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여자의 비밀' 이선구 "배우로서 이제 한 살, 전부 보여주고 싶어"
[SS인터뷰] '여자의 비밀' 이선구 "배우로서 이제 한 살, 전부 보여주고 싶어"
  • 승인 2016.1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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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구가 KBS 2TV 일일드라마 ‘여자의 비밀’ 종영을 앞둔 22일 스타서울TV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깡패를 연상케하는 강인하고 거친 외모와 달리, 비현실적 순정남 면모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제대로 각인시켰기에 관심도 높았다.

이날 만난 이선구는 잔뜩 긴장한 취재진의 예상을 깼다. 정반대였다. 마초적인 상남자의 거친 모습과 다른 속마음 따뜻한 자상남이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인생캐릭터를 만난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극 중 기사 겸 경호원 ‘오동수’로 분해 사랑하는 여자인 오직 채서린(김윤서 분)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했다. 온갖 악행을 도맡아 처리하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부터 어떠한 위험도 무릅쓰며 그녀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순애보적인 면모로 매회 보는 이들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그의 실제 연애스타일도 사랑꾼이었다. “극 중처럼 악행을 저질러가면서까지 희생은 아니겠지만요. 연애할 때 많이 배려하면서 만났던 것 같아요. 배려가 너무 과해서 독이 된 적이 있죠. 이끌어줄 때는 이끌어주는 게 좋은데, 일방적으로 상대 의견에만 따르려고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실패한 연애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오동수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는 실제성격에서도 ‘오동수’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처음 캐릭터를 봤을 때 반가웠다고. “제가 무뚝뚝하기도 하고 말도 많지가 않은 스타일이라 비슷한 면이 많아요. 처음 캐릭터를 봤을 때도 느꼈어요. 저랑 성격이 가까워서 ‘이건 정말 내가 정말 잘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죠”

그의 대답을 듣던 중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내성적인 편이라고 말하는 그가 늦은 나이에 배우의 길로 뛰어든 이유는 뭘까. 때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29살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어느 날 사촌형님이 저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해라’며 제 가슴속에 작은 불씨를 지피고 갔죠. 그리고 그 다음날 책을 보는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정했죠. 제가 연기 분야를 전공을 한 것도 아닌데 뜬금없이 배우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했어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해도 제가 하고 싶은 걸 한 번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서 무턱대고 서울로 올라 왔어요. 안해 본 아르바이트도 없죠”

그 과정은 예상대로 험난했다. 이 드라마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무수한 단역을 거치면서 연극과 영화 무대에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웠다. 배우의 길을 확신한 이후부터는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치열하게 달려왔다.

“연기는 배운 게 없으니깐 2년을 잡고 실력을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이런저런 연기 경험을 해보다보니 욕심도 생기고 자신도 생기더라고요. 혼자 에이전시, 영화 제작사 찾아가서 프로필를 돌리고. 그러다 보니 2011년 드라마 ‘아테나’ 영화 ‘창수’ 오디션에 캐스팅이 됐어요. 큰 배역은 아니었지만 저한테 첫 데뷔였죠. 2009년부터 7~8년이 됐네요. 정말 가까운 친구들도 제가 연기할 줄 생각도 몰랐다고 말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일 오랫동안 고생해서 이 정도까지 올라온 것도,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한 저를 축하해주고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있어요”

   
 

주로 액션연기를 해왔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유도선수 생활과 합기도, 태권도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던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작품에서 액션이 없어 아쉬움도 많았다고. “디테일하게 액션신을 하지못해 욕심을 내서 감독님께 발차기 보여드렸더니 흡족해하시면서 넣어주셨어요. 기분 좋게 발차기하고 미련을 해소했어요. 반응이 좋았는지 이후에도 계속 발차기를 넣어주시더라. 두세 번 방송에서 발차기를 했어요. 감사했죠”

매력적인 마스크를 가진 이선구는 실은 변화무쌍한 연기력이 잠재된 다재다능한 배우였다. 지난해 2월 종영한 OCN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에서는 경호원, 형사뿐 아니라 회사원, 휴대폰 판매원, 노숙자, 사이코패스 등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연극에서는 멜로 연기를 줄곧 해왔다고.

