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대결’ 오지호, 빈칸이던 ‘악역’ 드디어 채우다
[SS인터뷰] ‘대결’ 오지호, 빈칸이던 ‘악역’ 드디어 채우다
  • 승인 2016.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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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지호에게 ‘악역’은 공란이었다. 20년 가까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꾸준히 달려왔지만 멜로, 액션, 코미디 어느 장르에서도 그는 정의의 편에 섰다. 악역을 하기에 비주얼이 우월한 탓도 있었겠지만 악역이라는 옷을 입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 그가 ‘대결’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악역을 채웠다.

영화 ‘대결’(감독 신동엽)은 가진 것 없는 취준생 풍호(이주승 분)가 형의 복수를 위해 절대 갑인 CEO 재희(오지호 분)와 대결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에 앞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대결’은 예상을 넘는 호평을 받았고 오지호는 걱정을 한시름 내려놓았다.

“처음에 보고나서 ‘아 그래도 영화가 깔끔하게 나왔다’라고 생각했어요. 남자들은 향수를 느낄 거라 생각이 들었고요. 여성분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깊게 파고들지 않아서 잘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너무 만화 같아서 걱정했죠. 최근에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이런 좋은 반응이 없어서 좋았어요. 흥행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제 몫은 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대결’에서 오지호는 사회 상류층에 위치한 절대 갑이다. 스트레스를 현피로 풀며 죄의식 없이 사람을 곤죽으로 패는 전형적인 악역이다. 오지호는 첫 악역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고 악역에 재미를 느꼈다. 첫 악역을 위해 오지호는 선한 눈빛과 특유의 눈웃음을 거두고 검은 렌즈를 꼈다. 날이 선 슈트를 입고 사람을 내려다봤다. 액션 역시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잔인하게 상대방을 짓밟는 오지호의 모습은 악역에 대한 의문을 확신으로 바꿨다.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나에게 저런 모습이 있구나’로 바뀌었죠. 그동안 쌓인 경험과 생각덕분인 것 같아요. 좀 더 깊은 연기를 나중에 할 기회가 있다면 선한데 굉장히 다른 면이 있는 악역을 하고 싶어요. ‘추격자’ 하정우 씨도 있고 ‘아수라’의 정우성 선배처럼 형사인데 악행을 저지르는 역도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때는 더 연구를 해야겠죠.”

   
 

‘대결’에는 취권이 등장한다. 오지호와 대립하는 이주승은 취권을 통해 그와의 체격차이를 극복한다. 수십 년 전에 유행하던 취권을 이제와 다시 꺼내는 것에 오지호 역시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다.

“신동엽 감독님의 전작을 봤어요. 옛날 영화를 찍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나이는 젊었어요. ‘충무로 불사조’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누군가 생각을 조금만 바꿔주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게 오락영화예요. 처음 시나리오에서 전 겉으론 선행을 하는 의사였어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해서 취권을 전면에 오픈하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소재를 집어넣자고 했죠. 그래서 CEO 게임회사와 현피라는 소재가 나왔어요. 제 생각과 감독님 생각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이해하는 지가 중요해요. 저는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해요. 상업영화가 목표니까 재미를 만든 다음에 무언가 찾자 이거죠. 캐릭터가 이상해도 재미가 있으면 이상하게 안 봐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도 그렇고 캐릭터를 보기 이전에 전체적인 재미를 따져요.”

   
 

풍호와 한재희의 한판승부를 향해 가는 것이 영화의 목적이니만큼 오지호와 이주승의 호흡이 중요했다. 영화에서 오지호와 이주승은 비주얼과 성격, 액션 스타일 모두가 극과 극이다.

“기본적으로 진지함이 묻어나는 배우고 제가 가지 못한 걸 갖고 있어요. 짜장면 배달, 학생 같은 역할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 송강호 선배처럼 모든 캐릭터가 잘 녹아들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갖지 못한 느낌이죠. 이런 건 주승이도 마찬가지고 저에게도 숙제죠. 주승이가 멜로 영화 얼굴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잘 하면 숙제를 해내는 거죠. 외모적인 것으로 봤을 때 그런 건 배우가 가진 숙제죠. 주승이는 뭔가 모를 매력이 있어요.”

이주승은 ‘대결’을 통해 상업영화의 주연이자 액션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오지호에게도 ‘대결’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악역에 대한 새로운 모습이 있었고 액션 장르에서 그 동안 이기는 액션, 정의로운 액션을 하다가 지는 액션, 비열함이 묻은 액션을 하니 희열이 있었어요. 이 영화가 가볍게 느낄 수 있지만 어찌 보면 전반적인 사회적 현상을 다루고 있어요. 10대~30대가 느끼는 공감과 통쾌함이 있을 거예요. 예전 세대는 ‘역시 취권이지’라는 향수도 있는 거고요.”

악역에 이어 오지호는 영화 ‘커피메이트’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커피메이트’(감독 이현하)는 우연히 만난 남녀가 대화로 교감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40대가 되어 오랜만에 멜로를 연기한 오지호는 계속된 그의 변신을 예고했다.

“배우를 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액션처럼 멜로도 또 다른 통쾌함이 있어요. 오지호라는 사람으로서 리프레시는 아니고 배우로서 즐거운 거죠. 새로운 감성을 알겠으니까. 20대에는 멜로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두려웠어요. 지금은 안 그래요.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