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긴장감 끝에 다다르는 묵직한 여운…최민식을 중심으로 뻗어가는 캐릭터의 재미 (종합)
‘침묵’ 긴장감 끝에 다다르는 묵직한 여운…최민식을 중심으로 뻗어가는 캐릭터의 재미 (종합)
  • 승인 2017.10.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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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실을 긴장감 있게 쫓아간다면 그 끝에는 묵직한 여운에 다다른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정지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날 정지우 감독은 “범인 찾기를 하는 법정 드라마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최민식 선배가 연기하는 임태식의 속마음을 따라가는 것, 좋지 않고 시커멓게 보이기도 하는데 그 마음을 미뤄 짐작해서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를 몇 배 더 즐겁게 볼 수 있다”며 영화의 관전포인트를 소개했다.

먼저 세상을 다 가졌지만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임태산을 연기한 최민식은 “60-70년대 단편소설 제목 같다. 답답하고 조용하고 상투적인 느낌의 제목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예상컨대 관객들이 너무 무거운 거 아닌가 생각할 것 같다. 그렇게 오셨다가 각자 얻어가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어떠한 선입견을 드리고 싶지 않다. 나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의 사전 정보를 많이 아는 것보다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좋았던 작품이 더 많았다. 이 가을에 연인끼리 가족끼리 오셔서 봐주시고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영화를 추천했다.

최민식은 “임태산은 돈이 전부라고 진심으로 믿고 살아왔던 인물이다. 돈에 대해서 반복하는 언급이 그는 진심이지만 보는 사람들에겐 웃기고 씁쓸하게 어필될 거라고 예상했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어 그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머리로 이해는 하고 있지만 이 세상을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고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그 안에서 성공한 사람이다”며 “수많은 사람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살아남은 사람이다. 냉혹하게 질주하는 남자가 비로소 소중한 사람을 잃고 유일한 피붙이마저 살인범으로 내몰리는 위기에 헛살았다는 걸 깨닫는 거다”고 설명했다.

임태산이 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선임한 변호사 최희정 역의 박신혜는 “딸의 과외선생님으로 인연을 맺게 돼서 담당 변호사까지 됐다. 수경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현장에서 친동생처럼 지냈다. 군것질도 함께 먹고 사진도 자주 찍었다. 좋은 동생이 생긴 기분이었다. 정말 같이 촬영하면서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였다”며 함께 호흡을 맞춘 임미라 역의 이수경에 관해 말했다.

   
 

박신혜는 ‘7번방의 선물’과의 캐릭터 비교에 관해 “‘7번방의 선물’은 모의 법정 상황이었다. 이번에는 어찌 보면 진실만을 따라가다가 놓쳐버린 모습이 담겨 있어서 거기에 중점을 두려고 했다”며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캐릭터적인 상황보다는 한 인물이 얼마나 상황 속에서 솔직해 질 수 있는지에 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희정이 얼마나 유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의문의 죽음으로 사건의 시작이 되는 인물인 유나 역 이하늬는 “수경이와 붙는 신이 있는데 화장실신은 정말 버전이 찍는 대로 다르게 나왔다. 대사가 거의 없이 라이브로 극을 하듯 했다”며 “너무 편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뭘 해도 다 받았고 나도 다 받아주고 싶었다. 신나는 현장이었다. 치열한 신을 찍는데 그 안에서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올라왔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유나를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된 미라 역의 이수경은 “신혜 언니와 붙는 신이 많았다. 언니와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고민상담도 많이 했다. 잘 들어주시고 워낙 잘 챙겨주셨다. 극 캐릭터처럼 따뜻한 분이었다”며 “하니 언니와 붙는 신은 어렵다면 어려운 신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뭐든지 받아주셔서 편하게 촬영했다. 언니가 주는 에너지가 너무 커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연기했다. 굉장한 에너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수경은 “최민식 선배님이 ‘용순’보고 물어보신 적 있는데 두 개를 찍을 때 차이를 둔 게 있냐고 물으셨다. 그때 차이를 두고 연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둘 중 어떤 게 쉽고 어려울 거라 생각 안했다. ‘침묵’ 때 좀 더 어렵게 느낀 건 미라는 극적인 상황이고 매 신마다 변화가 있었다. 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류준열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유나의 팬인 김동명을 연기했다. 류준열은 “연기를 준비하면서 모든 배역에 참고자료가 있겠지만 처음에는 나로 시작하는 것 같다. 여기 계신 모든 선배들의 팬이다”며 “박지성 선수의 팬을 자청했고 현재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한다. 흔히 말하는 덕질을 하고 있다. 그런 감정들을 많이 갖고 인물에 들어왔다. 물론 동명이가 하는 덕질이 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선택을 할 때 굉장히 한사람만 생각하고 그 사랑으로 선택한 것 같다. 그런 점에 매력을 느꼈다. 밉지 않게 보이는 인물이 됐으면 했다”고 밝혔다.

류준열은 “첫 촬영을 최민식 선배님과 함께 했다. 사석에선 뵌 적 있지만 작품으로 만날 줄 몰랐다. 배우는 자세로 들어가는 건 당연한데 현장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배우 대 배우로 만나고 인물 대 인물로 만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컷 소리가 나면서 느껴지는 짜릿함이 있었다. 카메라가 돌고 연기하는 순간에는 누가 봐도 임태산으로 보였고 내가 동명으로 서있을 수 있었다. ‘이런 거 하려고 배우를 하는 거구나. 이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이런 현장에 있을 수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연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고 최민식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신혜는 “사무실에서 첫눈 내리는 날이 선배님과 첫 촬영이었다. 눈이 원래 안내리다가 갑자기 내려서 ‘첫눈이네요’라는 대사가 생겼다. 굉장히 긴장도 많이 하고 떨렸는데 현장에서 부드럽게 따뜻하게 잘 이끌어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 힘도 주시고 긴장도 풀어주셨다. 꿈에서 그리던 상황이 펼쳐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최민식과의 첫 촬영을 언급했다.

이를 들은 최민식은 “제작발표회나 언론시사회를 하고 각자 덕담들을 많이 한다. 정말 이번에 아우님들의 덕을 많이 봤다.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내 대사에 ‘이 세상 절대 혼자 못 삽니다’라는 말이 있다”며 “영화야 말로 서로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하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영화는 임태산이라는 인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똑똑하고 영리하면서 너무나 매력적인 정체성을 지닌 아우들과 호흡한 게 너무나 큰 덕이다”고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지우 감독은 “굉장히 여러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길 바랐다. 연출자 입장에서 첫 번째 목표는 그런 재능이 있는 배우를 모으는 거다. 운이 좋게 모든 배우들이 함께 하게 됐다”며 “갈 길을 옆에서 잘 따라가면서 그들이 마음껏 뛸 수 있게 도와주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다. 너무나 열렬하고 강렬한 배우들이어서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감독은 “최민식 선배하고 1999년에 영화를 하고 18년 만이라고 하는데 정말 긴 시간이다. 작품을 다시하면서 선배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캐릭터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여러 가지를 정리했던 생각이 난다. 그래서 최민식 선배님과 여러 배우들이 어울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침묵’은 오는 11월 2일 개봉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