“‘닥터프로스트’에서 깡패 역할로 오디션에 불러주셨는데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투리 연기랑 사이코 연기 등 다 보여줬더니 ‘닥터 프로스트’에서 멀티배역으로 저를 캐스팅해주셨어요. 10부작 전체에 다 출연했는데 매회 다른 배역으로 출연했어요. 완벽하진 않아겠지만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준 감독님께 감사했어요. 준비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할 때는 멜로를 많이 했어요. 언젠가는 멜로연기가 올 거라 생각하고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무더운 여름부터 촬영이 시작된 ‘여자의 비밀’은 20%가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에 힘입어 4회 연장을 결정한 바 있다. “남자 화장실 안에서 드라마 잘 보고 있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셨다”면서 그 역시도 인기를 실감한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더불어 자신을 향한 시청자들의 응원과 관심에 긴 시간 많은 힘을 얻고 웃을 수 있었다.

“제가 사랑에 비중을 두고 싶어 연기를 했으니 동수가 나쁘다는 말보다 ‘불쌍하다’, ‘애절하다’라는 댓글에 기분이 좋았어요. 또 ‘동수만 보면 덥다’라는 댓글이 많았어요. 초반 캐릭터 설정이 제가 장갑을 끼고 터틀넥을 입어야 했어요. 날이 더운데 터틀넥을 입고 연기해야했어요. 더위를 많이 타는데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의상 좀 어떻게 해주면 안되겠냐’는 반응들과 함께 작가님과 상의했어요. 다행히도 검은 셔츠로 바뀌었어요. 댓글덕분에 동수 의상이 교체될 수 있었어요. 문신도 수작업이라 터틀넥에 쓸려 지워지더라고요. 지워지면 하루에도 몇 번씩을 그리게 되더라. 보완이 필요해서 검은 셔츠를 얻어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어요. 댓글로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지금까지 흔들리거나 지칠 때면 그는 어머니를 떠올렸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와준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돌렸다. “어머니께서 가장 많이 믿어주셔요. 어머니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다고 항상 말씀하세요. 어머니가 믿어주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작품 있을 때 없을 때 기복이 많이 심했어요. 작품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정말 안 들어오더라고요. 지금도 체크카드를 써요. 라면하나 챙겨먹기도 힘들어서 짐을 챙겨 내려가야하나 싶기도 했어요. 전철비도 무시 못해서 걸어 다닌 적도 많았어요. 나중에는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 타고 다녔어요. 제가 인복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고생하고 있는 거 다 아니깐 주변 친구들이 밥도 사주고 가고, 용돈도 주고가고 했어요. 나중에 다 갚아야하는 거 알고 있어요. 적어놨어요 (웃음)”

   
 

연극,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연기내공을 쌓아온 그. 대중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아직은 너무나 많기에 연기에 대한 갈증과 욕심은 많다. 배우가 마지막 직업이라고 확신해하는 그는 롤모델로 이순재를 꼽았다.

“연기적으로는 바닥이 날 때까지 전부 다 보여주고 싶어요. 연기는 끝이 없지만 앞으로 경험하고 알게되는 것이 다시 연기로 승화가 또 되겠지만요. 갖고 있는 모습 다 보여주고 싶고 잘한다는 얘기 듣고 싶어요. 최종목표는 이순재 선배님같은 길을 걷고 싶어요. 한 직업에 몸을 담아서 지금 연세까지 연기를 해오신 게 정말 부러워요. 롤모델이에요. 제가 연기에 확신이 들 때 정말 배우라는 직업이 제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 나이에 리암니슨처럼 테이큰같은 액션은 못할지 모르겠지만, 그 나이에 사랑이 또 분명 있다고 믿어서. 제가 신파적인 로맨스가 있나봐요. 그럴려면 제가 더 많은 좋은 모습 보여줘야할 것 같아요(웃음)”

30대 후반을 달리고 있는 이선구는 ‘배우 나이는 십년이 한 살’이라는 말과 함께 초심을 되새겼다. 배우와 사람 이선구로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했다. “배우나이는 10년이 한 살이라고 하더라. 제게 힘이 많이된 말인데. 10년도 안 해보고 그만두면 도전해본 것도 아니라는 그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버텨왔어요. 제가 7~8년째니깐 이제 한 살되니깐 걷기 전에 유아기다. 기어다니고 있다. 당당히 한 살을 맞이하고 싶어요. 배우로서 똑바로 설 수 있기 위해 많이 부딪히고 배우고 싶어요. 옆집 형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화하면 날라올 수 있는 슈퍼맨은 아니지만. 동네 슬리퍼 끌고 나와서 같이 아이스크림 사먹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 이선구가 되고 싶네요”

‘여자의 비밀’을 통해 인상깊은 신고식을 치룬 이선구. 어렵게 꺼내놓은 배우의 꿈에서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인터뷰내내 느껴진 그의 남다른 절실함과 진솔함은 앞으로 행보, 차기작을 기대케 만들었다.

[스타서울TV 조인경 기자 / 사진 =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