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터널’ 하정우 “연출의 수려함보다 이야기의 힘 중요”…연출에 날개 달아주는 연기
[SS인터뷰] ‘터널’ 하정우 “연출의 수려함보다 이야기의 힘 중요”…연출에 날개 달아주는 연기
  • 승인 2016.08.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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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네요. ‘신과 함께’가 크랭크인하고 ‘아가씨’가 개봉해서 쉬는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7-8월이 가장 ‘핫’하잖아요. 1박2일 정도 계곡에 가고 싶은데 하루를 못 쉬었네요. 그래서 촬영장을 바캉스 가는 기분으로 다녀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씨에 양수리 오픈세트에서 찍었죠.”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민란의 시대’, ‘암살’, ‘터널’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간 각 배급사에서 내놓는 여름 텐트폴 무비에는 어김없이 하정우가 있었다. 100편의 영화를 찍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하정우는 ‘터널’이 개봉하는 시점에서 이미 내년 텐트폴 영화를 준비 중이다. 하정우는 장르를 불문하고 어떤 역을 맡아도 정답을 내놓는 배우다. 그래서 그가 맡은 역할들은 그가 아닌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시나리오 선택할 때 관객의 입장에서 보려고 해요. 연출의 수려함 같은 건 고려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야기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가 중요해요. 힘은 재미라고도 할 수 있죠. 관객들이 볼만하고 공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힌트를 얻게 되는 거죠. 그 다음 생각하는 게 캐릭터예요. 처음 시나리오에서 캐릭터가 부족해 보여도 이는 충분히 보안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반대로 이야기가 허술하면 캐릭터가 매력적이어도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터널’은 스토리에 힘이 있었고 관객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죠. 그 안에서 정수를 비롯한 캐릭터 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다양한 표현 방법을 사용했어요.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고 배우입장에서 확실한 몫이 있었어요.”

   
 

‘끝까지 간다’로 장르를 뒤트는 연출을 보여줬던 김성훈 감독은 ‘터널’에서 하정우라는 날개를 만났다. 붕괴된 터널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하정우는 반경이 작은 연기로도 충분히 극의 긴장을 조였다가 풀어가며 관객을 2시간 동안 몰입하게 만든다.

“처음 편집본은 1시간 56분이었어요. 좀 더 길어도 될 것 같았고 10분 늘어난 버전은 언론 시사회에서 처음 본 거죠. 전체적인 컷의 길이가 조금 늘어났고 남지현 양의 장면 등이 조금 추가 됐어요. 재미있게 봤어요. 보통 배급관이나 기자관은 반응이 잘 없는데 많이 웃어주셔서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죠.”

영화는 초반 5분도 안 돼 바로 터널이 붕괴되고 주인공을 가둔다. 원래 터널에 갇히지 전 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는 장면이 있었지만 감독은 이를 과감히 편집했다. 별다른 전사가 없지만 관객들은 쉽게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다. 하정우는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직장과 소속을 밝히며 인사하는 모습이나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관객들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히 전달한다.

“상황자체를 보면 힘들잖아요. 사고를 당해서 고통스럽고 견뎌야 하는데 정수라는 인물이 일관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호흡을 조절했죠. 감독님이 디자인을 잘 하신 것 같아요.”

   
 

정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하정우는 ‘애드리브 백 개’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즉흥 연기를 준비했다. 혼자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정우는 계속해서 혼잣말을 추가했고 이를 추려 신에 넣었다. 또한 터널에 갇히며 점차 수척해지는 모습을 위해 꾸준히 운동하며 체중을 감량하고 수염 길이에도 신경을 썼다. 먼지가 가득한 터널 속에서 몇 개월 촬영을 하면서 잔기침도 늘었다. 하정우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어요. 다행히 터널의 먼지는 미숫가루와 숯가루라서 인체에 크게 해롭진 않았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캐스트 어웨이’, ‘127시간’, ‘나는 전설이다’, ‘올 이즈 로스트’ 등 주로 배우 혼자 극을 이끄는 영화들을 다시 찾아보면서 영감을 얻었어요. 영화 중반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유머러스한 상황부터 이후 벌어지는 상황들까지 조절하면서 연기했어요. 만약 제가 같은 상황이었어도 정수처럼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지 않을까요. 힘들겠지만 최대한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을 것 같아요.”

   
 

영화에서 하정우는 꺼져가는 휴대폰을 붙잡고 아내 역인 배두나와 구조대장 역의 오달수와 간간히 통화한다. 세상과 통하는 수단은 휴대폰이 거의 유일하다. 하정우는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함께 해준 배두나에 관해 ‘해석이 좋은 배우’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때마침 배두나는 인터뷰 장소 근처에서 미국드라마 ‘센스8’을 촬영하고 있었고 인터뷰 장소에 깜짝 방문해 애정을 드러냈다.

“두나의 장면을 제 촬영 분 보다 먼저 찍었어요. 전화 통화하는 모습이나 라디오 장면을 보고 많은 감정적 영감을 받았어요. 감정이 소모되는 신들로 배치돼있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계속해서 감정을 소진해 지칠 수가 있거든요. 그 안배를 훌륭히 잘 한 것 같아요. 달수 형은 동료배우로서 존재만으로도 든든해요. 영화 촬영은 11월 초에 시작됐고 제 촬영은 12월에 시작했어요. 한 달 동안 터널 외부상황을 찍었어요. 그래서 저는 외부 장면을 미리 많이 봤죠. 직접 만나지 않아도 찍힌 걸 보면서 밸런스를 잡아갈 수 있었고 제 연기 톤을 잡기 수월했어요.”

   
 

영화 ‘터널’은 안일한 구조 태도, 특종만 찾는 언론, 보여주기 식으로 현장을 찾는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병폐를 투영한다. 특정 장면들은 우리가 겪어온 아픈 몇몇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관객들이 생각하기 나름이죠. 저는 달수 형의 대사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안에 갇힌 건 도롱뇽이 아니라 사람이라고요’라고 말하잖아요. 굉장히 기본적이고 보편적이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는 단지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에요. 최근에도 전 세계적으로 총격사건 등을 비롯한 생명을 경시하는 사건들이 많았잖아요. 안타까운 거죠. 개인적으로는 터널 속에서 자신의 차를 보며 ‘집에 왔다’라고 하는 대사도 좋아요. 뭐랄까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적응을 하고 나름의 안식을 찾는 것이 아이러니 했어요.”

   
 

‘부산행’이 2016년 첫 천만영화를 기록한 것과 동시에 ‘인천상륙작전’이 관객수 500만을 넘겼다. 이어 ‘덕혜옹주’가 개봉했고 ‘터널’과 ‘국가대표2’가 같은 날 개봉했다.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극장가의 경쟁도 뜨겁다. 하정우는 ‘터널’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남길 바랄까.

“한여름에 재미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는 영화. 젊은 20대, 30대 친구들을 보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30대 후반인 제 친구도 마찬가지예요. 퇴근하면 일찍 들어가서 아이들하고 놀아주고 자고 일어나면 또 출근하는 일상의 반복이잖아요. 저도 물론 매번 촬영의 연속이고요. 그러한 일상적인 삶 속에서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니라면 영화를 보는 2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게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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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네" 하정우…"생수먹방" 나 살아있는데...(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