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안시성’ 배성우 “캐릭터, 언제나 살아있는 모습이어야”…준비된 유연성 갖춘 배우
[NI인터뷰] ‘안시성’ 배성우 “캐릭터, 언제나 살아있는 모습이어야”…준비된 유연성 갖춘 배우
  • 승인 2018.09.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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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가 스크린에 옮겨졌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예고하는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에서 배성우는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 분)을 보필하는 부관 추수지로 분했다.

배성우가 연기한 추수지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으로 화려한 창술과 병사들을 이끄는 카리스마에 인간적인 면모까지 갖춘 인물이다. 신스틸러에서 어느덧 스크린 중앙에서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끄는 대세 배우가 된 배성우는 이번에도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배성우는 글 속에 숨어있는 고구려 전사를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 되살려 우리 앞에 내세웠다.

Q. 화려한 전투신과 CG가 들어가서 완성본이 어느 때보다 궁금했을 것 같다.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A. 만족하는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있죠. 저희 영화는 포커스가 큰 전투신이잖아요. 촬영 전에 전투신과 액션신을 CG로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준 적이 있어요.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들어갈 수 있었죠. 드라마 부분에 있어서는 그런 전투신과 어떻게 어우러질지 궁금했어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정서적으로 좀 더 다지고 갔으면 더 큰 울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는데 전반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Q. 추수지 캐릭터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A.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분장이에요. 분장이 멋있었어요. 테스트할 때부터 ‘이거 관우 아니야’ 싶었어요(웃음). 수염이나 얼굴을 거칠게 하나하나 표현했어요. 가발도 야크털과 인모를 섞어서 사용했어요. 계속 목 뒤가 따가워서 나중에 물어보니까 거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섞었다고 하더라고요.

Q.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고 표현하고 싶었나.

A. 추수지 같은 경우 대본을 처음 받을 때 ‘엣지’는 없었어요. 선택할 때도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인데 선택한 이상 이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설득력을 가질까 생각했죠. 추수지는 안시성 전사 중에 가장 나이가 많고 베테랑이에요. 가장 많은 사선을 넘었고 전투를 거쳐서 무력도 있지만 지혜를 지닌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위급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잘 잡고 이후 방법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여겼어요. 전투가 아닌 일상에서 조인성과 붙어있는데 군대로 치면 짬밥 높은 하사관과 장교 관계라고 생각하며 유연하게 표현했어요. 

   
 

Q. 공성전에서 발성이 돋보였다. 극의 무게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A. 발성에 있어서는 ‘진짜 이런 상황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굉장히 넓은 곳에서 사람들에게 들리게 말해야 하는데 제가 원래 목소리가 큰 편이에요. 되게 시끄러운 술집에서도 주문을 정말 잘해요. 제가 ‘여기요’라고 외치면 소리의 포커스가 서빙해주시는 분에게 정확하게 꽂히죠(웃음). 양만춘의 전투를 앞두고 하는 연설이 긴데 연설 내내 크게 외치는 건 이상할 것 같아요. 영화적인 느낌을 내고 마지막에 ‘싸우자’라는 말은 제가 크게 외친 거죠.

Q. 첫 등장부터 액션이 돋보였다. 공성전에서 창을 사용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A. 액션 준비는 두세 달 가까이 했어요. 창은 잘 다루려면 칼보다 더 오래 만져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가르쳐 주시는 분이 워낙 잘하니까 많이 따라 하긴 했는데 제가 보기엔 창피하죠. 고가의 장비와 슬로우 기법으로 잘 포장해주셨어요. 그리고 갑옷이 굉장히 두껍고 무거웠어요. 액션스쿨에서 연습할 때는 운동복을 입는데 막상 갑옷을 입으니 불편하더라고요. 과거 실제 전투에서도 그랬을 것 같아서 화려한 모습보다는 둔탁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Q.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촬영은 힘들었겠지만 그만큼 배우들끼리 돈독해 보인다.

A. 안 힘든 현장은 없죠. ‘안시성’은 너무 덥고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어요. 거기에 먼지도 일부러 만들어서 뿌렸죠. 그래도 가벼운 친구들이 많아서 수다도 떨면서 더 돈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대부분 로케 촬영을 하면 숙소에서 생활하니까 함께 붙어 다니죠. 술도 마시는데 엄태구는 독실한 신자라 아예 못 마셔요. 보통 관객들은 엄태구가 그로테스크한 성격이라 생각하시잖아요. 저도 처음에는 목소리도 그렇고 음침할 거라 생각했어요(웃음). 개인적으로 만난 건 ‘인간중독’을 할 때예요. 술자리였는데 특유의 목소리로 ‘제가 술을 못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안시성’ 사람들은 전부 엄태구 성대모사를 할 줄 알아요. 같이 찍다보니 정말 순수하고 숙맥이라는 걸 알았죠. 그런데 계속 보니까 또 이게 ‘끼를 부리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다들 속고 있고 저만 아는 것 같아요(웃음). 

   
 

Q.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남주혁의 활약도 돋보였다.

A. 남주혁은 액면으로는 10대로 보이죠. 너무 동안이에요. 좋은 의미로 능구렁이 같은 뻔뻔함이 있어요. 순수하고 순박한데 연기하는 걸 보면 너무나 성실하게 준비해요. 설현, 남주혁 두 친구가 가장 어렸잖아요. 둘 다 엄청 성실하게 준비하더라고요. 주혁이 같은 경우는 농구 선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승부욕도 있고 뻔뻔함도 있어서 재밌어요. 본인의 나이보다 속은 들어 보여요(웃음). 인성이 같은 경우는 어릴 때는 독기가 겉으로 잘 드러났다고 해요. 지금은 그것이 지혜롭지 못하다는 걸 느끼고 정신 수양을 많이 해서 그런지 많이 온화하고 여유가 생긴 느낌이죠. 지금이 훨씬 멋있는 것 같아요. 보이는 것도 말하는 것도요.

Q. 이전 작품들을 보면 양면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많다. 캐릭터를 선택하고 만들어갈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A. 그런 부분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꼭 그런 인물이 아니라도 모든 사람은 그 안에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분량이 늘어날수록 인물을 끌어갈 때 입체적인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꼭 양극단이 아니어도 살아가는 모습이어야 하는 거죠. 착한 인물이라고 해서 항상 착하게 말하는 것도 어찌 보면 개그 같잖아요. 그런 욕심이 있어서 항상 캐릭터의 살아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하고 그게 디테일이라고 봐요. 추수지 같은 경우도 싸울 때는 강렬하게 창을 휘두르지만 평소에는 허당의 느낌도 있고 편하게 내려놓는 느낌도 있죠. 사람이라는 게 다 그런 것 같아요.

Q. 연기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나 생각나는 말이 있다면.

A. 어떤 선배가 ‘준비는 많이 해서 가되 결정은 하지 말라’는 말을 했어요. 미리 결정을 하면 유연성이 떨어지잖아요. 계속 유연하게 움직여야 살아있는 연기가 나오는데 정하면 갇힐 수 있고 그러면 본인도 보는 관객도 불편해요. 준비를 많이 하면 여유가 생기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죠. 준비된 유연함이라는 것에 대해서 공감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