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와 통화스와프 규모 2배로 확대…美·中·日 협상 중단 대비
한국, 호주와 통화스와프 규모 2배로 확대…美·中·日 협상 중단 대비
  • 승인 2017.02.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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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8일 호주와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2배로 확대했다.

8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날 호주와 맺고 있던 통화스와프의 만기를 3년 연장(2017년2월8일~2020년2월7일)하고 규모도 50억 호주달러에서 100억 호주달러로 2배로 확대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와 통화스와프를 3년 연장한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계약 체결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보유액이 부족한 상황에 대비해 특정 국가와 통화 교환을 약속하는 협정이다. 경제 위기 등으로 자금 유출이 왔을 때를 대비한 '외환 안전망'의 성격이 크다.

정부와 한은이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와 통화스와프 연장에 나서는 것은 최근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이 중단되는 등 주요국과의 금융 협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본과 추진 중이던 통화스와프 논의는 양국 외교 관계 악화로 지난달 중단됐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2010년 계약이 만료된 이후 재협상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맺고 있는 통화스와프는 오는 10월 만기가 다가오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간 경제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연장을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개입으로 달러화가 약세로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달러 강세가 되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미중 대립 등으로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점도 금융 시장에 불안 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3600억 위안, 약 60조2000억원), 말레이시아(150억 링깃, 약 3조9000억원), 호주 100억 호주달러, 약 8조7000억원), 인도네시아(115조 루피아, 약 9조9000억원), 아랍에미리트(200억 디르함, 약 6조2000억원), 치앙마이이니셔티브(384억 달러, 약 43조90000억) 등과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이 중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고, 달러 스와프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협정이 유일하다. CMIM는 다자 협정이라 통화스와프의 실효성이 양자협정에 비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호주와 통화스와프 규모를 2배로 확대한 것은 금융 안정망 다변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호주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가장 높은 AAA의 국가신용등급을 받고 있고, 호주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요 국제통화의 하나로 거래되고 있어 통화스와프 확대의 득이 크다는 평가다.

또 이전에는 한-호주 통화스와프를 무역결제자금으로만 활용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금융안정을 위한 인출도 가능해져 실효성이 훨씬 높아진 측면도 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해 10월 계약 기간이 끝난 한·아랍에미리트 통화스와프와 오는 3월 만기가 도래하는 한·인도네시아 통화스와프 연장에 나설 계획이다.

또 오는 10월 만기가 되는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위한 협의도 시작할 예정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중 통화스와프는 아직 만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3~4개월 전부터 협상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며 "경제적인 문제와 정치·외교적인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게 우리측 견해"라고 말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