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번역작가 스미스 28세 영국 여성… 한국어 배운 이유는?
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번역작가 스미스 28세 영국 여성… 한국어 배운 이유는?
  • 승인 2016.05.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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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번역작가 스미스 28세 영국 여성… 한국어 배운 이유는?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자가 나왔다. 소설 '채식주의자'를 쓴 작가 한강(46·서울예술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이 그 주인공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개최된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발표했다. 맨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다. 

5명의 심사위원회를 이끄는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톤킨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가했다.

한강은 이번 수상으로 상금 5만 파운드(약 8600만원을) 받게 됐다.

맨부커상은 영국 등 영 연방국가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과 영 연방 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인터내셔널 부문 상으로 나뉜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상은 2005년 처음으로 상을 수여했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 게재된 중편이다. 세 편의 연작소설 중 첫 번째 편의 제목이다. 이후 또 다른 중편들인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묶여 2007년 장편소설(창비)로 출간됐다. 

한강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장편 '검은 사슴'(199년) 등을 통해 슬픔과 외로움 위주의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다뤘다. 2005년에는 중편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채식주의자'는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묶여 2007년 장편소설(창비)로 출간됐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는 '불의 딸' '포구'로 유명한 작가 한승원(77)이며 남편은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오빠인 한동림도 등단한 소설가로 문학가 집안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작가는 7년 전만하더라도 한국어를 전혀 몰랐던 20대 영국 여성 데보라 스미스(28)다. 심사위원장인 보이드 톤킨은 '채식주의자'의 영어번역판에 대해 "놀라운 번역이다. 이 상은 작가와 번역작가를 완전히 동등하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기묘하면서도 뛰어난 '채식주의자'가 영어에 들어맞는 목소리를 찾았다"고 칭찬했다.

스미스는 영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이 너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21살부터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게 됐고, 결국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한국어 표현력을 갖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어 구사 능력에 대해서는 "전형적으로 언어를 교과서로 배운 사람처럼 한국어를 말한다"고 겸손해했다. 

스미스는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문화와 전혀 연관이 없었다.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 한국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독서와 글쓰기가 합쳐진 번역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언어를 배우고 싶었다"고 번역의 길에 들어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많은 외국어 중 한국어를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분명 이상스런 선택이긴 했다"며 "실제로 한국어는 이 나라(영국)에선 공부하거나 아는 사람이 없는 언어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스미스는 처음엔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다가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고, 이후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최근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문학 번역서를 주로 출간하는 틸티드 엑시스 프레스란 출판사를 직접 세웠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