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목숨 건 연애’ 하지원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어느덧 데뷔 20년차
[SS인터뷰] ‘목숨 건 연애’ 하지원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어느덧 데뷔 20년차
  • 승인 2016.12.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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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금 화제를 모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 캐릭터를 비롯해 ‘기황후’,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영화 ‘코리아’, ‘해운대’ 등 하지원은 다양한 작품에서 대중들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강인한 캐릭터를 도맡아 하던 하지원이 이번에는 진지함을 덜어내고 그녀가 가진 평소 매력이 물씬 풍기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돌아왔다.

“‘기황후’를 하면서 1년 동안 긴장을 놓을 수 없었어요. 이를 해소시켜줄 작품이 생각하던 즈음에 시나리오를 만난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는 어떤 걸 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건 없고 여러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장르도 실험적인 영화도 좋고 캐릭터도 다양한 게 좋아요.”

영화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에서 하지원은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허당추리소설가 한제인 역을 맡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인해 긴장하며 방귀가 새어나오는 코믹한 설정을 지닌 한제인은 두 남자 사이에서 코믹과 스릴러를 오가며 두 장르를 믹스매치한다.

“망가진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솔직히 저는 가족들이 있어도 방귀를 뀌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런 장면이 자연스럽게 코믹한 상황이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후반에 제이슨과 유미커플들과 엮기는 장면들이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했어요. 긴장감도 있어야 하고 코믹도 있어야 하는데 촬영이 시나리오보다 재미있었어요. 오정세 오빠가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어요.”

   
 

‘목숨 건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와 스릴러가 접목된 만큼 만화적인 설정들이 재미를 담당한다. 하지원은 영화 속에서 케이프를 입고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사건 현장을 누빈다.

“사실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잖아요. 실제라면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어떻게 수사를 하겠어요. 본인이 탐정인 것처럼 행동하는 게 만화적이면서도 귀여웠어요. 제인이가 수사를 하듯 숨어 다니는 동작들이 사실 제 평상시와 비슷해요. 숨어 있다가 가족들 놀라게 하는 장난도 좋아하고 케이프도 평소에 좋아해요. 조금씩 아쉬움도 있지만 정말 즐기면서 열심히 했어요. 코미디가 만나는 부분들이 가장 새롭고 매력적이었어요. 예전에 ‘색즉시공’에서 슬픈데 웃음이 나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무서운 순간인데 사랑이라는 감정이 들어가고. 말도 안 되게 코믹스럽게 넘어 가는 것들이 신선한 장치 같아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마이웨이’ 등의 프로듀서와 조감독을 거친 송민규 감독은 2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목숨 건 연애’로 첫 장편 연출작을 선보였다. 송민규 감독은 배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즐거운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현장에서 준비도 많이 하고 배우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세요. 워낙 유쾌하세요. 코믹 연기 디렉션을 구체적으로 다 주셨어요. 캐비닛에 숨어서 연기할 때는 배가 아픈 표정을 몇 초하고 참은 다음에 방귀가 나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라고 지시하셨어요(웃음).”

   
 

2009년 하지원은 ‘해운대’로 천만배우에 등극했지만 이후 작품들은 흥행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목숨 건 연애’는 당초 중국과 동시 개봉을 계획했으나 사드배치 여파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 개봉이 무산됐다.

“흥행은 매 작품마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죠. 그건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작품을 고를 때 꼭 이를 따라가는 건 아니에요. 흥행은 제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서 찍고 기도할 뿐이죠. 이번에는 중국 개봉이 취소돼서 아쉬워요. 상하이 영화제에 출품됐는데 당시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아요.”

하지원이 어느덧 데뷔 20년차 배우가 됐다. 그동안 그녀는 신인연기상부터 여우주연상, 대상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원은 여전히 연기가 좋고 갈증을 느낀다. 배우가 너무 좋고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그녀는 액션연기를 하면서 아프고 다쳐도 그것마저도 좋다며 눈을 반짝였다.

“저는 이제 시작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해왔던 걸 되돌아보는 것보다 갈증이 느껴지는 시기예요. 지나온 시간들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개인 하지원의 삶보다는 작품 속에서 산 것들이 그동안의 시간을 꽉 채웠어요. 그러니 돌아보면 ‘내안에는 이 작품들이 있구나’라며 작품들이 생각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나 끝내면 두세 달 공백이 있어서 실컷 쉬면 다시 작품이 하고 싶어져요. 회복이 빨라요.”

   
 

‘목숨 건 연애’를 통해 하지원은 관객들에게 인간적이고 풀어진 캐릭터로 다가가고자 했다. 몸이 풀렸다는 그녀는 이번을 계기로 실험적인 작품들을 더 찍고 싶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기를 해오면서 지금이 가장 작품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영화, 드라마 시나리오 다 읽고 있는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죠. 어떤 작품이 내 작품이 될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에요. 좋은 작품이 있다면 이전 캐릭터와 중복이 되더라도 해왔어요.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르를 하게 됐고 그런 것에 대한 겁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액션도 ‘다모’에서 처음 접했어요. 당시 액션을 배운 게 아니라 리듬체조 곤봉을 배웠어요. 애기들이 겁이 없는 것처럼 저도 재미있게 시작한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열정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하지원은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 앞에 설 것이다. 이미 여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상을 수상한 그녀지만 좋은 작품과 그에 걸맞은 평가는 항상 목마르다.

“상은 그냥 받고 싶다고 하면 민망할 것 같고 정말 좋은 연기와 작품에 갈증이 있어요. 희로애락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걸 잘했을 때 주셨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