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 피의자 검찰 송치, 범행 계획한 촉발 요인 "주점 자리 이동"
강남역 살인 피의자 검찰 송치, 범행 계획한 촉발 요인 "주점 자리 이동"
  • 승인 2016.05.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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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역 살인 피의자 검찰 송치, 범행 계획한 촉발 요인 "주점 자리 이동"

경찰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정신질환 범죄로 분석하고 이를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6일 '강남역 살인 사건'을 정신질환(조현병)에 의한 범행으로 최종 결론 내리고 김모(34)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김씨의 신병과 수사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살인사건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김씨에게는 표면적인 범행동기가 없고 피해자와의 관계에서도 직접적인 범행 촉발요인 역시 없어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분석했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7분께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건물 화장실에서 A(23·여)씨를 수차례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9시간 만인 오전 10시께 사건 현장 인근 주점으로 출근한 김씨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1차 조사 시 범행사실 일체를 자백했고 진술한 범행 전후 이동행적에 대해서도 폐쇄회로(CC)TV를 통해 확인했다"며 "검거 당시 혈흔이 묻어 있는 바지와 범행에 쓰인 흉기를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정한 결과 피해자의 DNA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증섭 서초서 형사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여성 혐오' 범죄 논란에 대해 경찰 입장은.

"사건 초기에 전혀 예상치 않게 '여성 혐오' 범죄라는 용어가 나왔다. 경찰은 여성 혐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처음 접해본 용어라 정확한 입장 표명은 어렵다.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게 좋겠다. 왜 여성에 대해서 피해 의식을 느끼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30대 중반의 여성 매니저를 통해 주점에 취직했고 위생 상태를 지적한 사람도 없었다. 피해자는 가게나 동료 직원에 대해서는 원한이나 감정이 없다고 진술했다.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전에 일하던 주점에서는 손님 응대 제대로 안 되고 주문도 못 받고 해서 건너편 주점에 주방보조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하지만 여성 손님이 자신을 음해해서 자리를 옮긴 것 아니냐는 망상을 갖게 됐다. 이게 이번 범행을 계획하게 된 촉발 요인이 됐다."

-피의자가 여성을 싫어하는 이유는.

"학교를 지각하는 것도 여자들이 자기를 미워해서 천천히 걸어가 앞 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신학원에서 부모 또래 신도들이 '목욕 좀 해라'라는 소리를 '스트레스를 줬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여성과 교제한 적이 없었다."

-범행대상을 여성으로 특정한 요인이 망상에 의한 것인지.

"중학교 2학년때부터 증세를 보였다. 학교 가는 게 죽으러 가는 것 같다고 했고 담임선생님이 정신과 상담을 권유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가려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는 "20분간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했다. 당시 구로동 정신과에 갔지만 약을 안 먹으려고 해서 치료를 못했다고 한다. 신학원에 있을 때는 화장실에서 한 두 시간 씩 앉아 있었다고 한다. 최초 (조현병) 진단을 받은 지난 2008년에는 병원에서 엄마한테 갑자기 '여자를 죽여 버리고 싶다', '엄마를 망치로 때려버리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피의자 김씨의 범행 전후 행적은.

"김씨는 이날 주점에서 조퇴한 이후 강남대로 건너편 강남구 역삼동 모 빌딩에 은신하는 장면까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전부 확인했다. 범행 전날 오후 5시40분께 볼 일이 있다며 조퇴를 하고 나오면서 주방에 있는 흉기를 몰래 갖고 나왔다. 이후 김씨는 강남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강서구 화곡역까지 이동했다. 강서구청에서 멀지 않은 빌딩 1층 화장실에서 3시간 이상 머물렀고 다시 같은 노선으로 이동해 강남으로 돌아왔다. 강남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38분이다. 오후 11시44분께 사건 현장 주점 화장실로 들어가 범행 때까지 1시간30분 가량을 머물렀다."

-화곡동을 찾은 특별한 이유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화곡동에 갔다. 자신의 집이 양천구 신정동이다. 인근 지리를 잘 알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집에서 가출한 이후에 신정4거리 사우나에서 생활을 해오다 돈이 떨어지자 강남으로 넘어왔다. 가출해서는 화장실을 주로 많이 이용했다. 부모 진술에 따르면 집에서도 화장실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 5월5일 경 취업이 된 이후에는 범행 현장 인근인 역삼동 빌딩 6층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다."

-화곡동 빌딩 화장실에서도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지.

"김씨는 이틀 전에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이 때 범행 장소도 자기가 전에 일하던 주점 화장실로 계획했다. 화곡동 화장실은 범행 장소로 선택한 곳이 아니었다. 화장실에서는 그냥 앉아서 담배만 피웠다."

-특별히 화장실에 집착하는 이유는.

"자기 혼자만의 공간이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