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장관 "AIIB 가입 경제·금융 문제"… AIIB는 중국 국제금융 질서 정면도전?
윤병세 장관 "AIIB 가입 경제·금융 문제"… AIIB는 중국 국제금융 질서 정면도전?
  • 승인 2015.03.1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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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IB 가입

[SSTV 이현지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AIIB 가입 문제를 언급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7일 외교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한중미 사이에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국 배치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우리나라가 가입하는 문제는 "각 사안의 성격과 본질이 다르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사안의 성격, 본질에 따라 우리 국익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드 문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안보 문제고 AIIB는 경제·금융에 관한 문제로 본다"며 "절차에서도 사드는 한미 간 공식적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이론적인 측면이 많은 반면, AIIB는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사드는 아무런 상황변화가 없고, 정부는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주도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며 "AIIB는 참여시 얻을 경제적 실익 등 여러 사안을 검토해 국익 차원에서 참여 여부를 유관부서와 협의 하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AIIB는 일단 표면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투자 활성화,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 독려에 목적이 있는 중국 주도의 국제 다자개발은행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10월 AIIB의 설립을 제안했고, 2014년 공식 창립작업을 본격화했다. 중국의 500억 달러로 시작돼 각국의 투자를 받아 1000억달러로 자본금을 늘릴 계획이다. 

창립작업이 시작되자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라오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태국, 카타르 등이 참가 의사를 확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창립회원국 가입을 공식으로 권유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에서 인프라 사업 분야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AIIB에 참여할 경우 일정한 수준의 확실한 이익이 보장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라는 건실한 '등받이'가 있는 상황에서 주요 개도국에 대한 투자의 규모 확대와 사업 안정성이 상당부분 보장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창립회원국 가입을 놓고 신중한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AIIB의 가입이 단순한 경제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는 정치·외교적 파장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간의 경제 패권 전쟁의 성격을 간과할 수 없다. 

먼저 중국의 AIIB를 설립은 주로 미국과 일본 중심의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으로 편성돼 있는 국제 금융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는 성격을 띤다. 

중국은 AIIB의 자국 자본분담금을 50%로 설정했는데 이 같은 막대한 투자자금 및 비율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영향력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금 만큼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만큼 AIIB 내 의사결정은 중국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중국이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경제 분야에서 아시아 주요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경우 자연스레 아시아 지역에서의 역학관계도 변형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가령 AIIB의 특정국가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지원 등은 필연적으로 해당국의 경제정책은 물론 외교 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AIIB의 최대주주 중국의 입김을 키울 것이다.

특히 이런 금융질서는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 질서에도 영향을 미쳐 위안화 경제권의 확산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20세기 중반부터 이런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온 미국의 기존 달러 질서에는 균열이 생길 것이 뻔하다. 

이미 시 주석의 구상 발표 이후 1년5개월여 만에 가입을 밝힌 나라들이 25개 이상으로 급속이 늘어났으며 최근엔 G7(주요7개국) 국가인 영국까지 참여를 공식 확정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이 같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미국은 영국의 가입 결정에 대해 "중국에 대한 영국의 지속적 순응의 일부"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정부 역시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을 고려해 AIIB의 가입에 대해 일단 확답을 미룬 상태다.

미국은 그러나 대외적으로 중국의 지분이 50%가 넘는 AIIB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를 담긴 분석을 활용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불참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국가들이 잇따라 참가의사를 밝히며 이들 국가들이 지배구조의 일방적 흐름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론자로 떠오르자 미국 내에서도 오히려 '견제자' 역할을 위해 미국이 AIIB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의 AIIB 가입 문제가 미-중 외교전 양상으로 번짐에 따라 우리의 입장에선 이 문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와도 맞물리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미가 공식적으로 사드 도입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최근 주한미국이 사드 배치의 적합 장소를 물색한 것이 확인되는 등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여론의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국의 사드 도입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여러 경로로 우리 측에 전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한국의 외교적 선택으로 귀결되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

AIIB 가입 역시 사드와 마찬가지로 단순 실리를 떠나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고려를 배제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어 이달 말로 다가온 정부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AIIB 가입/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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