배우, 세팅 모든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희 영화가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데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40년 지기 친구처럼 보이는 것도 큰 숙제였죠. 처음에 캐스팅에 대해서는 대충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 중이라는 걸 들었어요. 누가 어떤 역인지 그땐 몰랐어요. 잘 어울릴지 걱정했죠.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각자 호흡에 대해 생각했을 거예요. 근데 다들 워낙 오래 한 사람들이고 나이도 있으니 생각이 열려있어요. 촬영도 촬영이지만 노는 것도 너무 재밌었어요. 촬영 끝나고 쉬는 날도 함께 식사하고 숙소도 같이 쓰니까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배우가 대화만으로 러닝타임을 채워야 했다. 이서진을 비롯한 배우들은 그 안에서 관객들의 몰입을 이어나갈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또 걱정했다. 물론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배우들의 조합은 감독의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다들 걱정한 부분이 ‘이렇게 해서 이 영화가 무슨 재미가 있겠나’였어요. 빈 부분을 채워야 하는데 어떻게 채울지가 걱정이었죠. 광주 세트로 내려가서 막상 하니까 다들 노련해서 미친 듯이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긴 신이 있었는데 중간에 NG가 나면 끊어야 하는데 끊지를 못했어요. 누군가 잘 못하면 그걸 다른 사람이 막아주고 대사를 이어가면서 계속 흘러가게 만드는 거예요. 다들 많은 작품을 했던 사람들이라 주고받고 하면서 계속 이어갔죠. 너무 재밌죠. 쉴 때 의논도 많이 하고 또래니까 편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했어요. 풀샷을 찍을 땐 감독님이 신나셨죠. 애드리브도 많이 들어가고 계속해서 대사를 넣어주니까. 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눈떠서 잘 때까지 항상 함께 하고 매일 같은 신을 찍는 건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재밌었고 기억도 좋게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영화도 잘되면 더 좋죠.”

   
 

40대 배우 이서진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예능프로그램이다. 나영석 피디에게 속아서 시작하게 된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계기로 이서진은 ‘츤데레’ 매력을 발산하며 전 세대에 사랑 받고 있다.

“‘꽃보다 할배’를 속아서 했잖아요. 써니, 현아가 올 줄 알고 공항에 갔는데 이순재 선생님을 만났잖아요. 그때도 ‘선생님끼리 가시고 나는 따로 가나’라는 생각을 하며 끈을 못 놓았어요(웃음). 어쨌든 프로그램이 잘 됐잖아요. 혹시 다음에 안 가면 선생님들께서 ‘우리가 힘들게 해서 안 오는 건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또 가게 됐고 나영석 피디와 친해지고 또 찍으면 또 잘되니 믿음이 생기고 그래서 이어진 거죠.”

예능의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배우로서 한계에 갇힐 수 있지만 현재 이서진은 조급함보다는 여유로 가득하다.

“지금은 서로 윈윈한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오래할지도 의문이고요. 예능은 빨리 잊히더라고요. 그래서 부담이 별로 없어요. 나영석이 오히려 저에게 연기를 좀 해야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해요(웃음). 제가 보기에 이재규 감독님이 절 잘 알기 때문에 이번 역에 저를 찾은 것처럼 나영석 피디도 저와 잘 맞을 것 같은 걸 하자고 할 뿐이에요. 저번에 박신혜, 소지섭이 하는 건 저에게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맞는 게 있으면 그냥 쓰는 거죠. 그리고 뭐 하나 안 되면 과감히 헤어질 거예요(웃음).”

이서진은 본인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며 “인복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감독,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온 이서진은 이제 멜로가 아닌 다른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배우 이서진을 다듬고 있다. 그런 그에게 ‘완벽한 타인’은 오랜만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영화 복귀작이었다.

“‘완벽한 타인’을 통해 배우로서 영역을 확장시키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제가 영화로 잘 된 작품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하죠. 영화에 출연해서 연달아 잘 안되면 영영 못할까봐 섣불리 도전을 안했어요. 오래 기다렸죠. 영화 하고 싶어요. 드라마는 시간에 쫓기는데 영화는 어쨌든 90%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 배우로서 좋은 거 같아요. ‘완벽한 타인’의 경우 이렇게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찍는 영화는 앞으로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이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그전에 만난 적 없었는데 촬영하면서 정말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지니 좋은 기억들이 있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