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불가역적 해결' 한ㆍ일 위안부 문제 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종합] '불가역적 해결' 한ㆍ일 위안부 문제 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 승인 2015.12.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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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 '불가역적 해결' 한ㆍ일 위안부 문제 협상, 무엇이 문제인가?  

- 위안부 할머니 제외된 협상…10억 엔에 다 내줬다?

- 野 '제 2차 굴욕협정' 단정, 青ㆍ與도 '미흡' 인정

- 아베 총리 부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진정성 논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2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만나 협상 내용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ㆍ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협상을 타결한 것을 놓고 각계에서 협상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법적책임ㆍ소녀상ㆍ정부 대응 등에 대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야당은 ‘2차 한ㆍ일 협정’에 해당하는 굴욕협정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고, 정부 여당도 협상의 미흡한 부분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한편 협상 당일인 28일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케에 여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 위안부 할머니 제외된 협상…10억 엔에 다 내줬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간 한ㆍ일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가면서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확고한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속전속결’로 진행된 이번 합의에 대해 내년에 양국 모두 큰 선거가 있고,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이정도 수준의 합의였다면 그 동안 왜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번 협상은 크게 ▲ 피해자 할머니 의견 제외 ▲ ‘불가역적 상호비난 자제’ 항목 ▲ 법적책임 소재 불분명 ▲ 소녀상 이전 및 철거 가능성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정부는 국내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히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조차 반영하지 않은 채 성급히 회담을 종결시켰다. 이번 합의에 대해 할머니들은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국 외교장관이 밝힌 항목 중 ‘불가역적 상호 비난 자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 공동발표문 없이 양국 장관이 각자 입장을 따로 발표한 것을 두고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아, 향후 합의를 위반했을 경우 제재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즉, 국제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어도 일본에 책임을 요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녀상 이전 및 철거 부분도 문제다. 외교부는 “소녀상 이전을 약속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일본 외무상은 “소녀상이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해,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다.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전국 곳곳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 野 '제 2차 한ㆍ일 굴욕협정' 단정, 青ㆍ與도 '미흡' 인정

이번 합의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9일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청구권자금 3억 원에 도장을 찍은 제 1차 한ㆍ일 굴욕협정에 이어서 제 2차 한ㆍ일 굴욕협정”이라고 단정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같이 전하고 “합의 법위 차이가 날뿐 일본의 법적책임,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 국민적 동의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한 3무 합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례적으로 합의의 미흡한 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회담 관련 “차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 같이 전하고 "현실적 제약 하에서 외교적으로는 그래도 잘 한 협상"이라며 “다소 아쉬움은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28일 “외교에서 100점은 없는 것”이라고 전했고, 외교부 관계자도 이날 “100%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베 총리 사죄한날 부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진정성 논란

한ㆍ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사죄한 28일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는 일본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키에 여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실을 공개하고 “다시 야스쿠니를 방문하니 느낌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행동이 일본 내 아베 총리의 핵심지지층인 보수층을 달래기 위한 처사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분명한 외교적 결계로 한ㆍ일 협상을 대놓고 무시하는 행위라는 비난을 내놓고 있다.

[스타서울TV = 이태현 기자/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