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박근혜 더러운 잠 그림’, 여성의원들 “윤리위 제소”…보수단체 “국모 발가벗겼다” 그림 파손
표창원 ‘박근혜 더러운 잠 그림’, 여성의원들 “윤리위 제소”…보수단체 “국모 발가벗겼다” 그림 파손
  • 승인 2017.01.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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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곧, 바이! 展’에 전시된 이구영 작가의 '더러운 잠'이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강제로 철거, 훼손된 채 버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이번 전시회에 걸린 이 그림은 박 대통령이 누드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묘사해 논란을 빚었다. / 사진 = 뉴시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선한 전시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패러디한 ‘더러운 잠’ 풍자 그림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국민의당 여성 의원들은 전시회를 주선한 표창원 의원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며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보수성향 지지자들은 전시작품을 떼어내 파손했다.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은 작품 훼손에 항거하며 "표현의 자유"를 외쳤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

표창원 의원은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곧, bye! 전(展)' 전시회를 주최했다. 그림전은 20~31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고 있다.

논란이 된 그림은 박 대통령을 누드 상태로 묘사한 것으로 이구영 작가가 그린 '더러운 잠'이다. 해당 작품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인데, '풍자'로선 지나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란이 인지 하루만인 24일 당 지도부는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키로 결정했고, 국회사무처 측에서는 해당 작품의 자진철거를 요청했다.

표 의원은 이에 "철거 여부는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작가의 '자유' 영역"이라며 "주최측인 '작가회의'에 사무처의 우려를 설명해드리겠다"고 밝혔다. 당장 본인의 뜻대로 작품을 철거할 순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주최측 작가들도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진철거를 거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작품으로 인해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수치심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 드린다"면서도, "그렇다고 박근혜 최순실 정권을 풍자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모두가 폄하되고 철거되어야 할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은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그리고 국민의당 여성 의원들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해 풍자한 작품이 포함된 전시회를 주최해 논란이 된 표창원 의원에 사과를 요구했다. 나아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소속 여성 의원 14명은 표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바른정당 여성의원들은 "표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있지만 타인의 인격을 짓밟고 사회가 쌓아올린 도덕과 상규를 훼손하는 것까지 자유의 영역으로 보호될 수는 없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표 의원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새누리당 나경원 윤종필 전희경 김승희 김순례 김정재 김현아 송희경 신보라 임이자 최연혜 의원 등과 바른정당 박순자 박인숙 이은재 의원 등이 참여했다.

나 의원은 이어 "표 의원은 전시내용에 대해 여성을 물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며 "즉각 전시를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소속 여성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자칫 '여성' 대통령, '여성'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지, '여성' 대통령이 아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이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무능과 권력비리냐, (아니면) '여성' 대통령이라는 것에 대한 비하와 혐오냐"며 자진철거와 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보수단체들이 국회로 몰리면서 전시회장에선 고성이 오가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아니라 도둑놈 자식들이 조작해서 이렇게 된거야!", "한 나라의 국모를 발가벗기고 뭐하는 짓이냐!", "아직 탄핵된 게 아니다"라며 작가들에 비난을 퍼부었다. 한 시민은 해당 작품을 그 자리에서 떼어내 바닥에 내팽개치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수단체 '자유민주주의 수호시민연대' 출범식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회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전시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을 파손한 심모(63)씨와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