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순정’ 도경수 “아이돌이라고 정해진 역할만 해야 하나요” 연기를 대하는 그의 진정성
[SS인터뷰] ‘순정’ 도경수 “아이돌이라고 정해진 역할만 해야 하나요” 연기를 대하는 그의 진정성
  • 승인 2016.02.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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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순정’ 도경수 “아이돌이라고 정해진 역할만 해야 하나요” 연기를 대하는 그의 진정성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끊임없이 편견과 싸워야하는 투쟁의 단어가 됐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틈틈이 실력을 쌓아야 하고 자의든 타의든 본 분야인 음악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활약하며 상품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인기가 많은 아이돌일수록 정도는 심하다. 엑소의 멤버인 도경수(디오)가 그러했다. 더 많이 활동해야 했고 그가 연기한다고 했을 때 시선은 따가웠다. 대중들의 우려(?)와 달리 도경수는 기대 이상을 해냈고 이제 주연으로서 스크린 가장 앞에 섰다.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을 통해 처음으로 인터뷰에 임한 도경수는 성실한 태도와 솔직한 답변으로 그가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도경수는 또래 배우와 함께 한 작품이자 주연을 맡은 ‘순정’을 처음 봤을 때 소감을 묻자 아쉬움이 남는다고 답했다.

“많이 아쉬웠어요. 사투리도 그렇고 감정표현도 아쉬웠어요. 전라도 사투리를 모르시는 분들은 나쁘지 않다고 했는데 전라도분들이 이 사투리를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에요. 3개월 동안 고흥에서 촬영하면서 사투리를 많이 들었는데 제가 듣기에도 어색한 장면들이 있더라고요. 연기 면에서 아쉬운 건 연기하면서 항상 느끼는 부분인데 제 안에서는 100%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 건 데 스크린에서는 그대로는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조금 더 많이 했으면 보시는 분들이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영화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감성 드라마다. ‘순정’에서 도경수는 말수 없고 수줍은 많은 범실을 연기했다. 범실은 항상 수옥(김소현 분)을 바라보며 수옥이 원하는 건 뭐든 챙겨주고 싶은 순정남이다. 연출을 맡은 이은희 감독은 범실이 가진 순수함, 풋풋함, 남자다움을 도경수에게 느꼈고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수옥이를 위해서 달려드는 모습이 저 자신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저는 17살 범실처럼 부끄러워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담아두거나 하진 않아요. 어떤 일이 있으면 속 이야기를 정확히 말하는 성격이에요.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니 성격이 변한 것 같아요. 정확한 게 좋아지더라고요. 변할 수밖에 없어요. 일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자연스레 변하더라고요”

   
 

국내를 넘어 전 세계 팬들이 주목하는 엑소라는 그룹에 속한 도경수에게 범실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표현하겠느냐는 물음을 던졌다. 도경수는 “만약에 그런 사람이 생긴다면 표현할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어 그는 “물론 공인으로서 할 수 없어 아쉬운 점이 있죠”라며 “그래도 저는 다른 분들이 못하는 걸 하고 있으니 그런 부분에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순정’에서 범실이 풋풋하지만 애절한 가슴앓이를 했던 것처럼 도경수도 10대에 사랑을 경험했다.

“아직은 가수의 꿈을 꾸고 있었을 때죠. 그때 첫사랑을 느꼈어요. 풋풋하고 밝은 느낌은 아니었고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아직 ‘첫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겠어요. 지금 24살이지만 여태 느꼈던 사랑이라는 것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60대에 처음 진정한 사랑을 느낀다면 그게 첫사랑일 수도 있죠. 그래서 나중에는 첫사랑의 기준이 바뀔 수 있지만 지금 돌아보면 제 첫사랑은 19살이에요.”

   
 

‘순정’에서 도경수를 제외하면 김소현, 이다윗, 연준석, 주다영 모두 아역배우 출신이다. 나이는 도경수가 가장 많지만, 연기 경력으로 따지자면 가장 후배인 셈이다. 덜컥 첫 주연을 맡게 된 도경수는 주연이 가진 무게감을 모르고 시작했다. 곧이어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고 동생들의 도움으로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이 동고동락하다 보니 즐거운 추억들도 많이 만들었다.

“날씨 때문에 영화 스케줄에 있어 피해를 많이 받았어요. 비 오면 촬영 취소가 됐는데 저희는 진짜 좋아했죠. 남자 세 명(도경수, 연준석, 이다윗)이 같이 자고 먹고 놀면서 지내다 보니 사소한 에피소드가 정말 많아요. 바다수영도 하고 바다낚시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돌 출신 배우, 연기돌은 배우로서 정통성과 연기력을 끊임없이 시험받는다. 상업성에 의해 전략적으로 캐스팅됐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도경수 역시 그런 선입견 속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도경수는 어설프게 익힌 연기 스킬이나 이론보다는 자신 안에 원래 존재하는 감정 자체에 집중했다.

“연기에 대한 이론을 배운 적이 있는 데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그 이후로는 연기수업을 안 받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배웠어요. 미리 의식하고 꾸미려고 하면 부자연스러워져요. 항상 연기할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나게 대사와 상황만 숙지하고 상대방의 행동 표정 보고 하는 편이에요. 멤버들과는 연기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아요. 다 신인이라서 무슨 조언을 하겠어요(웃음). 조언보다는 응원을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

   
 

도경수는 다른 엑소 멤버들보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역할이나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여느 배우 못지않게 진지했으며 말투는 ‘아이돌’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진중했다.

“아이돌이라고 해서 정해진 역할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작품과 캐릭터만 좋다면 어떤 것도 다 할 생각이에요. 물론 제 모습과 너무 다른 캐릭터들, 예를 들면 너무 어리거나 성숙한 모습을 지난 캐릭터는 안 맞겠죠. 제가 가지고 있는 외모나 감성이 통하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내면에 상처가 있거나 고난을 겪는 인물을 많이 연기했는데 완벽한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볼 때 ‘진짜 나쁜 놈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나오는 톰 하디 같은 캐릭터 해보고 싶어요. 다 욕심나요. ‘순정’을 찍어보니 멜로라는 장르도 재미있었어요. 밝은 로맨틱 코미디도 찍어보고 싶고 예술 영화도 촬영해보고 싶어요. 장르를 떠나 좋은 작품이면 다하고 싶어요.”

시종일관 반듯한 모습으로 성실하게 속내를 말하는 도경수는 어떤 가수와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졌다.

“목표로 하는 가수나 배우를 말하기보다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멋있다’라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있는데 스스로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외국 배우를 예로 들자면 조지 클루니, 잭 블랙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조인성 형도 마찬가지예요. 많이 알게 되고 가까워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멋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걸 찾고 싶어요. 그분들만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위해 저도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도 자연스럽고 변하지 않는 사람이 멋있는 것 같아요.”

   
 

끝으로 제국의 아이들 임시완과 함께 대표적인 연기돌로 꼽히고 있다는 말에 도경수는 손사래를 치며 “비교할 상대는 아닌 것 같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임시완 선배님의 ‘미생’도 봤고 ‘변호인’도 봤어요. 정말 연기를 잘하시고 저와는 비교가 안 돼요. 아이돌이 연기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을 먼저 극복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 역시 그 뒤를 이어 돕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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