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호구의 사랑’ 임슬옹, 아이돌 벗고 온전한 배우로 서다
[SS인터뷰] ‘호구의 사랑’ 임슬옹, 아이돌 벗고 온전한 배우로 서다
  • 승인 2015.04.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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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서울TV 이제나 기자] 언젠가부터 ‘연기하는’ 임슬옹(29)이라면 고개를 돌려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솔직함’으로 다가오려는 그의 연기는 임슬옹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치부를 드러내더라도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이 무엇이든 진실하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가진 아티스트. 그는 이제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혼자 힘으로 일어서고 있다.

알고 보면 임슬옹은 5년 차 배우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2010)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같은 해 단막극 ‘도시락’과 영화 ‘어쿠스틱’에도 등장했다. 2012년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26년’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 드라마 ‘천명 :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2013), 웹 드라마 ‘무한동력’(2013), ‘호텔킹’(2014)으로 꾸준히 배우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그의 커리어에 대표작이 생겼다. 지난달 31일 종영한 tvN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무패 신화의 에이스이자 잘난 놈 ‘변강철’로 분한 임슬옹은 이기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호연했다.

“드라마를 더 길게 하고 싶을 정도로 캐릭터와의 이별이 쉽지 않았다”

‘비호감’으로 시작된 ‘변강철’ 캐릭터는 극중 강호구(최우식 분)와의 브로맨스 케미가 시작됨과 동시에 ‘호감’으로 돌아섰다. 차가운 변호사에서 연애바보로 변신한 변강철의 모습은 임슬옹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물들었다.

“지금도 변강철과의 이별은 너무나 아쉬워요. 전작들과 비교해 봤을 때 변강철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이었거든요. 코믹연기를 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극중 정극 연기와 코믹 연기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부분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 간극을 잘 맞추기 위해 처음부터 준비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던 부분이 변강철 캐릭터에 더 몰두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끝날 때가 되니 정말 아쉽더라고요. 드라마를 조금 더 길게 하고 싶을 정도였죠. 그랬다면 변강철로서 시청자분들께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아요.”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와 이거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었다. ‘호구의 사랑’ 속 변강철은 아이돌 그룹 2AM의 임슬옹으로나, 연기자 임슬옹으로나 낯선 모습이었다. 하지만 무척이나 농익고 구성진 느낌으로 ‘코믹’이라는 요소를 더한 임슬옹의 연기는, 절망 속에 빠져있던 도도희(유이 분)와 강호구의 삶에 위로와도 같은 존재임을 느끼게 했다.

“처음 대본을 읽고는 ‘와, 이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믹 연기를 전혀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느 정도로 망가져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현장에 가서도 생각이 많았고요. 그 덕분에 준비도 많이 해갔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많은 소통을 하다보니까 결국에는 이 캐릭터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이 맞춰지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정말 편하고 즐겁게 더 망가지려고 했죠. 또 어설프게 망가지긴 싫어서 확실히 망가지려고 했어요.(웃음) 대신 멋있을 때와 망가질 때의 간극을 좀 크게 두려고 했죠. 감독님도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셨고요. 그래야 캐릭터가 좀 더 풍성하고 재미있게 표현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죠. 어디가 제 원래 모습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따지고 보니 7년이다. 그가 2AM 멤버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곡 ‘이노래’로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준 지도, MBC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김태훈으로 분해 첫 연기를 보여준 지도 긴 시간이 되어간다. 쉽지 않은 세월이다. ‘연예인’으로 살아온 이의 인생을 가늠해도 그의 모습을 보고 반해 팬이 됐던 이들의 세월을 가늠해도 그렇다.

“생각해보면 많이 달라졌어요. 정말 너무나도 많은 것이 바뀌었죠. 어디가 제 원래 모습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원래 어릴 때부터의 제 모습 말이에요. 얼마 전에 어릴 때 살았던 동네를 갔었는데 원래 이랬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작아 보이더라고요. 동네 건물의 담도 너무 낮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어요. 분명 나는 여기서 20년을 살았는데 왜 어색했는지 모르겠는 그런 감정이요. 자주 뵀던 슈퍼 아저씨도 나이가 많이 드신 모습으로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 든 생각이, 여기서 살았던 나는 지금 이런 일들을 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저분은 저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며 꾸준히 계셨구나 하고요. 그 후로 저 자신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하게 됐어요.”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몰려오곤 해요”

‘호구의 사랑’은 우리가 일정한 나이가 됐을 때 인생에서 이뤘어야 할 것 같은 목표들을 방해하는 거대하고 불길한 힘(예를 들어 두려움, 남의 시선, 책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벌써 데뷔 7년차를 맞이한 임슬옹은 어쩌면 거대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업적을 이뤄 놓았을 수도, 혹은 그로인한 미래가 두려움으로 밀려 올 수도 있는 시기를 살고 있지 않을까. 그에게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요즘엔 책임감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제가 연기자로든 가수로든 무언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 말이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까 두려워요. 게다가 항상 예상치 못한 일들이 몰려오곤 하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말이에요. 행여 슬럼프에 빠질 때면 방법이 없어요. 그 순간엔 극복이 안 되거든요. 억지로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고요. 그래서 그럴 땐 모든 것을 좀 내려놓는 편이에요.”

“그들은 호구가 아닌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죠”

임슬옹의 시선으로 ‘호구의 사랑’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굉장히 많은 제약 속에서, 도도하고 꿋꿋하게 피어나는 야생화와도 같다.

“그들은 호구가 아닌 좋은 사람들이에요. 착하고 좋은 사람들 이라는 건 분명하죠.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뿐이죠. 누구든 솔직한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 관점에서는 조금 더 왜곡된 삶을 살고,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호구가 아닐까 해요.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주관이 세지잖아요. 저도 제 치부가 생기고, 콤플렉스가 드러날수록 더 솔직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그런 점들이 이 일을 함에 있어서는 치명적이거든요. 가사를 쓰거나 연기를 할 때, 제 것을 솔직하게 꺼내놓지 못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솔직하다는 것이 내 스스로도, 또 일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임슬옹 만큼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도 없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코믹스러운 역할로 가볍게 보여 질 수 있는 부분들을 즉흥 연기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다룰 수 있는 배우가 됐다. 정도의 연기를 펼쳤고, 극중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도 드라마의 감정적 무게를 대부분 느끼게 해줄 만큼의 힘도 지녔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세상을 사는 방법이었다고 고백하는 사람. 과묵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살짝 물러나 있는, 하지만 결코 흐릿하지 않은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 임슬옹은 이제 막 여백을 채우기 시작했다.

사진=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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