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에 日 오스미 교수, 일본 25번째 노벨상… 자가포식이란?
노벨 생리의학상에 日 오스미 교수, 일본 25번째 노벨상… 자가포식이란?
  • 승인 2016.10.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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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사진)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3일 선정됐다. / 사진 = 트위터 캡쳐

불필요한 단백질 청소…파킨슨 병 등 치료법 개발 기여 기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일본 도쿄 공업대학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일본은 3년 연속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또 역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오스미 교수를 포함해 모두 25명으로 늘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오스미 명예교수는 분자 세포 생물학 전문가로, 일본의 역대 네 번째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일본은 지난해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특별명예교수에 이어 2년 연속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포함한 과학 분야에서는 3년 연속 수상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오스미 요시노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스미 명예교수는 이스트에서 자가포식을 콘트롤하는 일련의 유전자들을 규명하고,인체 내에서도 같은 메카니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학자이다. 세포의 자가포식은 세포의 재생 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특히 오스미 명예교수가 1990년대에 자가포식에 관한 '탁월한 실험들'을 통해 세포의 리사이클 매커니즘을 규명했다고 평가했다. 또 세포의 자가포식 개념은 50여년 전부터 학계에 알려져 있었지만, 오스미 교수가 "1990년대에 패러다임을 바꿔놓는 연구를 한 이후 생리학과 의약계에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오스미 교수는 세포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가소화작용(Autophagy)의 분자 메커니즘 및 생리학적 기능을 해명한 공로로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3일 NHK보도에 의하면, 오스미 명예교수는 이날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오후 8시 도쿄(東京) 메구로(目黒)구 오카야마(大岡山)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자로서 그지없는 명예다"라며 "노벨상의 각별한 무게를 느끼고 있다"며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밝혔다.

오토파지 연구를 시작한 경위에 대해 오스미 교수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일을 한다는 흥미에서 효모 연구를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연구를 시작했을 때 반드시 '암'연구로 이어질 것이라던가, '수명'연구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며 "기초 연구는 이렇게 (방향이) 전환되어 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학이라는 것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모른다는 점이 즐거운 것이다"라며 "모든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과학의 정신이며, 그 기초과학을 지켜보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스미 명예교수에게 노벨생리의학상을, 일본에게는 25번째 노벨상을 안긴 '자가포식'은 무엇일까.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오스미 교수에게 노벨상을 안긴 '자가포식 시스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우리 몸 안에서는 하루 평균 300g의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은 70~80g이다. 나머지 단백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우리 몸은 몸 속의 단백질을 분해해 다시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 재활용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자가포식'시스템의 발견과 연구 업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스미 교수는 3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가포식 시스템'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자가포식의 영어 표현인 '오토파지'는 오토(auto·자동의, 자기자신의)와 파지(phagy·먹다)의 합성어로 '스스로 먹는다'라는 정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스스로 먹는다는 것일까.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호흡이나 영양분의 소화와 생식 등에 단백질이 필요한데, 음식물 섭취만으로 단백질을 보충하지는 못한다.

그러면 나머지 부족한 단백질은 어디에서 얻는 것일까? 생명체 내 세포는 스스로 새포 내의 일부를 분해해 단백질을 만들어 재활용(먹는)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자가포식'이다. 외부에서 단백질이 공급되지 않아도 세포가 스스로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같은 작용은 주로 외부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일주일 가량 조난을 당해 물만 마시고도 인체가 견뎌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세포의 자가포식에 의한 단백질 보충 때문이라고 오스미 교수는 설명했다.

또 세포는 세포 내의 병을 유발하는 노후한 단백질 등 불필요한 단백질을 청소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자가포식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60년대부터 학계는 세포 내 성분이 자가 분해되고 있다고 여겼지만, 많은 연구자들의 무관심 속에 오랫동안 정확한 메카니즘이나 생체 내에서의 역할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연구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연구 주제인 '자가포식'에 몰두한 사람이 바로 오스미 교수다.

오스미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액포'에 주목한 계기에 대해 "아무도 하고 있지 않은 일을 했다"는 기쁨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 액포는 '세포 내 쓰레기통' 역할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으로 자가포식에 대한 연구는 파킨슨 병과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질병은 신경세포 내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축적되는 것이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단백질을 청소하는 자가포식 과정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