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챔피언’ 권율, 행복한 마음으로 쌓아가는 배우라는 돌탑
[NI인터뷰] ‘챔피언’ 권율, 행복한 마음으로 쌓아가는 배우라는 돌탑
  • 승인 2018.04.30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앞으로 차곡차곡 잘 쌓아갔으면 좋겠어요. 주어진 것들을 행복한 마음으로 해나가는 것도 저에겐 벅차요.”

권율이 배우라는 이름의 탑에 ‘챔피언’이라는 새로운 돌 하나를 얹었다. 그가 차곡차곡 쌓아가는 소원탑은 다양한 모양의 캐릭터가 서로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다. 

1일 개봉하는 ‘챔피언’(감독 김용완)은 팔씨름 선수 마크(마동석 분)가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 분), 여동생 수진(한예리 분)의 도움을 받아 벌이는 챔피언을 향한 뒤집기 한판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비스티보이즈’, ‘잉투기’, ‘명량’, ‘최악의 하루’, ‘박열’,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 ‘싸우자 귀신아’, ‘귓속말’ 등 다양한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소화한 권율은 ‘챔피언’에서 극 전개의 기폭제 역할은 물론 얄미우리만치 뻔뻔스러움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재밌게 봤어요. 보면서 울컥하는 장면들도 있어서 마음에 들어요. 저는 연기한 당사자라서 연기한 부분이 먼저 보이는데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코미디 연기를 처음 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더라고요. 평소에 유쾌하고 코미디를 많이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호흡이나 여유로움, 템포를 더 맛깔스럽게 할 수 없었나하는 아쉬움이 있죠. 마지막 팔씨름 장면에선 진기의 감정이 진심을 다해서 응원한 것 같이 느껴져서 그런 부분은 좋았어요.”

그간 주로 반듯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소화한 권율은 빠른 템포로 내달리는 코믹 연기에 도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절묘한 코미디의 맛을 살리는 건 분명 어려웠지만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하면서 재밌었지만 어려웠어요. 코미디 연기는 자유자재로 호흡과 템포를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배구에서 스파이크를 때릴 줄 알았는데 톡 하고 넘겨야 사람들이 속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스파이크와 페인팅을 모두 할 줄 알아야 돼요. 코미디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현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준비했어요. 그런 과정이 재밌었어요.”

   
 

영화에서 권율은 마동석, 한예리에 비해 많은 양의 대사를 소화해야 했다. 코미디와 함께 극의 중심을 맞추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많은 대사를 지루하지 않게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이 숙제였다.

“진기는 많은 걸 던져주고 빈틈을 채우고 상황 설명을 하는 부분도 많아요.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다채로움을 위해 밸런스를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이 부담도 많이 됐지만 감독님이나 마동석 선배님, 한예리 씨가 많이 도와줘서 조금은 부담을 떨칠 수 있었어요. 대사가 많은 건 힘들었죠. 현장에서 달라지는 부분들도 있고 대사가 빠지거나 더해지는 것들이 있었어요. 단순히 외우기보다는 많은 대사들을 리듬감 있고 지루하지 않게 소화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죠. 그 부분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팔씨름이라는 생소한 스포츠를 다루는 영화에 호기심을 느낀 권율은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힘을 믿었다. 권율은 ‘비스티보이즈’를 통해 호흡을 맞추고 친분을 쌓아온 마동석의 10년을 떠올리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마동석 선배님은 호흡과 템포, 어떤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잘 아는 분 같아요. 캐릭터를 잘 이용해서 등장만으로도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걸 아는 배우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형이 원래 가지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 성실한 준비를 통해서 온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꾸준히 자신을 체크하고 성실히 준비해서 장기를 구사하는 거죠. 10년 전에 ‘비스티보이즈’를 할 때나 지금이나 존재감은 여전한 것 같아요. 사람 마동석, 배우 마동석의 존재감은 항상 우뚝 서있어요. 지금은 더 깊어지고 넓어졌어요. 그때도 지금도 항상 많은 사람들을 다 챙기면서 본인의 연기도 잘 해나갔죠. 저는 그때와 비교하면 조금 더 성실히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마동석 선배님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하루하루 얼마나 성실하고 절실히 노력하는지 알고 있어요. 그들은 타고난 것을 넘어 성실하고 노력하고, 그 성실함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어요. 어떻게 습관화를 하고 실천해야 하는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를 하고 중심을 잡으려면 이 과정들이 자연스러운 거라는 걸 느끼면서 변화하는 것 같아요.”

   
 

성실함을 습관처럼 여기며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권율은 스스로 챔피언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를 묻는 말에 ‘긍정의 챔피언’이라고 답했다.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요. 회피가 아니라 최선의 범위 내에서 극복하고 도전하려는 편이에요. 사실 연기함에 있어 저에게 힘들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수 있는데 긍정적으로 도전해요. 물론 대중들이 저에게 시간과 돈을 소비하니까 책임감 없이 하면 무책임한 거죠. 그들의 시간과 돈의 가치를 아깝게 하지 않으려면 책임감을 인지하면서 뛰어들어야죠. 그런 부분에 있어 긍정적이에요.”

영화에서 마크, 진기, 수진이 서로의 손을 잡아주며 서로를 이끌었듯 권율도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그를 이끌어준 고마운 손들이 있었다. 그는 “지금 소속사 대표님도 그렇고 윤계상 선배님도 그렇고 조진웅 선배님도 그렇고 감사하게 손 잡아주신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다”며 “저를 선택해주시고 배우로서 쓰임새 있게 만들어 주신 감독님들도 감사하고 은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동안 고마운 분들을 열거했다. 다소 늦은 시기에 주목받았기에 그는 작품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아는 배우가 됐다.  

“데뷔한 모든 배우들이 마찬가지지만 너무나 연기를 하고 싶고 일을 하고 싶을 때 선택을 받아야지만 할 수 있는 상황과 기다림이 있었어요. 그때는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길 바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들이 버팀목이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해서 쉬지 않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절박하게 연기하고 그런 것들이 차곡차곡 잘 쌓였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행복한 마음으로 해나가는 것도 벅차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워너버러더스 코리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