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바일 핵심기술 '벌크 핀펫' 특허 사용료 안내려 '꼼수' 논란
삼성전자, 모바일 핵심기술 '벌크 핀펫' 특허 사용료 안내려 '꼼수' 논란
  • 승인 2018.05.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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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에 특허 소유권 주장하도록 부추긴 정황 드러나
   
▲ 사진 = 뉴시스

[뉴스인사이드 홍세기 기자] 삼성전자가 모바일 핵심 기술을 특허 사용료를 내지 않고 사용하다 소송에 불리해 지자 특허권을 가진 대학교수가 재직했던 국립대를 만나 대학의 특허 소유권을 주장하는 맞소송을 내도록 부추긴 정황이 발견됐다고 23일 '한겨레'가 보도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사용한 기술은 이종호 서울대 교수(전기공학)가 당시 재직하던 원광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합작 연구해 발명한 '벌크 핀펫'(FinFET)이라는 기술로 높은 성능과 저소비 전력을 통해 모바일 기기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해당 기술의 특허권은 재직했던 대학교가 국외 특허 출원을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거부하고 국내 특허만을 출원하면서, 이 기술의 핵심 연구자인 이종호 교수가 개인 명의로 국외 특허를 출원한 뒤 특허권 활용을 위해 설립된 카이스트의 자회사 (주)케이아이피(KIP)에 특허 권한을 양도한 상황이다. 2002년 3월 이직한 경북대도 국외 특허 출원을 거절한 바 있다.

해당 기술이 소송까지 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 2012년 인텔이 해당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이종호 교수와 케이아이피는 문제를 제기해 특허 사용료로 100억원을 받게 됐다.

이후 지난 2015년 갤럭시S6 부터 이 기술을 사용한 삼성전자는 인텔과 달리 특허 사용료를 내지 않고 버티면서 턱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2016년 협상 결렬에 따라 케이아이피는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말 국내 특허에 대해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미국 특허심판원에 이종호 교수의 특허권을 무력화 하기 위해 제기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 됐다. 이후에도 삼성전자 등은 법원에 '특허의 권리가 잘못 설정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으나 지난 2월 재판부는 '근거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 합의 수순을 밟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나 삼성전자는 이종호 교수가 재직했던 경북대와 지난 1월 말부터 10여차례 접촉하며 이 교수의 특허가 경북대 소유임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경북대는 이 교수에게 미국 특허의 소유권이 경북대에 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내 경북대와 이 교수 간의 법정 소송으로 몰고 갔다.

삼성전자와 경북대의 접촉은 지난 4월 케이아이피가 법원에 제출한 공개 자료에서 드러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10여차례에 걸친 삼성전자와 경북대가 만났으며, 지난 3월 삼성전자 쪽 변호인이 경북대 쪽에 변호사만 열람이 가능한 자료를 제공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또 최제용 경북대 산학협력단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우리한테 이 특허가 경북대 것이냐고 (먼저) 물어왔다”고 인정했고 보도했다.

경북대는 이 교수가 미국 특허를 출원할 당시 경북대 소속이었다는 점과 특허 기술 관련 연구개발과제 협약서의 내용을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최제용 경북대 산학협력단장은 “(케이아이피와 삼성전자의 소송에 대해)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면서도 “삼성전자와는 관계없다. 우리 프로토콜(규칙)을 따라서 하고 있다. 법무공단에 의뢰한 결과 미국 특허는 경북대 소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이 교수가 원광대에 재직하던 때 발명했기 때문에 협약서의 내용을 근거로 경북대의 특허 소유권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이 교수는 경북대에 재직하기 전인 2001년 12월 이 연구과제의 공동 주체였던 카이스트에 특허 기술을 양도했고, 카이스트는 2002년 1월 국내 특허를 출원한 뒤 국외 특허권은 이 교수에게 다시 넘긴다는 확인서까지 썼다.

특히 이 교수가 2003년 경북대에 제출한 연구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교수가 해당 기술을 이미 미국에 특허 출원했다는 사실까지 기재돼 있다.

케이아이피의 의뢰로 이 사건을 검토한 정연택 변호사도 의견서에서 “(경북대가 소유권의 근거로 든) 협약서는 발명 완성 이후인 2002년 7월에 작성됐고 해당 연구 기간도 2002년 7월1일부터이기 때문에 이 기간 전인 2002년 1월에 이미 완성된 발명을 협약서의 적용 대상이 되는 연구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이 여러가지가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재판 중인 상황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