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양건 교통사고 사망... '온건파' 잃은 남북 관계 파장은?
북한 김양건 교통사고 사망... '온건파' 잃은 남북 관계 파장은?
  • 승인 2015.12.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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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양건 교통사고 사망, 장의위원 최룡해 포함…남북 관계 경색 불가피할 듯

   
▲ 북한 김양건 교통사고 사망, 장의위원 최룡해 포함…남북 관계 경색 불가피할 듯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오전 6시 15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향년 73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오전 "김양건 동지가 주체104(2015)년 12월 29일 6시 15분에 73살을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양건 동지는 수령 김일성 동지와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충직한 혁명전사이며, 김정은 동지의 가장 가까운 전우, 견실한 혁명동지"라며 "주체혁명 위업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해온 당과 인민의 훌륭한 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은 김양건 대남 비서의 장의식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했다. 국가장의위원은 모두 69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명단에는 최근 지방의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던 최룡해가 포함됐다.

김양건의 시신은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돼 있으며, 30일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발인은 31일 오전 8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북한의 대남(對南)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양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당분간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칙적으로 북한의 모든 정책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결정하기는 하지만 김일성 시대부터 외교 업무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그의 대남 정책 기조가 김정일을 거쳐 김정은 제1비서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특히 김정일 시절에 두각을 나타냈다. 2007년 3월 당 통일전선부 부장을 맡아 그해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10년 5월과 8월 김정일의 비공식 중국 방문을 잇따라 수행하면서 자신이 북한의 외교 정책 실세임을 대내외적으로 각인시켰다.

김양건 대남 비서는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제1비서가 권력을 세습하면서 공포통치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위상을 유지했다. 그는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제1비서에게 직접 의견을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무게감을 토대로 김정은 제1비서가 집권한 이후 각종 시찰에 동행했으며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깜짝 참석하기도 했다. 또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남북 관계가 일촉즉발 상황에 치달았을 당시 2+2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8·25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남북관계에서 장기간 온건파로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그의 사망은 8·25 합의이후 개선조짐을 보여온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까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김양건 대남 비서가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남북 대화의 장기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제1차 차관급 남북당국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사망해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당장 김양건 대남 비서급으로 남북 관계를 총괄할 사람은 없다"며 "온건파로서 대화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성향의 김양건 대남 비서의 공백으로 북측의 대남 정책이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 / 북한 김양건 교통사고 사망 /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